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돈· 몸 희생하지만 무관심 속 비난까지 감수 명예보다 멍에
-빚더미 해산위기 반석 위에 올린 원대연 회장의 귀거래사 관심
-민은기 이사장, 김준 회장 유임 확실시 박승훈 회장 전폭 지지 주목
-이영규 회장 1년 조건부 4연임, 이의열 회장· 손상모 회장 사퇴 의지
-총회 시즌 맞아 임기만료 섬유 패션 단체장 거취 조명

 

섬유 패션업계를 이끌고 있는 단체장들의 수난시대가 다가왔다. 대부분 무보수 비상근 섬유 패션 단체장들은 몸과 시간과 돈을 바쳐 헌신과 희생을 강요당하지만 영광보다는 심한 허탈감을 느낄 때가 더욱 잦아졌다.
무엇보다 쇠락의 징검다리를 건너버린 섬유산업의 근본적인 인력난과 고임금 속에 국내외 시장 악화 등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최저임금 급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에 극심한 오더 가뭄이 해소되지 않아 산업 자체가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을 치닫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헌신과 희생을 담보로 자신의 기업경영이나 사생활을 희생하며 열심히 봉사한 데 반해 생색은커녕 잘하느니 못하느니 하며 온갖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해산 직전의 부실단체를 타천에 의해 맡아 자신의 기업처럼 전력투구해 반석 위에 올린 단체장을 너무 “오래 했다”는 덤터기를 씌워 끌어내리는 고약한 풍토도 만연되고 있다.
경기는 갈수록 엄동설한이고 기업 환경은 악화일로에 있어 자신의 기업을 돌봐야 할 엄중한 시기에 존경은커녕 찍어 내리는 고약한 풍토에서 희생하고 헌신하려는 지도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유능한 임기만료 단체장들이 연임기피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후임자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고 심지어 임기가 남아있는 단체장까지 도중하차를 선언하고 있다. 가히 섬유 패션단체장의 수난시대다. 섬유패션단체의 총회 시즌을 맞아 임기만료된 서울과 지방의 핵심단체장 거취를 심층 점검해본다.

 

원대연 회장의 사퇴 폭탄선언

올 2월 정기총회 시즌을 맞아 가장 관심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단체는 한국패션협회다. 자타가 공인하는 패션업계의 거목이자 능력과 헌신의 상징이었던 원대연 패션협회회장이 지난달 31일 전격 사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달 23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더 이상 연임하지 않고 후임에게 바통을 넘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어느 단체장이나 임기가 만료되면 선택은 본인이나 회원사가 하는 것이지만 원 회장의 경우 ‘자의냐 타의냐’를 놓고 설왕설래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삼성그룹 CEO 출신이자 패션경영의 대가인 원 회장은 2004년 3월 업계의 삼고초려에 의해 한국패션협회장을 맡았다.
대다수 단체들이 재정자립이 어렵다보니 직원 월급도 제때에 주기 어렵고 직원퇴직금 적립마저 안되는 것처럼 유난히 재정적으로 옹색한 단체가 패션협회였다.
섬유센터 작은 방에서 기거하며 빚이 7억원에 달해 지고 가기도 어려워 그대로 가면 사실상 해산할 수밖에 없는 난파선 처지였다.
업계의 간곡한 요청을 마지못해 수용한 원 회장은 제일모직 사장 출신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인맥을 총동원해 협회 재건작업에 전력투구했다. 자신의 기업을 키우는 것처럼 협회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다.
5~6명에 불과한 직원 수가 20명으로 늘어났고 성수동에 17억원을 주고 200평 규모 자체 보금자리까지 마련했다. 퇴직충당금은 물론 대손충당금까지 차질없이 쌓아놓았다. 14년에서 2개월 빠지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동분서주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단체는 물론 글로벌 패션단체로 키웠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일이 생겼다. 끼니가 간데없이 재정적으로 피골이 상접한 협회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인사들이 빈집에 소 들어와 명실상부한 단체로 우뚝 서자 회장 자리에 눈 독 들린 사람들이 생겨났다.
390개사에 달한 회원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도저히 표 대결로 승산이 없다 보니 주무 부처에 온갖 악성모략중상이 들어갔다. 이같은 음해· 모략이 난무해 산업부가 사퇴압력을 가했다.
산업부의 판단이 객관성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소통하는 사람의 말만 듣고 편향적인 판단인지 몰라도 3년 전에도 사퇴압력이 집요하게 벌어졌다. 그러나 사단법인 협회는 총회의결이 절대권을 갖고 있어 만장일치 총회 의결로 계속 연임이 이루어졌다.
이상한 것은 3년 전 악몽이 올해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민간단체의 회장을 불법 비리가 없는 한 주무 부처라고 해서 함부로 그만두게 할 수 없지만 정부가 단체에 지원하는 사업비를 삭감하겠다는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원 회장은 자신의 기업처럼 키운 패션협회의 회원사가 절대 지지하고 있는 한 물러날 생각이 없었으나 자신도 후회 없이 14년 열심히 봉사했고 만에 하나 협회에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 용퇴의 길을 선택했다는 전언이다.
섬유 패션업계에서는 “원 회장 같은 화려한 스펙과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봉사 및 탁월한 글로벌 능력은 우리 업계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그의 사퇴 발언을 몹시 아쉬워하고 있다.
우리 업계 내부는 물론 주무 부처도 패션업계의 소중한 자산이자 훌륭한 지도자를 공적의 평가보다 왜곡된 여론몰이로 내모는 이런 잘못된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섬유 패션업계 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대기업에 근무하던 CEO가 은퇴 후 경험과 노우하우를 업계를 위해 무보수로 열심히 봉사하도록 추앙하는 풍토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만약 원 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이 단체의 통합을 위한 포석이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해당 단체장의 합의하에 대승적이고 순리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방협 19일 총회 김준 회장 유임

