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8 대한민국 트렌드 분석>

무술년 2018년은 ‘황금개의 해’ 부푼 ‘희망’ 화두
평창올림픽 지방선거 등 경기 부흥 호재 간절함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는 소비 트렌드 확산

 

올해 2018년은 무술년 개띠해다.
무술년의 십간 무(戊)는 황(黃)을 뜻하므로 ‘황금 개’의 해다. 개는 친근함과 비천함의 양면적인 존재이면서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인간의 외로움과 정서적 결핍을 보듬는 치유의 존재로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소비트랜드에서도 마음의 상처를 가득 안고 사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을 위해 이제 가성비를 넘어 소비자의 마음까지 보듬어줘야 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2017년도 가계의 실질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하락함과 동시에 의류, 신발 등 패션 관련 지출 비중 역시 2013년을 정점으로 한 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해의 시작을 촛불 시위로 시작해 탄핵 정국,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한의 도발 등으로 인한 내수 경기 부진이 패션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정유년(丁酉年)은 국가 전반에 걸쳐 총체적 난국(亂國)의 시대였다.
전통적인 주요 패션 채널인 백화점의 패션 매출 비중도 2012년 78.6%에서 2017년 3분기에는 70%대까지 하락했고,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은 매출 부진이나 영업이익률 하락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패션 업계 실적은 매우 좋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불황여파와 더불어 조류독감, 살충제 계란, 생리대 파동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불안요인의 증가로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면서 심리적인 안정과 휴식을 위한 나만의 공간을 찾고자하는 트렌드가 강화됐다.
또 집에 대한 개념이 ‘소유’의 대상에서 ‘거주 및 생활공간’으로 변화되며 집안에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입고, 먹고, 꾸미는 의식주 관련 아이템 소비가 증가했다.
가정 간편식 시장은 2016년 2조 2542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스파오(SPAO)’의 짱구 캐릭터 파자마와 ‘에잇세컨즈’의 새우깡 파자마의 연이은 품절과 인터넷 카페나 SNS 상에서 리셀(re-sell, 되팔기) 열풍은 대표적인 예다.
1인 가구 수가 증가하고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확대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상반기에는 저가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에 탐닉하는 소비행태에서 하반기는 무분별한 소비에 반성을 촉구하는 ‘김생민의 영수증’ 열풍으로 절약과 검소가 급부상하기도 했다.
유통에서는 신규 오픈하는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패션보다 체험형 컨텐츠를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 패션 브랜드 고유 아이덴티티와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매장도 확대됐다.
편안한 감성의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팅 공간인 ‘에피그램’을 선두로 ‘구호’의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올해는 인문학적 가치와 지적 욕구를 해소 할 수 있는 서점등의 문화 공간이 새롭게 키테넌트로 주목을 끌며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 해방촌, 연희동, 서촌 등에 자리잡은 독립 서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온라인 패션시장은 2017년 10월 누적 기준으로 이미 9조3천억원대 규모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약 2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오프 연결, T커머스 등 급격한 유통의 변화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은 모바일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AI를 활용한 개인화서비스, 온-오프라인 연결, T 커머스 등의 혁신과는 반대로 백화점은 지속적으로 부진, 신규 복합쇼핑몰 내 패션매장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유통의 구조적 변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는 개별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고 다각화된 개성을 수용할 수 있는 비제도권 브랜드 확대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운영되는 SNS 마켓이 1020 젊은 소비층들의 큰 호응을 얻은 한해였다.
온라인상의 인플루언스 영향력은 파급력이 인정받으며 땅굴마켓, 마주치장, 서티 마켓 등 프리마켓이 성수동과 서촌 등 골목상권에서 마이크로 브랜드를 인큐베이팅 하며 유통채널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2017 히트상품 부재, ‘벤치파카’ 없었음 어쩔뻔?”

2017년은 히트상품이 없던 한해지만, 유일하게 ‘벤치파카’ 열풍이 이를 만회했다.
국민트랜드로 급부상한 ‘평창 롱패딩’ 열풍으로 전 복종에 걸쳐 ‘벤치파카 품절’ 행진에 리오더와 완판 열풍은 12월까지 이어졌다.
‘노스페이스’는 롱패딩 부문 매출 1위를 달성 연매출 4600억원이라는 굴지의 명성을 기록했다.
지난해 히트 브랜드로 이름을 올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단일브랜드로는 유일하게 21만장을 팔아치웠고, 11월 한달간 930억원, 12월에 750억원 판매해 2017년 3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돌 가수 슈퍼주니어가 직접 출연한 홈쇼핑 방송은 1시간동안 롱패딩 1만 9천장 완판, 25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소비자 취향 세분화 시대에도 롱패딩의 히트 아이템 탄생 비결은 불황형 소비에 걸맞은 확실한 가성비와 희소성의 프리미엄 여기에 화제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후드티, 롱패딩처럼 캐주얼 아이템의 영향력이 커지고 드레스 코드가 취향의 진화와 기후 변화로 한층 유연해지면서 수트로 대표되는 포멀 웨어의 판매는 부진한 대신, 재킷과 팬츠를 각각 활용할 수 있는 셋업 스타일이 인기다.
본지가 조사한 2017 베스트 브랜드 결산에서 유통 전문가들이 선정한 2018 최대 유망브랜드이자 남성복 브랜드의 대안이 되는 브랜드로 손꼽힌 ‘수트서플라이(SUITSUPPLY)’가 이러한 방증이다.

