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개가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북한 외교관에 이은 김정은의 “늙다리· 미치광이” 운운 발언은 무식함과 호전성의 극치였다. 평화의 전당 유엔에서 그리고 아지트 평양에서 온갖 쌍소리를 가리지 않는 북한 정권의 막가파식 타락되고 전복된 행태다. 앞뒤 못 가린 포악한 악의 축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처지가 한탄스럽다.
그런 한편 속 시원하면서도 겁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다.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는 무서운 폭언이다. 로켓맨 김정은 집단에 대한 강한 압박용이겠지만 진짜 실행되면 북한은 지구상에 사라지는 참극을 예고하고 있다.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대북 감정이 극에 달한 우리의 마음은 후련하지만 실제상황이 되면 북한은 다 죽고 남한은 절반 죽는 꼴이 안된다는 보장이 없다.
반면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은 훨씬 품격 있고 대북 압박용의 양수겸장이었다. 뒷골목 시정 집배들이나 입에 담을 쌍소리를 일삼는 북한 정권의 행태와 정련되면서도 할 말을 다 하는 우리 정부 품격을 전 세계에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통계자료 없는 산업 정책은 허구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섬유패션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주부터 갑자기 ‘섬유패션산업 공장가동 및 인력 활용조사’에 착수했다. 섬기력산업을 담당하는 중앙과 지방의 섬유 관련 단체와 전문생산기술연구소 20개소를 동원해 전국단위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9월 19일부터 월말까지 10여 일, 그리고 추석 연휴 휴일 주일을 제외한 기한으로 10월 13일까지 기본조사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미 섬유산업연합회가 주관기관을 맡아 업종별 단체와 전국 섬유패션 전문생산연구소가 조사 작업에 착수해 본격 활동을 하고 있다.
섬산련이 1100개 기업을 맡아 조사하고 관련 업종별 섬유패션단체가 300~400개씩 할당을 받아 전국 1만 91개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섬유패션기업별 기업 현황과 생산설비, 가동률, 내· 외국인 고용현황의 인력실태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여진다. 1만 91개 기업 중 제조업체는 3500개 남짓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조업을 갖추지 않고 협력공장을 통해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무역업체와 패션 전문기업들로 망라되고 있다.
산업부가 이같이 대명절 추석 문턱에서 전국 섬유패션기업 공장 가동 및 인력조사를 실시한 배경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목적과 취지는 일단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모든 산업정책은 정확한 통계수치를 기본으로 중장기 육성정책과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동안 수많은 업종별 섬유 단체가 군웅할거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단체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할 정도였다. 몇 년 전 대구 경북 섬유 단체가 주관이 돼 아르바이트 학생을 동원하여 공장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해 비교적 정확한 자료를 확보할 정도였다.
전국 단위의 섬유패션산업의 정확한 실태조사는 20~30년 전에 부분적으로 한 두번 실시됐지만 오래된 일이고 통계 자체의 신빙성에도 문제가 많았다. 이번에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정확히 실시해 섬유패션산업의 실태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이번 섬유패션단체와 전문생산기술연구소를 통한 조사가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설문내용 자체가 알맹이가 있어야 하고 답변 역시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팩스나 전화, E메일 정도로 피조사 기업들이 정확히 답변을 해줄지도 의문이다. 그것도 불과 20일 내에 벼락치기로 조사하는 방식으로 기업 현황과 산업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내용 중 핵심은 기업현황 못지않게 가동률과 인력 활용조사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알다시피 지금 섬유패션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우리 내부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악재로 인해 최악의 위기국면을 호소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고임금과 인력난으로 경쟁력을 잃고 고립무원의 한계상황으로 추락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오더 기근이 심해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구 산지 제직과 편직공장을 중심으로 가동률이 60% 미만에 머물고 있다. 직물 차별화의 관건인 사가공 전문의 중소 가연업계는 극소수업체를 제외하고는 가동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수십 년 사가공을 영위하며 기반을 구축한 중견업체 두 곳이 이달 말로 간판 내리고 문 닫는 참상을 보여주고 있을 정도다. 경기 북부도 오더 기근으로 땅 꺼지는 한숨소리이고 바늘과 실 관계인 염색공장도 가동률이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
산업현장에는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인력난이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보다 10배나 비싼 임금을 주고도 내국인 근로자는 오지 않는 것이 생산현장의 현주소다. 섬유업계 생산근로자 평균연령이 55세이다. 60대 어른이 부지기수다.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 없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
말이 안 통하고 생산성이 내국인보다 떨어진 외국인 근로자 의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알량한 정치권이나 탁상공론의 행정 하는 사람들이 세계에서 보기 드문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어 기업의 경쟁력을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백번 옳은 일일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 월 300~4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심각한 국부유출이다.
그나마 외국인 근로자도 내국인 근로자 고용비율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해 생산현장은 피 말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불법체류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기업주는 모조리 벌금을 몇 번씩 물고 있는 전과자 신세가 됐다. 기업의 제조원가 중 원자재를 제외한 가장 큰 비중은 임금과 전력료다. 미국은 물론 베트남, 이집트보다 비싼 전기료를 부담하는 제조업들은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나갈 재간이 없다.

섬유패션산업 육성전략 지침 돼야

임금과 전기료의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비해 품질과 생산성이라도 앞서야 하지만 이것마저 옛말이 되고 말았다. 중국과 베트남 등지의 설비가 우리보다 훨씬 현대화돼 있다. 기업이 살기 위해 눈을 밖으로 돌려 6000개 가까운 섬유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했다. 최저임금은 급등하고 겁나는 근로시간 단축법안은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앞으로 전력 요금인상은 거의 받아놓은 밥상이다. 자동화· 성력화 설비는 전기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도 전기료까지 불안해서 제조업할 수 없는 나라로 전략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 실태와 쿼터제 확대가 왜 필요한지, 제조업이 왜 몰락하고 있는지 이번 조사를 통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모처럼 의욕을 갖고 착수한 실태조사가 전화통화에 의존해 수박겉핥기로 그쳐서는 안 된다. 장관 취임 이후 섬유업계와 가장 먼저 간담회를 가진 백운규 장관이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중장기 육성방안을 마련하는데 동기 부여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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