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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산지 이제야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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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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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경천동지할 뉴스는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 평창올림픽에 선수단과 예술단, 응원단을 떼거지로 보낼 때부터 나비의 날갯짓이 예사롭지 않았다. 급기야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다음 달 말 열린다. 문 대통령 특사가 평양의 김정은 친서를 들고 미국에 가 트럼프를 초청하는 북측 특사 노릇까지 했다.
트럼프가 좋아라고 김정은의 평양 초청을 덥석 수락했다. 북한 비핵화를 겨냥한 절묘한 문재인 대통령의 작전이 일단 적중하고 있다. 겁나는 북한 핵 위협과 미사일 공포가 일시나마 사라진 것 그 자체가 일대 사건이다. 시시각각 압박해 온 북한의 전쟁 협박공포가 조금씩 해소되면서 긴장했던 국민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동양의 히틀러 김정은이 무슨 꼼수를 둔 지 모르지만 비핵화가 성공하고 남북평화가 정착되면 또 한 번 노벨평화상이 한국에 돌아올 수도 있다. 가히 천지개벽 수준이다. 평화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는 싸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더구나 남북간 긴장이 해소되고 교류가 재개되면 개성 섬유 공단을 통한 섬유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기대할 수 있다.

 

섬유제조업은 가동률이 원가다

말을 바꿔 갈수록 기력이 탈진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대구 섬유산지의 비상구 마련을 위한 아주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지난 7일 PID(프리뷰 인 대구)가 개막된 바로 그 날 오후 대구의 중국음식점 자금성에서 간판급 대구 직물업계 관련 대표 22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의 화섬협회장과 대경섬산련회장, 직물· 염색· 사가공· 사이징협회장, 대구에서 규모가 큰 직물업체 대표가 시간을 내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화섬 원사메이커의 영업본부장과 대구시 섬유패션과장, 이 모임에 실질적으로 산파역을 맡은 본지 발행인이 한자리에 모여 장장 5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회의 주제는 다름 아닌 평창 롱패딩을 중심으로 전국을 휩쓴 지난겨울의 패딩 원단 겉감과 안감을 중국과 대만에 속수무책으로 뺏기고 있는 뼈아픈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국산 원단사용촉진 간담회’였다. 대구 산지는 오더 가뭄으로 직기를 대거 세워놓고 백척간두 처지에서 연간 1000만 야드 이상 소요되는 롱· 숏패딩의류 원단을 중국과 대만에 뺏기는 안타까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회의다. 패딩용 원단은 대구 산지의 기술과 설비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차고 넘친 데도 눈 뜨고 안방 시장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줄잡아 매년 1000만~2000만 야드의 엄청난 량을 중· 대만산에 내주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개탄하며 개선하기 위해 나선 인사가 없었다. 이에 대해 국산 소재 10% 더 쓰기 운동 캠페인을 전개해 온 국제섬유신문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서 대구 직물 증진과 협의해 마련한 자리다.
세계 시장은 국경이 무너진 글로벌 시대다.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 먹듯” 싸고 좋은 제품이 아니면 부모 자식간에도 거래가 안 되는 시장 원리다. 그동안 국내 유명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국산 원단이 비싸다는 선입견이 팽배해 아예 상담 자체를 기피해왔다. 실제 패딩 원단의 겉감과 안감 가격이 중· 대만산에 비해 20~30%나 차이가 있었다.
해외시장 경기는 수년간 엄동설한이 지속되고 내수용 아웃도어 원단 시장의 80% 이상을 수입산에 내주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롱· 숏패딩 의류가 지난겨울 시즌에만 200만 피스이상 팔렸지만 오리털과 거위털은 거의 해외 조달이다. 국내 봉제 산업이 공동화된 지 오래이어서 봉제도 해외소싱으로 이루어진다. 겉감과 안감원단 역시 중· 대만산에 점령당했다. 국내 섬유산업은 알맹이는커녕 쭉정이도 떨어지지 않는 빈손이다.
구조적으로 국산 조달이 안 된 오리털과 거위털은 해외조달할 수밖에 없고 대량 봉제 역시 국내 캐퍼가 없어 해외소싱이 불가피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대구 직물 산지가 어렵지만 시퍼렇게 눈을 뜨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단마저 포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체념이다.
바로 섬유 관련 스트림이 협업체제를 구축하며 공동 전선을 형성하면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충분히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원사와 가연· 제직· 염색· 사이징업계가 어느 정도 자기 이익을 내려놓고 협력체제를 구축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이다.
바로 ‘가동률이 원가’란 생산성의 경영원칙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원단 야드당 생산원가가 100원이라고 해서 90원 80원짜리 오더는 받지 않겠다는 것은 봉건적 경영방식이다. 원가에 못 미친 가격조건이라도 1000야드 생산과 10만 야드, 100만 야드, 1000만 야드 생산일 때 원가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나의 예증으로 국내 의류 수출벤더 ‘빅3’인 한세실업이 몇 년 전 미국 월마트에서 니트 셔츠 오더 5000만 장을 수주했다. 월마트가 소비자에 판매하는 가격은 피스당 1.80달러, 원화 기준 1800원이고 벤더 공급가격은 1.20달러(1200원)이 있다.
단순계산으로 원자재 가격과 공임 등을 따지면 아무리 줄여도 원가가 1.50달러 이상이었다. 막상 똑같은 스펙 제품을 주야로 돌리다 보니 생산성이 평소의 2배 이상이었다. 이 단일 오더 하나로 한세는 당시 수십억 원의 이익을 냈다. 세아· 한솔을 비롯한 이들 대형 벤더의 이른바 생산성 경영전략이다.
2년 전 경기 북부 니트업계에서도 같은 사례가 있었다. 중국에 가기로 했던 미국 바이어 ‘룰라루’에서 S社 K 사장이 중국 가격과 동일한 조건에 덥석 오더를 받았다. 상식적으로는 계산이 안 나오는 가격이었다. 니트자카드업체 10개 회사가 사장 회의를 긴급 소집해 스펙과 바늘 길이까지 통일해 주야로 생산했다. 생산성이 두 배로 늘어났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가격 경쟁 중· 대만산과 맞짱 자신 있다

대구 산지도 이같은 생산성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원사 메이커부터 실값을 내리고 제직· 가연· 염색· 사이징 각 분야가 계산기를 때린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오더량이 10만 야드, 100만 야드, 500만 야드로 늘어날 때 똑같은 스펙의 같은 품목을 생산하면 대박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열린 관련 스트림과 단체, 대구광역시, 본지 연석회의에서 이 문제가 대두돼 각 스트림이 적극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눈앞의 계산보다 생산성으로 원가를 구성하겠다는 컨센서스가 폭넓게 이루어진 것이다. 
때마침 아웃도어의 간판브랜드인 영원아웃도어 노스페이스가 성기학 회장의 용단으로 올겨울 패딩 제품 원단을 차별화 국산 원단으로 대체하겠다는 통 큰 용단을 내렸다. 우리나라 섬유패션업계 수장(首長)답게 어려운 대구산지를 위해 고통 분담과 동반성장을 위한 성 회장의 용단에 참석자들은 존경과 갈채를 보냈다. 참석자들 모두가 성기학 회장의 지도자다운 결단에 고마운 인사를 아끼지 않으며 “품질과 가격으로 보답하자”고 다짐했다. 이 운동이 본격 추진돼 상황이 엄혹한 국내 섬유산업에 구원투수가 되기를 학수고대한다. 더불어 본지는 변함없이 이 운동을 선봉장의 위치에서 열심히 심부름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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