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인 줄 알지만 어느덧 성큼 11월에 들어섰다. 울긋불긋 산야의 오색 찬연한 만추의 계절에 어김없이 섬유의 날이 다가왔다. 섬유 패션인의 축제의 한마당인 올해 31회 섬유의 날이 11일 토요일이라서 하루 앞당겨 10일 오후 성대한 기념식이 열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도전과 혁신 경영으로 우뚝 선 모범 기업인과 유공자들이 정부 포상을 받는다.
올해도 금· 은· 동탑 산업훈장을 비롯 산업포장, 대통령, 국무총리표창을 비롯 산업부장관상, 섬유산업연합회장상 등 많은 공로자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수상자 모두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섬유의 날 기념식이 갈수록 우울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아쉽고 안타깝다. 엄동설한이 장기화되는 내수 경기는 물론 글로벌 경기도 냉골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섬유 패션인의 경영 환경이 팍팍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섬유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이 땅의 빈곤 퇴치 주역이자 고용의 일등공신이던 섬유산업에 적색경보가 켜진 것이다.

섬유· 패션 산업 극복 못 할 위기 없다. 

그러나 돌아가는 경영 환경은 외환 위기보다 더한 산업 위기이지만 위기 없는 시장도 극복 못할 위기도 없다. 언제라고 어렵지 않을 때가 있었는가. 많은 섬유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쟁력 상실로 시난고난 하지만 지금도 불황을 모르는 우등생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오더 가뭄으로 혼수상태 기업이 가장 많다는 대구경북 섬유 기업 중에서 끄떡없이 펄펄 나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 끝났다”“문 닫겠다”고 자포자기성 푸념이 많지만 “국내에서 끝까지 버티겠다”며 자신감을 과시한 기업도 많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린 불황 몰라요” 하며 일취월장하는 기업들이다. 대구· 경북에 있는 직물· 염색· 사가공업체 중 오더가 넘쳐 표정 관리하는 기업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곳저곳에서 가동률이 50~60%에 지나지 않아 적자경영에 신음하면서 사람 줄이기에 골몰한 데 반해 이들 불황을 모르는 기업들은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직물이건 염색이건 가연이건 불황을 모른 이들 우량기업들의 공통점은 과감한 투자를 앞세운 차별화· 품질 경영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질과 생산성을 겨냥해 뒤주에 있는 자금을 총동원해 첨단설비 개체에 총력을 경주한 기업들이다. 이를 전제로 생산성을 늘리고 남이 하지 않은 차별화 전략에 사운을 걸고 전력투구한 결과다. 수출이건 내수건 시장은 이같은 품질과 차별화 전략에 앞장선 기업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섬유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허리 부문의 직물산업이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있는 것은 이들 선도기업들의 선진 경영이 뒷받침하고 있다. 화섬· 교직물이건 환편· 경편 니트 직물이 제대로 유지돼야 화섬과 면방, 염색· 사가공 등 전후방 산업이 동반 성장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대구 경북이건 경기 수도권이건 이젠 남과 같이해서 적당히 생존할 수 있었던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자적인 자기제품을 만들기 위한 환골탈태가 살길이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안 하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섬유 패션업계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절실한 제31회 섬유의 날을 맞아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꿈과 신념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 섬유산업이 갖고 있는 노우하우와 저력 전 세계에 구축한 시장망 등의 자산을 활용하면서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매진하면 의외의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때마침 섬유의 날을 맞아 또 하나 강조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현안이 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글로벌 섬유센터건립이 급물살을 탈 것 같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빠르면 이번 주나 다음 주에 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월 성기학 섬유산업연합회장 2기 출범 때 이사회와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신축안건이 그동안 정부담당 실· 국· 과장이 모두 바뀌면서 승인이 지체됐던 사안이다. 정부의 승인이 나면 득달같이 설계 작업에 착수하고 이를 통해 강남구청에 허가절차를 거치자면 앞으로 10개월 내에 본격 착공공사가 이루어진다. 완공까지는 3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현 섬유센터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지하 6층· 지상 24층· 연건평 2만 424평 규모의 섬유패션 랜드마크가 우뚝 서게 된다. 대지 1550평 위에 세워질 초현대식 매머드 스마트빌딩은 25년 전 섬유센터 건축 당시 용적률 600%가 800%로 늘어난 덕에 8000평 가까운 건축 면적이 늘어난다. 소요 건축비 1670억원은 은행기채를 통해 조달하고 건물 완공 후 임대수익으로 연차적으로 상환하게 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초현대식 매머드 스마트 빌딩이 완공되면 그 자체로 대한민국 섬유패션산업의 상징이 되는 것은 물론 섬유 패션 비즈니스센터의 기능을 소화하게 된다. 공간이 협소해 패션쇼행사나 대형전시회 및 교육 세미나장으로도 부족한 현 섬유센터가 대형컨벤션센터를 통해 이 모든 것은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섬유패션기업과 단체가 포진해 국내외 비즈니스센터와 정보교류 및 협력 증진에도 기여하는 순기능이 기대된다.
대형 컨벤션센터를 활용한 패션쇼와 글로벌 전시 행사 및 세미나 교육행사 등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국내외 바이어들이 집결해 상담하는 공간을 대거 제공하는 섬유패션 전당은 필연적인 논리다. 자산가치가 수직상승하면 그 혜택이 고스란히 섬유패션산업에 지원된다. 국내적으로 섬유를 사양시하는 사시적 시각을 일소하고 국제적으로 한국의 섬유· 패션 위상을 재정립해 선진 섬유패션 대국으로 인식을 재고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같은 필연적인 논리와 현실적인 대안인 글로벌섬유센터 신축을 둘러싸고 일부 훈수꾼들의 음해성 잡음이 그치지 않은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반대론자들은 멀쩡한 섬유센터를 헐고 재건축할 정도로 우리 업계의 현실이 녹록지 못하다는 논리다. “테헤란로에 많은 빌딩들의 공실이 많은데 완공 후 임대수익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냐”는 기우도 가세하고 있다. 어패가 있지만 이같은 딴지는 변화와 도약을 외면한 현상 고착형 사고에 불과하다.

 섬유 센터 개인 소유라면 이대로 둘까 

개인이나 기업· 단체를 불문하고 재산 가치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인근 한국전력 부지에 현대자동차 그룹이 105층 마천루를 짓고 있고 한국판 록폰기힐스가 될 영동지역개발로 삼성동 일대까지 잠실 종합운동장 10개 규모의 지하도시가 형성된다. 이것이 완료되면 건물가치가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다. 섬유센터건물이 개인소유라면 새롭게 신축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묻고 싶다. 더구나 신축을 주도하고 있는 성기학 회장은 신축 글로벌 섬유센터에 단 한 평 소유권이 없다. 온갖 구설을 감수하고 착공할 뿐 완공 시점의 회장은 다른 사람이다. 양식 있는 섬유패션 단체장과 기업인들이 그에게 신축을 요청한 것은 수많은 회사 빌딩과 공장을 건설한 경험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잡음과 무관한 점도 한몫하고 있다. 성 회장이 아니면 먼 훗날 언제까지 한국의 섬유패션 랜드마크를 통한 이익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섬유패션사의 100년 대계를 위한 성 회장의 순수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왜곡 폄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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