알려진 대로 대한방직협회는 김준 회장의 6연임이 기정사실화돼 오는 19일 총회에서 다시 선출될 것으로 보여진다. 다른 단체와 달리 임기 1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방협은 김준 회장 연임으로 이미 가닥이 잡힌 상태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이 뿌리인 면방산업이 급속히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협 회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인이 없어 김 회장 체제가 상당 기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국내 공장 폐쇄와 베트남으로의 탈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어 방협 회장의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화섬협 박승훈 회장 유임여론 지배적

화학섬유협회 박승훈 회장의 3년 단임 임기가 3월 말로 일단 만료된다. 화섬협회는 후임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를 오는 27일 개최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낙하산인사로 인해 상근회장이 선임돼 3년 단임으로 끝나는 것이 최근 수년간의 관례이어서 이번에도 이같은 전철을 밟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화섬협회가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정부의 낙하산인사 대상으로는 너무 작은 단체라서 이번에는 업계 자율로 후임 인사를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현 박승훈 회장이 업계와 함께 호흡하는 친화력과 일에 대한 추진력이 강해 회원사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구태의연한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지 않으면 유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섬수조 민은기 이사장 유임 확정

한국섬유수출입조합도 민은기 이사장의 3년 임기가 만료돼 오는 27일 총회에서 유임절차를 받게 된다. 섬수조는 탁월한 지도력과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민 이사장의 유임을 지난 1월 회장단과 이사회에서 이미 결정해놓은 상태.
섬수조는 이를 위해 이사장 추대위원회(위원장 박상태 명예 이사장)까지 구성해 만장일치 통과시킨 상태다. 민 이사장은 섬유패션단체장 중에서도 비중 큰 핵심 단체장으로 우뚝 서고 있다.

 

패션소재협 이영규 회장 1년 조건부 4연임

 패션소재협회는 이영규 회장의 3연임이 만료돼 후임을 찾았으나 마땅한 적임자를 못 찾아 1년 연장 조건으로 4연임 키로 했다. 오는 23일 총회에서 이같은 조건을 전제로 이 회장을 재추대한 것.
이 회장은 자신의 웰크론 그룹이 비대해지면서 회사 업무가 많아 후임에게 넘길 계획이었으나 적임자가 나오지 않아 불가피하게 일단 1년 조건부 연장을 수락했다는 것.

 

대경섬산련 이의열 회장 임기 중 사의

대구경북섬산련 이의열 회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오는 4월 초 사퇴하겠다고 선언해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2020년까지이지만 전임 이동수 회장의 잔여 임기 2년을 포함해 4년간 재임했다는 점에서 도중하차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FITI 이사장과 칠곡 상의회장 등 여러 단체의 장을 맡고 있는데 대경섬산련회장은 PID가 끝난 4월초에 바통을 넘기겠다는 것. 칠곡상의회장도 3월 임기가 만료돼 연임하지 않겠다고 말해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FITI 이사장직만 갖고 있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후임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KTC 손상모 이사장도 임기만료 사의

중소직물수출업계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는 대구 KTC의 손상모 이사장 역시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해 회원사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 고 박노하 전임 이사장의 잔여 임기 1년과 도합 3연임 하며 10년간 봉사하며 KTC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손 이사장의 지도력은 지역 섬유업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는 중진이다. 건실한 기업 규모와 기획력· 추진력은 물론 겸양지덕까지 갖춰 섬유기업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의 큰 제목으로 추대하자는 여론이 많지만 본인은 한사코 손사래를 치고 있다. 대구 섬유업계도 심한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갈수록 권한과 영광은 없고 책무와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섬유 패션 단체장들의 얼굴이 많이 바뀔 것 같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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