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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통 크게 확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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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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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히틀러인가.’ ‘평양의 덩샤오핑인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하다. 그는 불과 1년 전 이복형을 독살하고 5년 된 고모부를 무자비하게 처형한 피에 굶주린 독재자로 평가받았다. 서울 불바다 협박에 이어 핵으로 미국을 위협하며 안하무인이던 그가 어느 날 평화의 사도로 분칠해 세계를 놀라게 한다. 유훈을 내세워 비핵화를 선언한 필유곡절이 있겠지만 어찌 됐건 조짐은 좋아 보인다.
돌아가는 통박으로 봐 남북정상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비핵화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이달 중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 성패가 달렸지만 호쾌한 성격의 트럼프와 김정은의 거침없는 행보로 봐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불안과 공포가 해소되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다”는 선언이 이행되면 쌍수로 환영할 일이다. 다만 갑자기 뜨거워진 방은 빨리 식기 마련이고 잠자는 맹수의 표독스런 본능이 언제 불거질지 모른다는 경계심과 균형 잡힌 시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국과 ‘메이드 인 코리아’인정 관철해야

말을 바꾸어 반도체 잔치 속에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수출이 4월 전년 동월보다 1.5%가 감소했다. 다행히 노송이 무덤을 지킨다고 섬유 수출이 6% 증가해 선방했다. 그럼에도 3월 제조업 가동률이 2월에 비해 1.8% 떨어진 70.3% 불과했다. 10개 중 3개는 세웠다는 얘기다.
경제 동향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제조업이 설 땅을 잃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 규모이지만 떡 쪄놓고 빌어도 생산현장에 사람이 오지 않고 있다. 고임금· 인력난에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크건 작건 산업의 해외 탈출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 머무르면 죽고 나가야 산다”는 절박한 상황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동남아· 카리브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프리카 오지를 마다않고 임금이 싼 나라를 찾아 헤맨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국내 제조업의 위기상황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기업이 살기 위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지만 이젠 갈 곳도 마뜩지 않다. 중국은 이미 소싱 기지로서 경쟁력을 잃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집중하고 있으나 이마저 중국의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인상 첫해인 올 1월 중소섬유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연장근무 포함 월 380만원에 달한 한국에서 제조업이 살아 숨쉬기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다.
이같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때마침 생사기로에 서 있는 국내 중소 제조업에 기사회생의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 재가동이다. 개성공단이 새롭게 재가동되면 원부자재를 몽땅 국내에서 조달하게 돼 있다. 우리말이 통하고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내국인 거래의 무관세에 서울-부산보다 가까운 물류비와 시간 절감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후 궁여지책으로 베트남에 둥지를 틀었던 기업들이 거의 실패했다. 정상가동할 때는 몰랐지만 베트남에 가고 나서 개성공단이 제조업 천국임을 절실히 느꼈다고 실토하고 있다.
성급한 예단인지 몰라도 이제 시기가 문제일 뿐 개성공단 재가동은 받아놓은 밥상이다. 남북 모두를 위해 개성공단 재개는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벌써부터 개성 공단기업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는대로 2년 2개월 이상 문 닫은 녹슨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방북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개성 공단기업의 93%가 다시 들어가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개될 개성공단은 과거처럼 옹색하고 불편한 운영체제를 과감히 탈피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시범단지 100만평 중 불과 40만평에 머문 공단 운영 규모를 수백만평 규모로 2단계 확장 작업을 전개해야 한다. 섬유· 신발 전용 단지로 수십만평이 필요하다.
그 전제조건은 북미정상회의에서 유엔과 서방국가들이 제재를 풀어야 한다. 100% 남쪽 자본으로 세워진 공장과 남쪽 자본으로 만든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인정받도록 통 크게 협상해야 한다. 미국은 아시아나 카리브에서 수입하건 개성공단에서 수입하건 총량은 같을 수밖에 없어 손해 볼 일이 없다. 해외시장이 있어야 500만평이건 1000만평이건 공단이 들어설 수 있다.
유엔과 서방 국가와의 제재 해제와 함께 남북 간에도 과거의 시행착오를 철저히 복기(復碁)하면서 새롭게 협정을 맺어야 한다. 통행· 통관· 통신의 3통 문제 해결은 물론 북측 근로자 관리에 따른 인사권을 입주기업이 가져야 한다. 과거 인사권이 북측에 있다 보니 통솔과 운영에 많은 고통을 겪었다. 속옷 전문업체 여직원이 퇴근길에 걸음걸이가 이상해 조사해보니 팬티 15장을 몰래 껴입고 나가다 들통이 났다.
그럼에도 인사권이 없으니 함부로 해고를 못 했다. 인력문제도 풀어야 할 난제다.
개성공단에 근무한 5만 4000명의 근로자도 개성 시내에서 조달할 수 없어 인근 개풍군 등 여러 지역에서 뽑아 통근시켰다. 북한 전역에서 데려올 수 있도록 기숙사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북측 근로자는 북한 전역에서 차고 넘친다.
이같이 남북· 북미정상 간에 풀어야 할 큰 걸림돌과 별개로 우리 내부에서 풀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 2년 3개월 전 군사작전 하듯 개성공단이 일시에 폐쇄된 후유증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쓰지 않아도 될 혈세를 수천억원 낭비했다. 건물과 기계 등 고정자산은 남북 경협 보험으로 보상했으나 재개되는 순간 전액 상환한다는 조건부 배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 3개월간 영업권을 상실한 기업들 대다수가 극심한 경영난으로 상환능력이 없다. 단계적인 상환조건과 적어도 6개월간을 버틸 수 있는 운영자금지원도 급선무다.

 

섬유산업 르네상스 시대 열릴 수 있다

반면 갑작스런 폐쇄로 완제품과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에 대한 보상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이것은 개성공단 기업 몫이 아니라 협력업체 자산이어서 전액 배분했다. 정부가 사전에 언질을 줬다면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고스란히 방출할 수 있었다. 국민의 혈세가 수천억 들어가지 안아도 됐을 것이다.
어찌 됐건 한반도의 비핵화와 전쟁 없는 화해 분위기는 개성공단 재개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섬유를 비롯한 경공업 산업은 천재일우의 호기를 기대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개성공단을 퍼주기로 왜곡하는 남남갈등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이 북측 도와주는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처사다. 우리 기업이 살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다. 위기에 몰린 섬유산업 등 경공업 산업이 마지막 르네상스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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