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의 해 벽두부터 희망 찬가가 울려 퍼진다. 축포의 1탄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아시아의 히틀러 김정은 집단이 무슨 꼼수인지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하니 일단 평화 올림픽에 청신호가 켜졌다. 아직 속단하기 어렵지만 자고새면 핵 위협에 넌덜머리 난 국민들은 기대와 헷갈림을 떨치기 어렵다.
호재는 또 있다. 2탄은 올해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가 활짝 열려 본격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지난 12년간 2만 달러 시대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던 대한민국이 세계 일곱 번째로 30-50클럽(소득 3만 달러, 인국 5000만 명이상 국가)에 당당히 가입하게 된다. 올해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2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강국 ‘G7’를 완성하게 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지난 60년의 피땀 어린 압축 성장이 가져온 값진 쾌거다. 유난히 질곡과 혼란으로 점철된 지난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무섭게 꿈과 희망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AI 로봇 시대 천수답 경영 안 된다.

그러나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도처에 지뢰밭과 해저드가 널려 있는 것 또한 부인 못 할 사실이다. 경제 전반에 착시에서 비롯된 빛보다 그림자가 심각하다. 우선 우리 경제 의존도에 80%가 넘는 수출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잘 나가는 업종보다 팍팍하고 고단한 업종 수가 훨씬 많다.
섬유뿐 아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극소수를 제외하면 많은 산업이 뒷걸음을 쳤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전년보다 15.8%나 증가해 사상 최대인 57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이는 반도체에서 전년 대비 무려 57%나 늘어난 979억 4000만 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덕분에 세계 시장에서 한국 수출점유율이 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세계 수출 순위도 6위로 전년보다 두 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악전고투하는 섬유 수출은 전년 대비 0.4% 감소에 그쳤지만 잘 나가던 휴대폰 수출은 25.5%나 감소했다. 가전분야도 22%나 감소됐고 자동차부품도 사드 보복으로 9.5% 감소했다. 반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이 31.7%와 23.5%가 늘었지만 이것은 가파르게 상승한 국제 유가에 영향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수출의 향배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원화 강세가 직격탄을 안겨주고 있고 국제유가상승과 원자재값 상승에 비해 시장가격이 엄동설한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섬유 수출환경 역시 올해 험로가 예상된다. 나 홀로 호황이 예상되는 미국 경기를 기대한 것 빼고는 첩첩산중이다.
무엇보다 작년 하반기 후반부터 이월돼 온 원자재 가격이 심상치 않다. 원면과 석유화학 기초 원료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면사와 화섬사 가격이 새해 벽두부터 뛰고 있다. 수급도 원활치 못하다. 결정적인 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환율 쇼크다.
원· 달러 환율이 1070원대로 마감한 지난 연말 기준 작년 초대비 12.8%나 달러값이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 새해 벽두부터 달러당 1060원대로 원화값이 뛴 데 이어 상반기에 1050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환율 쇼크는 피스당 또는 야드당 몇 센트 마진을 놓고 바이어와 줄다리기하는 섬유 수출업계에 눈덩이 적자를 강요하고 있다.
악재는 더욱 겹치고 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인 노치(勞治)가 몰고 온 최저임금 인상이 이달부터 어김없이 시행되고 있다. 말이 쉬워 16.7%이지 시급 7530원은 영세자영업자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은 엄청난 타격이다. 최하위직을 16.7% 올리면 차상급이나 중간급 직원 모두 덩달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것도 모자라 근로시간 단축까지 받아놓은 밥상이 됐고, 안 올린다고 장담하면 산업용 전기료까지 들먹거린 판이다. 기업마다 해외이전 아니면 문 닫을 궁리이고 가장 먼저 사람 줄이는데 최우선 역점을 두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형 성장 아젠다가 일자리 날아가고 기업간판 내리는 역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해야 소득이 늘어난다.”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학 기본 이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책의 헛발질뿐 아니다. 업계 스스로의 대응책 또한 목표도 방향도 헷갈린다. 국내 산업이 공동화된 지 오래인 봉제 산업의 해외 소싱환경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한국 섬유업계가 6000개 가까이 해외로 탈출한 것은 인력난과 고임금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분초를 다투는 변곡점의 꼭대기에서 해외 의류소싱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온라인 유통이 수직상승하는 해외시장 동향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동향과 생산 동향을 가장 먼저 입수하고 있는 바잉오피스 지점장들은 한결같이 중국의 의류 소싱 능력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풍부한 인력과 저임금뿐 아니라 로봇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봉제 자동화율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경쟁국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3D 프린터 머신으로 블레이저 코트를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스턴에 위치한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라는 신생업체는 3D 프린터 머신으로 맞춤 블레이저 코트를 90분 만에 만들어내는 의류업체의 혁명적 시도를 한 것으로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 회사가 선보인 3D 프린터 머신은 길이가 10미터 정도이고 보통차량 정도의 무게이지만 바늘이 4000개나 있어서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옷을 특별 제작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은 자동화되어 사람의 노동력은 거의 필요 없고 단지 종업원은 고객이 선택한 스타일, 컬러 등을 프로그램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조지아주대학 공대가 개발한 봉제용 로봇을 이용한 대규모 봉제 공장이 내년 초 가동을 앞두고 본격 설치작업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본지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이 무인화 쏘봇(Sewbot) 봉제 공장이 가동되면 25~30명이 필요한 1개 라인에 사람은 한 명만 필요하며 22초 만에 티셔츠 한 장씩을 생산하고 제조원가는 피스당 33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I를 이용한 로봇 봉제 시대가 열리면 전 세계 섬유 봉제, 신발근로자의 일자리 90%가 향후 20년 내 사라질 것으로 ILO(국제노동기구)가 이미 경고했다.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되는 의류· 신발 제품을 수입국인 미국 자체에서 조달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단체 정부 모두 환골탈태해야

이뿐 아니라 섬유 각 분야의 자동화 속도가 급속히 진화되고 있는데도 국내 업계의 설비투자는 제자리걸음을 맴돌고 있다. 업계 스스로 투자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명제를 인식하고 생산성과 품질 우위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때다. 사람은 없고 임금은 비싸고 설비는 30년 50년 된 구닥다리 기종으로 승부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바뀌어야 한다.
업계 스스로 치열한 각자도생 정신과 함께 제구실 못 하는 그 많은 섬유 단체들도 업계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하며 앞에서 견인해야 한다. 정치에 협치가 필요하듯 섬유 각 분야 스트림간 업체간 협업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 또 목표도 방향도 없이 산업육성정책은 표류하면서 규제와 간섭에 인이 박혀 섬유센터 신축문제까지 “된다” “안된다” 간섭하는 정부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2018년 황금의 개띠해 벽두부터 업계와 단체· 정부 각 분야에서 지난날의 오류와 시행착오를 통렬히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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