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에 이어 화학 생리대 파동으로 대한민국 여성들이 우울증에 걸린 지 수개월이 지났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생활용품 전문점에서는 안전한 계란을 믿고 사라며 판매하고 있지만 생리대만큼은 여전히 냉담하다.

마트 곳곳 진열대에는 여전히 화학 생리대가 진열대를 독차지하고 있다.

친환경 전문점을 중심으로 유기농 생리대를 찾아 나섰지만 이마저도 물량 수급 부족과 생산 차질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유기농 생리대를 살수가 없으니 불안하고 찜찜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화학생리대를 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 때문인지 웃지 못할 일화가 있었다.

최근 필자가 미국에 다녀오면서 지인들에게 귀국길에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질문을 받은 대다수가 40대 주부들이면서도 고학년 딸아이를 둔 여성들이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미국에서 유기농 생리대 좀 사와 달라”는 것이었다.

"엄마인 나는 어쩔수 없다고 해도 내 아이만큼은 유기농 생리대를 사주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작은소원(?)이었다.

최근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 소셜 커머스 쇼핑몰에서는 여성들의 유기농 제품 구매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특히 해외직구 ‘유기농 생리대’가 새롭게 구성되어 절찬리에 판매중이다.

미국 친환경 전문숍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을 비롯해 스웨덴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생산한 각종 유기농 생리대가 이곳 온라인쇼핑몰에서 고가의 가격으로 팔린다.

‘Chlorine-free pads’ 라며 각종 화학제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미국 현지에서 4.5달러에 판매중인 ‘seventh generation’은 쿠팡에서는 15900원이다.

한 박스에 10만원이 넘는 최고가의 유기농 생리대도 출현했다.

해외 물류 배송비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가격차이지만 이 마저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 여성소비자들은 기본적인 여성으로서의 권리도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나라임을 여실히 증명해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생리대 사태를 불러온 전수검사는 국가가 아닌 소비자 단체가 나서서 이슈가 됐다.

특히 화학생리대의 어두운 진실에 이어 기존 ‘오가닉면’이라고 판매했던 제품들도 알고보니 겉에 드러난 패드만 ‘유기면’이고 내부에는 화학물질 범벅이었음을 알고난 소비자들은 모두가 경악했다.

비단 생리대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오가닉’이 아닌 제품도 ‘오가닉’으로 둔갑시키는 상술에 매일 속고 산다.

일명 진짜가 아닌 ‘100% 오가닉’이라는 의류가 대형 백화점에서 소비자를 속이고 있지만 유통 관계자 어느 누구하나 해당 기업을 제제하지 않는 것 역시 모든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먹는 것에서 나아가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을 믿고 살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다.

본지 조정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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