최저임금 시행 5개월 섬유산업 진퇴양난

-해외 탈출 가속· 공장폐쇄· 인력 축소· 구조조정 봇물
-면방· 화섬 일부 대기업 자사설비 세우고 수입사 영업 빈축
-승승장구 의류벤더도 강도높은 인력 축소· 총체적 위기 호소
-면방 앞장, 경기 편직· 대구 직물 묻지마 해외 탈출
-멜란지사 수입 봇물, 국내 유일 메이커 일신방도 40% 감산

 

고임금과 인력난의 원천적인 한계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겹치는 악재에 비명을 지르는 섬유산업이 공멸을 재촉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존립과 포기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섬유기업 상당수가 기업 생존을 위해 해외 탈출이 대세를 이룬지 오래인 데다 국내공장 폐쇄와 인력 감축을 통한 대대적인 기업축소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와 함께 중소 공장 폐쇄와 축소는 물론 면방· 화섬 등 대기업 메이커까지 자체설비 가동을 포기하고 수입사를 대량 들여와 국내 메이커와 가격 경쟁을 벌여 국내 생산기반 붕괴를 재촉하는 부도덕한 상행위까지 만연되는 혼란상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근본적인 고임금과 인력난을 못 이겨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하던 섬유산업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된 16.4%의 최저임금인상을 5개월 동안 적용한 결과 임금부담으로 인한 경영압박을 감당할 수 없다는 한계상황을 이구동성으로 하소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될 당시 가장 먼저 국내 공장 해외 이전과 공장 폐쇄를 선언했던 면방업체들이 쉬쉬하며 이를 본격 실행해 옮기고 있다.

실제 100년 기업 경방(실제 99년)이 광주공장의 3만추 규모를 이미 진출한 베트남공장으로 하반기에 이전키로 하고 현지공장 건설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방의 베트남공장은 현재 7만추 규모를 가동하고 있으나 광주 1공장 설비가 이전되면 10만추 규모가 된다.

국내 면방기업 중 경쟁력이 가장 강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일신방도 광주공장 설비 3만추 규모를 역시 이미 진출한 베트남공장으로 올 하반기에 이전 완료한다.

역시 일신방 베트남공장 설비도 10만추규모로 늘어난다. 국일방도 베트남공장에 정읍공장 설비를 상당부문 이전하고 동일방 등 다른 대방(大紡)들도 대다수 베트남에 둥지를 틀고 국내 공장을 대폭 축소한다.

80년 역사의 전방도 광주 임동공장의 5만추 규모를 지난 연말 문을 닫았고 안산 염색공장 역시 폐쇄했다.

이를 면방공장들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직후 발표한 공장 폐쇄 및 해외이전방침이 정부 주무부처에서 강한 불쾌감을 표명한데 자극받아 쉬쉬하며 이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면방뿐 아니다. 경기 양포동(양주· 포천· 동두천)에 대규모 편직공장을 운영하던 간판급 편직공장들이 줄줄이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일부 대형 편직공장을 국내에서 가동하던 기업도 연내에 국내공장 가동을 포기하고 소규모 샘플 공장으로 운영할 방침을 굳히고 있다.

대구 제직공장도 인도네시아 등지로 이전하기 시작하는 등 최저임금 급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의 후폭풍이 섬유업계의 해외 탈출은 물론 공장 축소· 폐쇄를 급진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조공장뿐 아니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섬유기업 중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의류벤더들까지 상당수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대폭적인 인력감소에 돌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면방과 화섬을 영위하는 대기업 메이커가 자체생산공장을 대폭 축소한 반면 중국· 베트남· 인도산 화섬사와 면사를 수입해 국내 메이커와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면방과 화섬의 대형 메이커가 자체설비를 축소하면서 수입사를 대량 들여와 같은 메이커끼리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것은 법적인 하자는 없지만 상도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물론 동 업계 사이에서 상호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C사가 중국· 베트남산 화섬사를 들여와 국내 메이커와 경쟁에 빈축을 산 데 이어 대형 면방업체인 D사는 자체공장을 세워놓고 일반 면사뿐 아니라 멜란지사까지 대량으로 수입해 저가로 판매하는 바람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멜란지사를 생산하는 일신방이 이 부문 생산을 최근 이미 40% 감축했다.

일신방마저 멜란지사 생산을 포기하면 국내 면방업계에서 멜란지사 생산은 대폭 축소될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섬유산업이 구조적인 인력난과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잃어 시난고난한 상태에서 최저임금 급상승과 다가오는 근로시간 단축이란 메가톤급 충격에 휘청거리면서 공장 폐쇄· 해외 탈출· 구조조정은 물론 메이커가 손쉬운 수입사 영업으로 동 업계 메이커를 궁지로 몰아가는 악순환까지 겹치고 있는 것이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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