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進退三難>-----------

문 닫을까! 해외로 나갈까! 그대로 버틸까!…
수출 경기 대공황, 최저임금 덮쳐 앞길 막막
면방 최저임금 저항 섬유 전 스트림으로 확산
시난고난 차별화로 버텼지만 ‘이대론 공멸’

 

섬유산업이 ‘진퇴3난’에 몰렸다. 버틸까! 이참에 해외로 나갈까! 미련 없이 접을까! 백방으로 고민하고 생각해도 뚜렷한 해답이 안나온다.
요즘 산업계에 일판 만파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은 섬유기업들에게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격”이다.
이미 경쟁력을 잃고 시난고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시급 7530원이란 메가톤급 핵폭탄이 예고되고 있어 섬유 기업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한가지’란 자포자기성 체념이 길게 늘어선 것이다.
내년 최저임금 사상 최대폭 상승에 따른 면방업계의 반발이 가장 먼저 표면화되고 있지만 사실은 섬유산업 전반에 걸친 공통된 상황이다.
오죽하면 전방의 조규옥 회장이 매년 누적적자에 신음하면서 버티어오던 6개 공장 중 3개 폐쇄와 600명의 직원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폭탄선언을 했겠는가? 이를 신호탄으로 100년 기업 경방의 김준 회장이 국내 공장 중 가장 첨단설비인 “광주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섬유산업 뿌리인 면방산업은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결정되기 전에 이미 고립무원의 한계상황에 와있다. 과거에는 장기불황 중에도 5년 주기로 경기가 한 번만 돌아오면 누적적자를 만회하고도 떼돈을 벌었던 것이 면방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호시절은 기대할 수 없게 돼 있다. 실제 2010년 세계 원면 파동 때 재미를 봤지만 올해로 6년 이상 대공황에 몰려있다. 원면은 한국과 똑같은 조건에 구매한 베트남, 인도, 중국 등은 인건비와 전력비를 비롯한 제조원가가 한국보다 고리당 50달러나 싼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국내 대방은 모두 이미 베트남에 둥지를 틀고 투자를 강화해왔다.
이번 최저임금 대폭 상승으로 이미 나간 기업은 추가 진출하고 나가지 않은 기업은 새롭게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면방업계가 대기업치고는 비교적 임금이 박해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국내 유력 면방사 조사 분석에 따르면 현재 내년 최저임금 시급이 7530원으로 오르면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올해 연간 3546만원에서 4104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인건비는 5389만원으로 오른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지만 퇴직금과 수당· 상여금· 4대 보험을 모두 합치면 실질 임금상승은 25% 수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월 임금 40만원과 중국의 80만원과 비교해 도저히 경쟁이 불가능한 것이다. 면방이 앞장서 각혈하며 “못하겠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는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현재 55%에서 내년에는 74%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제조원가 중 원면값 65%, 인건비 20%, 전기료 10% 구조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까지 불거져 필연적으로 전기료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을 닫거나 해외로 나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면방뿐 아니다. 섬유 대기업인 화섬산업이라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화섬 근로자는 장기 근속자가 많아 월 400만원 이상이 많지만 화섬도 도급 비중이 30~60%에 이르고 있어 이들 도급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화섬업계의 경영 환경도 봇물을 이루는 수입사에 시장을 뺏겨 가격경쟁으로 인한 눈덩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기라성 같은 화섬 기업들 모두 주종인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 부문은 모조리 적자를 보고 있는지 수년째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게 경영난 타개를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某 대형 화섬업체가 최근 공장 근로자 70명을 퇴직시켰다.
섬유 대기업인 면방과 화섬이 이 정도면 하부 스트림의 최저임금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지의 생생한 글로벌 경기 동향에서 나타나듯 지금 세계 섬유 경기는 일대 대공황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오더 가뭄이 심한 데다 이미 가격경쟁력을 잃은 한국산 섬유의 한계 상황이 덮친 지 오래다.
국내 최대 산지 대구 경북은 지난 5월 이후 예년에 볼 수 없는 극심한 오더 가뭄에 직기 절반 수준을 세워놓고 있다.
대구 염색 공단도 중국산 생지가 아니면 가동률이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름 비수기까지 겹쳤다.
사가공전문의 가연업체는 수입 DTY의 범람으로 상당수가 가동률 50%를 밑돌고 있다. 그나마 품목에 따라 저가 인도산보다 낮은 막장 투매로 겨우 공장을 돌리고 있다.
경기 북부도 지난해 몰렸던 니트 자카드 오더마저 올해는 씨가 말랐다.
불황이 아닌 일대 공황상태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란 악재가 터졌다.
결국 제조업 중 고용이 가장 많은 섬유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 가동이 불가능한 제조업 현장에 결국 최저임금제를 적용받는 외국인 근로자만 살찌게 돼 있다.
이대로 가면 ‘진퇴3난’의 섬유산업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 살아남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발들의 불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백약이 무효이기에 앞으로 떡쌀 담그는 줄초상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