 

에슬레저+ 복고패션= ‘헤리티지’

헤리티지 기반의 스트리트 무드가 확산되면서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은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과거 루이비통 모노그램 패턴을 차용해 소송까지 이르렀던 슈프림은 달라진 위상으로 정식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파격적이고 쿨한 루이비통을 완성했다.
‘에슬레저’와 ‘복고패션’으로 대표되는 헤리티지 스타일링의 확산은 스포츠 업계에도 확산되면서 휠라의 슈즈 ‘코트디럭스’ 단일모델 100만족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했고, 지난해 신예주자로 등장한 ‘질스튜어트 스포츠’ 역시 에슬레저의 뉴 트랜드에 맞춰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타깃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포츠라이프’를 찾아내 성공했다.

 

“2018년은 반드시 잘 될 거야” 소비자 마음 어루만지는 마케팅 뜬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2018년 트랜드를 한마디로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부재한 현실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정의했다.
2016년 12월 촛불 시위로 시작해 2017년말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사고로 불신과 불안에 가득찬 소비자를 위해 기업들은 최선을 다해야한다. 이제 가성비에 더해 소비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가심비(價心比)’에 집중해야한다.
서울대트랜드분석 보고서 트렌드코리아2018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양대요인은 ‘경기침체’와 ‘개인화의 가속화’로 축약된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에 지출을 늘이고 나만의 케린시아(Querencia: 스페인어로 ‘안식처’ ‘휴식처’)를 찾아 나서는 현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 트랜드 분석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불경기 문제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확산되고, 이전의 베이비 부머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세대적 경험을 한 소비자들이 시장의 주로로 진입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의 인공지능, 네트워크, 빅데이터,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의 놀라운 진보는 과거 사람이 하던 업무를 사람없이 수행할 수 있는 ‘언택트기술’의 등장을 이끌었고, 과거 재화의 구매라는 형태로 존재하던 상품들이 속속 서비스로 판매되면서 ‘만물의 서비스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
이러한 기술의 변화에 소비자의 가치관도 새롭게 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업무와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자아와 인생에 대해 열정적인 ‘워라벨(work-like-balance)’세대가 늘어나면서 자기 주관을 소비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또한 인간관계에도 비용편익적 사고가 적용되고, 사회 경제적 불안이 커지고 끝까지 자기를 지지해주던 가족과 지인마저 거리감을 느끼게 되면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는 노력을 포기할 수 없게 됐다.
한국경제신문사가 발간한 ‘2018대한민국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화두인 ‘욜로’족을 뛰어넘는 철저히 개인화된 사회성이 등장하고 1인 체제는 확대될 것이며, 그 핵심에 놓인 스마트폰에 대한 강력한 의존성이 인간관계 양상을 뚜렷이 바꿔놓을 것”이라 전망했다.

 

가성비에 ‘마음’의 만족 더한 ‘가심비(價心比)’가 트랜드
업무와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벨’ 세대들 ‘만물의 서비스화’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제 가성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성비에 가심비(價心比)를 더하고,  이를 위해 이유없이 끌어당기는 ‘매력’을 증진하는 데 주력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매력자본 시대에는 같은 성능, 같은 가격의 제품도 ‘누가 더 매력있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갈린다.
이 '매력'이야말로 2018년을 좌우할 핵심경쟁력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와 함께 상품대신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도 일어나고 있다.
제품은 공짜로 제공하고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프리미엄(Freemiun) 경제 등 기술경영에서 디자인경영으로 다시 서비스경영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
특히 차별화의 핵심이 소비자의 시간과 감성의 가치를 높여주는 서비스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삼성패션연구소 이지은 그룹장은 “2018년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브랜드 등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는 이른바 ‘하이퍼 커넥티드 소사이어티’가 키워드로 부각될 것” 이라며 “각 브랜드들은 개별 소비자와의 연결과 소비자 경험을 제고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통을 이어나가는 한편 기업들은 가변성을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소비자 경험, 편의성, 가성비, 참신함과 개인화된 서비스까지 다각도로 점검하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조정희 기자.

<참고문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트렌드코리아2018, 한국경제신문 대한민국트렌드2018, 삼성패션연구소 2017 2018 트랜드전망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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