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옹기짐 지고 가다 자갈밭에 넘어진 형국이다. 돌아가는 섬유산업 현주소를 빗대는 말이다. 한마디로 섬유산업이 화염에 싸였다. 수출오더가 끊어져 경기는 엄동설한인데 최저임금이란 무서운 폭탄이 터졌다.
중소 제조업체는 물론 규모가 큰 면방산업까지 파산의 불길이 언제 어디서 발화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현장의 가동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기업인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대구 산지 섬유기업의 제· 편직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지고 중국산 생지 덕에 가동이 높아진 염색공단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섬유산업의 모태인 면방부터 대방인  전방을 필두로 최저임금 충격에 공장폐쇄와 인력감축, 해외탈출을 위해 연일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있다.
물론 기업의 지불 능력만 있으면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도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생활급을 보장하자는데 마다할 기업인은 없다.

전방의 극약처방 도미노 현상 온다

그러나 지금 중소 제조업과 영세기업들은 죽지 못해 버티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품질 차이 없고 값비싼 한국산을 사줄 얼간이 바이어는 없다. 더 싸고 좋은 서플라이어가 지구촌에 널려있는데 비싸고 품질 별로인 한국산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 경쟁력을 잃고 시난고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섬유를 비롯한 중소 제조업은 지금 거의 대부분 뒤주가 비었다.
대선 당시 4당 후보 너나 할 것 없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했고 그 약속이 잉크도 마르지 않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표를 얻기 위해 온갖 대포를 쏘아대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당선된  후에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누울 자리보고 발을 뻗어야 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산업현장과 영세자영업자들 처지가 한꺼번에 기본급 16.4%를 껑충 뛸 만큼 지불 능력이 없다.
말이 쉬워 기본급 16.4% 인상이지 퇴직금, 4대 보험, 연장수장 모두 합치면 줄잡아 기본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실질 임금인상률이 16.4%가 아닌 25%에 육박한 것이다. 장사는 크건 작건 오리보고 십 리를 간다고 했다. 이익이 보이고 가능성이 있으면 참고 버티지만, 희망이 절벽이다 싶으면 과감히 손 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급기야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대방(大紡)인 전방이 국내 3개 공장 폐쇄란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다른 기업도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인력감축에 들어갔다. 10년, 20년 근속자의 퇴직금이 내년 초에 당장 현재보다 25% 이상 늘어난 데 따라 벌써부터 인력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영세기업들은 일단 폐업 신고하고 다시 문을 열어 퇴직 정리한 직원을 재취업 시킬 요량이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기업은 막차를 마다치 않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진출한 기업들은 추가 투자를 확대하고 아직 못 나간 기업은 이제라도 갈 수밖에 없다고 서두르고 있다. 늦었지만 해외로 나가는 기업은 그나마 여유 있는 기업이다. 가고 싶어도 못가는 기업이 부지기수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안고 있다. 투자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차별화 화섬사 생산판매회사 고위 임원이 거래선 사장들을 만나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필자에게 실토했다. 니트 직물과 화섬 직물 불문하고 거래선 사장들과 접촉한 결과 “10명 중 9명이 기업 접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더라는 것이다. 최악의 오더 가뭄 속에 가동률 50% 미만의 열 받는 상태에서 최저임금 대폭인상이란 폭탄소식에 악에 받친 하소연을 토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의 생활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진의와는 달리 산업현장과 시장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고용유지의 일등공신인 전통 섬유산업 중 알짜는 해외로 모조리 나가고 국내에는 대다수 쭉정이만 남는 참담한 현상이 불을 보듯 뻔하다. 사람은 안 오고 임금은 중국과 베트남의 5~8배에 달하는 악조건 속에 살아남을 기업이 별로 안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온갖 악조건이 몰아쳐도 살아남은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선제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강화한 기업은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요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즉생(死則生) 각오로 투자하고 개발하고 마케팅 개척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중언부언하지만 섬유산업의 뿌리인 면방산업부터 미래가 가물가물하다. 중국, 인도, 베트남산보다 비싼 원가구성으로 내리 7년째 눈덩이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너나없이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로 비상탈출을 서두르고 있다.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면 수년 내 생존 자체가 불확실할 정도다.
섬유산업의 대들보 격인 화섬산업도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레귤러사는 이미 중국, 베트남, 인도산에 먹혀 국내 시장을 대거 내주고 있다. 피치스킨 이후 차별화 소재로 15년을 우려먹던 잠재권축사도 발 빠르게 추격해온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국내 화섬 메이커들이 자신만만하게 독주해 온 잠재권축사 생산 규모가 통틀어 연 4000톤 규모이고 이중 해도사 등을 제외하면 3000톤 규모이다. 반면 중국 화섬업계 생산량은 벌써 3만 톤을 넘어서 한국의 10배에 달하고 있다.
제직· 편직업계의 경쟁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 또한 소재 빈곤이 큰 원인이다. 잠재권축사를 능가하는 신소재개발이 선행되지 않으면 화섬직물, 니트 직물 모두 고전할 수밖에 없다. 봉제는 이미 공동화(空洞化) 된 후라서 자꾸 거론해 본 들 죽은 자식 뭐 만지는 격이다.
이같이 사방에 인화 물질이 널려 있어 화염에 휩싸일 절박한 위기국면을 타개하면서 국내 제조업이 안정성장을 받는 특단의 기반이 강구돼야 한다. 또 기왕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바엔 그 수혜가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제 없애야

다시 말해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국부를 유출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당장 철폐해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 안 해도 오고 싶은 희망자는 줄 서 있다. OECD 국가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근로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한 것은 은전도 아니고 자비도 아니다.
자기가 피 땀 흘려 돈 벌어 월급 준 일이 없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로다. 하루빨리 외국인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최저임금제를 없애야 한다. 또 하나 획기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수 천만 평 광활한 새만금에 제조업 중심의 경제특구를 지정해서 중소기업이 입주토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새만금 경제특구만은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를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해서 인력 활용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물론 최저임금적용은 배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국내기업들이 난파선에 쥐 빠져나가듯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국내 산업이 살아나고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획기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면 경제성장도 고용도 물거품이 된다. 이대로 가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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