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고 즐거워야 할 추석 한가위가 마음은 유난히 불안하고 썰렁했다.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기고만장 땡깡을 부리는 아시아의 히틀러 김정은의 망나니짓에 진짜 전율했다. 미국과 북한의 일촉즉발이 몰고 온 상황과 맥락의 개연성은 사실상 이미 선전포고였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지만 최후의 발악이 물고 온 저항이 겁나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안보· 경제위기의 이 판국에 정치권은 여전히 제 논에 물 대기식 ‘내로남불’ 각혈하며 삿대질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잠잠하던 대립과 갈등이 다시 도져 사사건건 입에 바늘을 물고 독설로 응대하고 있다. ‘구적폐· 신적폐’ 청산을 내세운 여야의 네 탓 핑계는 더욱 거칠고 깊어가고 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제의 두 바퀴인 수출· 내수가 칼날 위를 걷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친노동정책이 몰고 온 파장은 기업인의 분노지수에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성장은 뒷전이고 복지와 분배에 올인하는 정부 정책에 경제계는 울상을 짓고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힘 있는 기업은 해외로 탈출하고 능력이 달리는 기업은 앉아서 죽어야 할 처지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책임 안지는 훈수꾼의 소득주도 성장의 외날개보다 혁신성장의 양날개 전략을 제대로 펼쳐야 한다.

중국 워터젯트를 감축 반가운 소식

노동계의 합리적인 주장은 수용해야 하지만 노동계의 주장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다. 대통령부터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인 기업인들과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자본주의 꽃인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가 처절하게 망가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경쟁력을 잃어 삶은 개구리 신세가 된 기업현장에 재도약을 향한 꿈과 희망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기업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기업할 수 있는 나라로 바로 잡아야 한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고루할지 모르지만 우리 섬유업계와 정부는 세계 섬유산업 지형이 바뀌었음을 직시하고 살길을 찾아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듀퐁이 나일론을 개발한 1950년대 유럽에서 섬유가 꽃이 피웠고 영국이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산업화시킨 지 60년이 지났다. 그 후 일본이 발 빠르게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응용기술을 활용해 세게 시장을 주름잡았다. 이웃 국가인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눈동냥, 귀동냥을 통해 섬유산업을 일으켜 업· 미들· 다운 스트림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듯 이 땅의 빈곤퇴치 주역으로 반세기 가까이 일취월장하던 우리 섬유산업 역시 90년대 후반 중국에 기선을 뺏겨 갈수록 오그라들고 있다. 섬유가 고래 심줄처럼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어 순발력을 앞세운 우리 섬유산업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되고 있다. 스트림별로 차이는 있지만 국내 봉제 산업의 공동화에도 불구, 해외 진출기업들이 일취월장해 세계 섬유공급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봉제가 떠난 국내 섬유산업은 니트와 우븐을 망라한 직물산업이 주축이 돼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5만 대에 육박하던 대구경북지역의 워터젯트와 에어젯트, 레피어의 혁신 직기가 아직도 3만 2000대 규모가 남아있다. 이중 워터젯트직기가 약 2만 224대, 에어젯트가 6500대, 레피어가 5200대(2015년 기준) 분포이고 가동률은 극히 저조한 상태에서 갈수록 시난고난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신증설로 인한 대량생산체제와 풍부하고 저렴한 인력조건을 앞세운 공세에 우리 업계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품질도 급진전돼 한국산의 비교우위가 옛말이 됐다. 세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밀린 국산 화섬직물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축소지향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대구· 경북 산지 직물업체들의 가동률이 50~60%에 머물 정도로 참담하게 내려앉고 있는 것이 국내 화섬직물산업의 현주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까지 급상승하고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까지 국회서 거론되고 있어 더 이상 버티는데 한계상황에 와 있다. 임금이 올라도 생산현장에는 사람이 안 와 현장에서는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이라고 피 말리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웬만한 기업은 이미 해외로 탈출했지만 자금력이 조금만 있으면 추가 탈출준비에 여념이 없다. 기업마다 야간근무· 연장근무를 없애고 사람 줄이기에 최우선 역점을 두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천만 다행스럽게 귀에 번쩍 띄는 중대한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 무차별 신증설을 단행해 전 세계 시장에서 엄청난 공급과잉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국이 화섬직물용 워터젯트직기를 대규모로 감축한다는 방침이 결정된 것이다. 
중국에는 워터젯트직기만 13만 7700대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019년까지 4만 1300대를 감축해 9만 6400대만 보유하겠다는 방침이다. 감축대상 4만 1300대면 대구 경북이 보유하고 있는 워터젯트직기 2만 200대 규모의 배가 넘는 규모다.
13차 5개년 계획 기간인 중국은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공해업종 설비와 낙후된 공급과잉설비부터 우선적으로 감축한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중국의 최대 화섬직물산지인 우지앙시에 집중된 제직설비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워터젯트직기 가동에서 나오는 오염된 폐수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기에 그동안 무차별 신증설을 단행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을 불러일으킨 오버캐퍼시티를 조정하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4만여 대의 워터젯트직기에서 쏟아져 나온 직물량을 따지면 상상을 초월한 규모다. 이것이 제대로만 실현되면 워터젯트직기에서 생산된 화섬직물은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공급과잉이 아닌 오히려 타이트한 수급을 보일 수도 있다. 중국산 화섬직물의 저가 대량공급으로 시장을 잃고 급속히 위축해온 한국업계로 봐서는 천재일우의 호기일 수 있다.
중국은 워터젯트직기뿐 아니라 소흥일대 염색공장들도 대폭 정비하고 있다. 중국 전역의 염색가공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흥일대 염색공장의 현대화에 따른 공장 정비에 들어갔다. 이 일대 200개 염색가공공장을 100개로 줄이고 이들을 2020년까지 새로 조성된 소흥인근 빙하이 염색공단으로 이전시켜 첨단설비와 완벽한 환경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빙하이공단 입주기업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분야가 환경투자다.

가격경쟁 당당히 맞짱 뜰 수 있다.

중국이 이같이 공급과잉과 환경오염방지에 역점을 두는 산업정책은 결국 지금까지 견지해온 박리다매 중저가 제품의존도를 과감히 줄이겠다는 포석으로 보여진다. 지금보다 다른 기능성 중고가 원단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원사값이 오르고 염료값까지 뛴 상황에서 싸구려 제품으로는 채산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마디로 중국산은 싸구려 저가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직물산업구조변화는 한국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워터젯트직기 축소에 따른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가격경쟁까지 정면승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직물업계가 갖고 있는 독특한 차별화 전략과 마케팅전략으로 무장하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구경북 섬유업계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 직물산업이 살아나면 화섬· 염색 등 전후방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모질게 버티어 온 국내 화섬직물 산업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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