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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곽란에 소독약 바르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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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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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섭게 불어 닥친 북극발 살인 한파가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무슨 조화인지 서울이 모스크바보다 더 춥다. 한강이 얼고 바다가 얼고 한반도가 꽁꽁 얼었다. 덕분에 올겨울 옷 장사는 대박이 났다.
때마침 엄동설한에 벌어질 지구촌 축제 평창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불행하게도 정치권에서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으로 갈려 우리 내부가 각혈하며 싸우고 있다. 선수보다 30배나 많은 예술단과 응원단 등 600여 명이 떼거지로 몰려와 공짜 선전전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어패가 있지만 보나 마나 저급하고 추잡스런 체제 선전은 공감보다 음흉함의 마각이 드러날 뿐이다. 그들의 선전술에 놀아날 남한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모르긴 해도 먼저 다녀간 현송월 모란봉 악단장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지금쯤 잠 못 이룰 것이다. 말로만 듣던 대한민국의 웅장한 발전상과 자유분방한 시민들을 보면서 누렇게 부황 든 북한 인민과의 차이에 갈등이 가시지 않을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더 많은 북한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죽의 장막 북한과 잘사는 한국을 보고 속고 사는 자신들의 처지를 되새겨볼 천재일우의 호기가 돼야한다.

 

섬유 노조위원장 용기 돋보인다.

대다수 북한 주민은 체제 유지의 우리 안에 갇혀 외부세계를 모른다. 최근 인터넷에 소개된 것처럼 심지어 북한이 조사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는 1위 중국, 2위 북한, 3위 쿠바, 4위 이란, 5위 베네수엘라라고 북한 방송에서 발표했다. 한국은 152위, 미국은 203위라고 인민들에게 호도하고 선전한 것이다. 가소롭다 못해 소가 웃을 일이다.
다만 전쟁 중에도 대화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대화가 깨지면 평화도 깨진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빚어진 고질적인 남남갈등이 아닌 남북통합과 남북대화 두 날개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축제 분위기 속에 치러질 평창 올림픽을 정쟁의 소재로 이용해선 안 된다.
말을 바꿔 이례적으로 임금투쟁에 몰두하던 노조가 생사기로에 선 섬유산업을 걱정하는 아주 특별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전국섬유· 유통노동조합연맹 오영봉 위원장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주재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 때 사용자들이 해야 할 말을 기탄없이 강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온 나라가 홍역을 앓고 있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섬유산업의 열악한 특수성과 고용 비중을 감안해 지역과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용기 있게 발언했다.
그는 또 업종의 특성상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섬유 스트림에 대한 산업용 전기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전력료가 경쟁국인 베트남보다 비싸고 심지어 미국보다 배나 비싸다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국방 섬유는 국산 소재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국방 섬유는 자국산이 아니면 사용이 불가능하고 심지어 성조기에 들어간 섬유 원단도 ‘made in USA’가 아니면 안 되는 사례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 발언에 깊은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부연 설명을 요구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절박하고 시급한 섬유산업의 당면문제를 기업인이 아닌 노동계 대표가 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다.
물론 그동안 업계와 단체 차원에서 정부에 건의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정부 해당 부처는 깔아뭉개는데 이력이 났다. 업계의 건의는 모깃소리만큼 작아 장관에게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설사 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건의해 본들 건성건성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최고 통치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이같은 처지에서 목소리가 커진 노동계가 대통령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 업계의 당면현안을 즉석 건의한 것은 참으로 용기 있고 고마운 일이다. 미안하지만 앞으로 자주 있을 대통령과 노동계 대표와의 직접 소통 기회에 지속적으로 업계의 고충을 전달해줬으면 싶다.
소통 채널이 없는 업계나 단체의 역량으로는 대통령이 실감하고 공감하는 업계현안을 직접 전달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죽 절박한 상황이면 기업인 단체도 하지 못한 발등의 불을 노동계 대표가 임금 투쟁이 아닌 기업 살리기에 앞장서겠는가.
솔직히 지금 우리 섬유산업이 서 있는 현주소가 심각할 정도로 간당간당 엄중한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가뜩이나 경쟁력을 잃고 시난고난한 처지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란 햄머를 맞고 더욱 심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해외로 나가거나 문을 닫거나 양단간의 결단을 강요받고 있는데도 정부의 산업정책은 토사곽란에 소독약 바른 식에 불과하다. 당장 죽 쒀서 식힐 시간이 없는데 장밋빛 청사진으로 립서비스하는 식이어서 업계가 각자도생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제 와서 “죽은 자식 뭐 만지는 식”이 됐지만 산업부는 최근 한국의 섬유 패션 랜드마크를 넘어 세계의 랜드마크를 겨냥한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을 막아섰다. 서울 강남 한전 부지에 105층 현대차 마천루가 들어서고 영동대로 개발에 따른 지하에 대규모 도시가 조성되는 금싸라기 땅에 매머드 스마트빌딩을 짓겠다는 업계의 요구를 묵살했다. 섬유 패션기업과 단체를 집결시켜 패션쇼, 전시장, 교육장은 물론 국내외 바이어와 상담을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 기능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막아버린 것이다.
아무리 30년 전 섬유센터 부지 매입 때 마중물을 제공했다고 해도 이를 내세워 예산 승인권을 행사하면서 모호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민간단체의 건물 신축까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것은 법적 근거마저 희박한 것이다. 섬유산업이 죽고 사는 기로에 서 있으면 수단방법을 다해 응급조치와 장기 육성 처방을 강구하는 것은 뒷전이고 구시대적 규제나 간섭에 인이 박혀 있다면 이 또한 없어져야 할 적폐다. 물론 산업부의 글로벌 섬유센터건립 불승인이 불가항력적 조치는 아니지만 대립각을 피해 이를 포기한 섬유패션업계의 분노와 갈등은 상당 기간 거칠고 길 수밖에 없다.

 

환골탈태 시급한 섬산련 사무국

섬유 패션업계 대표인 단체장과 기업인으로 구성된 섬산련 이사회 총회의결사항이 무참히 좌절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섬산련사무국 또한 환골탈태가 시급한 당면과제다. 섬산련 사무국은 업계의 구심체로서 싱크탱크와 함께 업계 이익단체가 되어야하지만 고질적으로 산업부의 하수인 역할에 얽매이고 있는 감이 크다. 마치 산업부의 하부기관처럼 사무국조직이 관료화되면서 알아서 기는 풍토가 여전히 만연돼 있다. 
이번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이 불승인된 것 또한 이같은 상황에서 무능한 의 전략 부재가 원인이란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산업부가 반대할 명분을 처음부터 제공하지 말았어야 했고, 분위기가 녹록치 않으면 사전 OK사인을 받기 전에는 승인요청을 해서도 안됐다. 되건 말건 상관없다는 안일한 사고가 빚어낸 참사다.
섬산련 사무국 조직의 경직성은 근본적으로 상근책임자와 임원이 낙하  산 관피아 인사 관행이 시정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낙하산 인사가 불가피하다면 전문성을 갖춘 인사 한 명만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능하고 답답한 섬산련 사무국을 보면 속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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