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지율은 대통령 국정 운영 동력의 핵심이다.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능력 못지않게 운을 타고났다. 불통과 오만에 지친 국민들이 소통과 겸손으로 다가선 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여당 대표의 독설로 꽉 막힌 정국을 푸는 해법도 절묘해 발등의 불인 추경 심의의 야당 협치도 끌어냈다. 국민과 언론도 집권 1년은 허니문 기간으로 간주해 당분간 지지율 고공행진은 따놓은 당상이다. 오히려 세간의 걱정은 높은 지지도를 내세워 국정을 밀어붙일까 우려하고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배를 띄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물은 배를 띄우기도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요즘 전 국민 이슈인 원전 포기 정책을 지지도만 믿고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높다. 신고리 5· 6호기 공사중단처럼 국가 백년대계의 에너지 정책을 단숨 수염에 불 끄듯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사여탈이 걸려있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까닥 실수하면 지지율이 한순간에 추락할수 있는 것이다.

수출 외형· 고용 창출 인당 매출 초일류

본질문제로 들어가 해외에 대규모 소싱 공장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영으로 성공한 의류벤더들의 위업이 놀랍다. 산설고 물설은 동남아와 중남미에 일찌감치 진출해 대성한 의류벤더들은 하나같이 글로벌 경영의 귀재들이다. 90년대 초반부터 불어 닥친 인력난과 고임금을 피해 해외에서 신산고초를 거듭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작게는 1200억에서 많게는 1조 8000억원 규모의 대형기업으로 성장해 섬유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본지가 이번 호에 표본 조사한 15개사의 지난해 수출이 120억 달러에 달해 한국 벤더들이 수출을 전부 합치면 15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진다. 해외에 진출한 면방, 우븐, 직물, 니트직물을 합치면 자그마치 2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에 대규모 소싱공장을 갖추고 작게는 몇천 명에서 많게는 7만 명 규모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의류벤더들은 수출 외형뿐 아니라 국내 본사 직원들의 고용창출도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영업과 관리직의 본사소속 직원수가 기업당 작게는 80명에서 많게는 900명을 상회할 정도다. 15개사중 상위 8개사는 서울 본사에만 대부분 400명에서 800~9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섬유산업 중 사무직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다.
의류벤더들의 경영 기법 역시 섬유산업 중 가장 선진화돼 있어 벤치마A킹 대상이다. 상상을 초월한 수출 외형에서부터 1인당 매출액에서 글로벌 기업의 진수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예증으로 세계 초일류 아웃도어 전문기업인 영원무역(계열사 제외)은 지난해 매출 1조 2120억원에 영업· 관리를 포함한 본사 직원 435명을 고용했다. 인건비로 295억원을 지출해 인당 매출액이 28억원에 달했다. 1인당 매출이 단연 1위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매출 1조 8424억원(세아아인스 포함)에 본사 직원 870명을 고용하여 660억원의 인건비를 지출했다. 인당 매출액은 21.2억원으로 한세실업과 동일했다. 매출 ‘빅3’인 한솔섬유는 의류벤더 중 본사  직원 고용창출이 가장 많다. 작년 매출 1조 2902억원에 인건비로 613억원을 지출했다. 인당 매출액은 14.1억원이다. 직원 수가 많다 보니 이 부문에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통상은 지난해 매출 9023억원(내수 포함)에 589명의 본사 직원을 고용하며 인건비로 373억원으로 지출했다. 인당 매출은 15억 3000만원 수준이다.
신원은 지난해 매출 6313억원(내수 포함)에 본사 직원 수가 643명으로 인당 평균 매출 9억 8000만원을 나타냈다. 반면 유베이스인터내셔널은 작년 매출 1163억원에 179명의 본사 직원을 고용하며 인건비로 94억 1000만원을 지출했다. 인당 매출은 6.5억원으로 조사 대상 15개 벤더 중 인당 매출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의류벤더들의 본사 직원 수를 기준으로한 인당 매출은 최소 6억 5000만원에서 최고 28억원에 달하고 이들 벤더들의 본사 사무직 고용인원은 15개사 기준 7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고용 창출뿐 아니라 이들 벤더들의 고도성장은 국내 관련 섬유산업에도 막대한 파급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면방업체들의 면사판매의 가장 큰 거래선이고 이들 벤더 덕분에 어려운 국내 면방산업이 이정도라도 버티고 있다. 화섬도 알게 모르게 이들 벤더를 통해 시장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환편을 중심으로 한 니트직물업계는 의류벤더들이 가장 큰 거래선이다. 국내 크고 작은 니트직물업체들은 의류벤더를 통해 회사를 키워왔고 함께 동방성장 해왔다. 의류벤더가 없었다면 한국의 니트직물업체들이 직·수출만으로 오늘의 위상을 구축할 수 없었다. 바늘과 실 관계를 유지하면서 염색가공, 사가공을 포함한 연관 산업이 함께 발전해왔다.
일부 성급한 인사들은 의류벤더가 해외에서 돈 벌었을뿐 국내산업발전에 별로 기여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본 격이다. 해외 소싱 공장 근로자에 비해서는 본사 직원 숫자가 작을 수밖에 없지만 본사 사무직 고용 유발효과가 섬유산업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의류벤더야말로 면방, 화섬, 제·편직, 염색, 사가공, 부자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섬유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벤더들의 지속성장이 있어야 국내 섬유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일취월장을 기대해본다. 물론 벤더들도 급변하는 세계 유통시장 변화에 따라 거래 환경이 많이 바뀌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 거래선인 대형 리테일러들이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에 눌려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업체는 온라인대로 오프라인은 그들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 가격 후려치기가 연중행사다. 벤더들의 이익구조도 갈수록 축소지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어려워진 글로벌 섬유경기 속에서도 성장 동력을 가장 많이 확보하는 업종이 의류벤더다. 가격이 깎이고 또 깎여도 생산성으로 커버하고 차별화로 승부해 지속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유통시장 변화로 아무리 어려움이 와도 벤더들은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와 저력이 있다. 어느 곳에서 소싱을 하든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곳이 한국 벤더들이다.

국산 소재 살아있을 때 함께 같이 가자

다만 잘 나가는 벤더들에게 아쉬움이 있다. “더 싸게 더 싸게” 추세 속에 지구촌 어느 곳이건 싸고 좋은 원자재를 찾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무조건 한국 원사나 원단은 비싸다는 선입견을 갖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 한국산 섬유 소재도 외국산보다 크게 쌀 수는 없지만 품질 앞서고 같은 값에 맞출 수 있는 품목이 수두룩하다. 국내 소재 업체들도 과거와 달리 피나는 원가경쟁으로 가격을 맞추기 위해 마른 수건을 짜는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저울로 달고 자로 재서도 안되면 할 수 없지만 하는 데까지 노력하고 할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 이끌어야 한다. 그나마 국내산업이 이만큼이나마 남아있으니 가능한 얘기다. 국내 소재 산업이 몽땅 망가지고 나면 중국, 대만, 인도산 원자재 값이 폭등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의류벤더들이 잘 나갈 때 함께 같이 갈려는 동반성장 의식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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