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전시회 취재를 가다보면 비슷한 풍경을 자주 목격한다.

이제나 저제나 좋은 바이어가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소극적인 참가자들을 비롯해 전시 마지막 날까지 상담이 밀려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

이렇게 두 곳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유독 파리만 날리는 썰렁한 전시 부스들은 비슷한 크기의 유사한 컨셉으로 옆 부스가 이 부스인지 소속이 어디인지 불분명할 정도로 한결같은 모양새로 나열돼 있다는 소위 '국가관'들이다.

단체로 참가해 개성없는 전시부스의 형태가 대부분 이러한 모습을 띠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전시가 끝난 후에도 비슷한 답을 듣는다.

“상담 실적이요? 좋은 바이어가 와야 상담이라도 하죠. 오질 않는데 어떻게 하나요. 비싼 참가비 본전만 생각나요.”

이와 반면, 전시 폐장 전까지 인산인해를 이루며 상담을 주도하고 있는 부스들은 도드라져 보일 수 밖에 없다.

전시 주관회사들에 따르면, 세계 곳곳의 모든 종류의 전시회 마다 상담실적이 저조한 곳은 전체 전시 참가 업체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나머지 40%만이 전시에서 승전보를 울리는 것이다.

이번 2017 프리뷰인서울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지난 8월 30일 전시 마지막날 클로징 타임인 저녁5시.

여기저기 짐을 싸느라 정신없이 분주한 전시장 부스들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상담 미팅을 이끌어 내고 있는 부스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특화된 기능성 원사를 브랜드로 내세워 고객 유치에 한창이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한일합섬은 자체 개발한 항균 기능성 원사를 사용한 신규 유아복 브랜드 ‘뽀로로 케어’의 본격 런칭에 앞서 프리뷰인서울을 최적의 마케팅 장소로 활용해 실익을 거뒀다.

전시 3일내내 상담실적만 수백건이 넘는다. 내년 200개 매장을 국내에 확대하는데도 적극 이용했다. 참관한 국내 및 해외 바이어 그리고 프레스까지 한큐에 해결한 셈이다.

 

아무리 후미진 곳도 올 사람은 온다

올해 처음으로 개설되어 전시관과 동떨어져 바이어 유치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프리뷰인서울 패션관’.

이 곳에서도 ‘바이어 전멸’이라는 대다수의 참가기업들의 평과 달리 눈에 띄는 상담실적을 이끌어낸 스타 기업이 있다.

‘ahin'브랜드로 참가한 CNC코리아가 그 주인공.

중국에 본사를 두고 주로 해외 각지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로 유력 해외전시회에서 우수한 상담실적을 이끌어낸 숨은 실력자답게 패션관 참가 업체 중 유일하게 현대백화점과 삼성물산패션부문 등 대기업과 브랜드 수주를 계약하는 성과를 이룬 곳이다.

이 회사 전은진 대표는 “그간 중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만 활동하다가 이제는 국내에서 정착해 보고싶어서 내수 바이어 유치를 위해 프리뷰인서울에 처음으로 참가한 것”이라며 “아인이라는 브랜드로 우리가 제안하는 디자인과 완제품으로 프로모션을 하거나 유통을 전개해 줄 수 있는 곳을 그간 찾고 있었는데, 백화점과 브랜드 모두 반응이 좋아 매두 고무적”이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외에도 경기니트전문관에 참가한 경기창작스튜디오 디자이너 문창성은 태국 바이어들의 구미를 당겼고, 천연 모피 전문 브랜드인 ‘옥스’는 내수 패션기업들이 샘플 오더를 다량으로 해갔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탐스 코리아’는 뛰어난 소재력과 컬러구현의 피케 셔츠와 프린트로 골프와 스포츠 브랜드들의 관심을 조명 받았으며, 패션관 후미진 곳에 자리해 눈에 띄지 않았던 업체였던 (주)꼼바꼼은 베이비 기능성 백으로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는 하이브리드 백이라는 특허 제품을 선보여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국내 유아복 전문 대기업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회사 박상태 사장은 “꾸준한 연구로 남다른 기술력은 있으나 국내 유통전개가 쉽지 않아 이번 전시에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처음 참가해 봤는데 참관객들로부터 제품력이 매우 뛰어다는 평을 받았다”라며 “내수 유아복 전문 브랜드와 계약을 시도해 유통을 확대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아인 전재은 대표, 옥스패션 이준혁 대표, (주)꼼바꼼 박상태 사장, 한일합섬 안병옥 팀장

해가 갈수록 발전하는 프리뷰인서울, 그러나 갈길이 멀다.

전시회에서 성공적인 상담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상품력과 차별화된 고유 브랜딩이 선결되어야 함은 이번 전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비단 패션기업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섬유기업들도 바이어를 공략할 브랜딩이 있어야 마케팅 노하우도 함께 수립이 된다.

어느 전시회건 기본 자질 요소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브랜딩이다.

즉, 내가 가진 상품이 세계 최고임을 보여줄 수 있는 기본적인 상품력, 마케팅, 완제품 샘플제안 그리고 그에 붙여진 차별화된 고유의 브랜딩이라는 이름이다.

제품은 훌륭한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식의 앉아서 신규 바이어를 기다리는 시대는 오래전에 이미 끝났다.

전시회에서 성공적인 바이어 유치와 상담을 최종 계약까지 끌어내기 위해서는 전시회에 참가하는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전시회가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자신의 부스에 초대될 초청 바이어가 완벽하게 세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략은 모든 선진 전시회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과 밀라노, 파리와 런던의 무수한 유명 전시회에서는 바이어를 참가 기업이 초청해 부스에서 칵테일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 전시에서 볼 법한 캐주얼하고 유연한 전시관 운영을 보여준 ‘SEALON'과 4차 산업혁명에 정조준해 다양한 시연을 보여준 고객 유치형 ’직물수출입조합 Ktextile.net'관은 이번 전시의 모범적인 부스로 보여진다.

굳이 오지 않겠다는 해외 바이어 유치에 모든 예산과 힘을 쏟아 붓기 보다는 ‘디자이너와 소재를 연계해 새로운 브랜딩을 개발하는 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특화된 서울의 전시회’ 라는 브랜딩으로 내수시장을 선도해 나아가는 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조정희 본지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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