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SPA 브랜드도 비싸서 안산다” 가격파괴 심각

패션업계 몸집 줄이기 돌입… 효율 위해 매장 정리, 브랜드 중단 등
잇단 몸부림에 2분기 흑자전환 기업 속속 출현… 하반기 기대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현대백화점그룹, 이랜드등 내실 강화 집중

사진출처: 송파구 박은경 씨 인스타그램

최근 몇 년간 국내 패션업계가 매출 하락세의 고전을 벗어나기 위한 ‘효율화’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쉽게 반등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소비 트랜드의 큰 변화가 ‘여행’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몇 시즌 간 국내 소비 트랜드를 분석해보면 2030 젊은 영 소비층을 비롯해 중년층까지 ‘나만의 힐링 여행’이 하나의 메가 트랜드로 자리 잡았는데, 그 배경에는 인기 TV 프로그램에 ‘꽃보다 시리즈’ ‘윤식당’ ‘뭉쳐야 뜬다’ ‘비긴어게인’ ‘싱글와이프’ 등 해외여행을 주제로 한 방송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18일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시장동향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객 수는 1262만762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증가했다.
이 추세로 가면 올 한해 해외 여행객 인구는 2600만명에 이른다.
특히 주말에는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자유여행을 여름 바캉스 휴가철에는 장거리 실속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해외여행 관련 상품과 연관된 매출 역시 크게 늘었다.
인터파크호텔, 호텔스닷컴, 호텔스컴바인 등 소비자가 직접 예약을 하는 온라인 매출과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에서 여행 관련 실속 저가 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수기를 맞고 있다.
서울 송파구 박은경(43) 씨는 “최근 미국 서부를 여행하고 하와이에 들려서 오는 18일간 장거리 여행을 위해 1년전에 비행기티켓과 숙박을 모두 직접 예약했다”라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 3년간 적금을 들어 여행경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행에 투자하는 소비층이 증가하면서 백화점과 쇼핑몰 등 유통사들의 대대적인 바겐세일에도 의류 매출 실적은 줄곧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옷사는 돈 아껴서 여행가는’ 소비 트랜드와 맞물려 글로벌 SPA 브랜드 마저도 올해 매출이 국내 진출 이후 역대 최대 하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형 패션사들 몸집 줄이기 안간힘 효과

사진제공. 조이너스

여행을 라이프스타일에서 큰 비중으로 생각하는 소비트랜드 변화에 따라 국내 의류업계는 적잖히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내셔널 브랜드는 물론 글로벌 SPA 브랜드들 역시 고전하고 있는 현실.
국내에 런칭된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유니클로’가 전년대비 영업이익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판매처를 통해 8900원~9900원대 바지가 불티나게 팔리고 적정 가격선이 무너지면서 이제 가격이 무기인 SPA 브랜드들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라며 “이제 의류 판매 가격의 적정선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대형 패션사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소위 장사가 안되는 브랜드는 과감히 정리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유통을 재정비하고 매장별 점효율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해석이다. 즉, 효율성 강화에 집중하면서 의류관련 소비 침체 장기화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것. 리딩 기업들의 본보기도 주목을 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 현대백화점그룹, 이랜드, 인디에프 등이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2분기 패션부문 영업이익이 95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배경은 과감한 브랜드 정리가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그간 남성 캐릭터 대표 브랜드로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던 ‘엠비오’를 과감히 정리하고, 효율이 나지 않는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 사업도 중단했다.
또한 로가디스는 그린라벨을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로가디스 컬렉션 라인은 갤럭시로 흡수 통합시키면서 유통망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빈폴도 기존 빈폴맨즈와 빈폴 레이디스 빈폴 키즈 빈폴액서서리 등 세분화했던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시켜 효율 매장을 만들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적자가 올해 2분기부터는 흑자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LF도 과감한 브랜드 정리와 매장 정리로 효율성 강화에 집중한 결과 영업이익을 상승시켜오고 있다.
남성복 타운젠트의 영업을 중단한 데 이어 여성 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브랜드 '일꼬르소' 매장 수를 크게 줄여 효율이 나지 않는 부진 매장을 과감히 정리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7%가 증가했고, 지난 11일 공시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308억원을 달성하면서 5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의류가 아닌 화장품과 식품 사업 확대에 주력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면서 한섬 매출액이 자연스럽게 3001억원으로 107%나 늘었다. 특히 SK네트웍스에서 운영해온 점포중 효율이 나지 않는 곳을 정리하면서 타미힐피거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SK네트웍스 인수효과로 2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의 영업이익이 증가해 119억원을 달성했다.

이랜드그룹은 모던하우스 매각을 끝으로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이랜드 월드의 비효율 매장이 효율 매장으로 빠르게 전환될 조짐이다. 기존의 수익이 낮은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내년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인디에프도 기존 조이너스의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효율 매장 중심으로 매장을 전개해온 결과 점효율이 크게 신장하면서 올들어 처음으로 130% 신장율을 달성했다. 특히 JTBC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하고 있는 김희선이 전속모델인 ‘조이너스’의 협찬 제품들이 전국에서 판매율이 급상승 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이외에도 신개념 편집숍 브랜드로 런칭한 후 매출 신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바인드(BIND)'의 선전이 두드러지면서 하반기 신규 대형 점포를 추가 오픈, 스타필드 고양점에 100평대 매장을 개점한다.

조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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