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고양이를 넘어 호랑이를 조롱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대륙간 탄도 로켓(ICBM)까지 개발하고 미국과 중국을 가지고 논다. 귀에 겨우 피가 마른 서른 남짓 김정은에게 천하의 트럼프와 시진핑이 끌려다닌 꼴이다.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한 김정은의 기고만장 날뛰는 꼴에 전 세계의 분노지수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사실 철딱서니 김정은 집단에 순리로 대응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그는 고모부를 총살시키고 친형을 독살한 패륜아다. 상식도 진실도 통하지 않는 김정은에게 대화와 협상은 잠자다 봉창 뜯는 소리다.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신 베를린 구상을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때리는 남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인민이 누렇게 부황든 춥고 배고픈 북한이 천문학적 돈을 들여 로켓을 개발한 것은 순전히 중국 덕이다. 중국의 물적· 기술적 지원이 없었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원유 파이프만 일찍 잠갔어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다. 그런 이중잣대의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보복 철회 요청을 거부한 것은 아주 고약하고 파렴치한 짓이다.

기업인에 만연된 체념적인 냉소주의

본질문제로 돌아가 백방으로 돌아가는 통박을 재어 봐도 중소제조업 앞날이 가물가물하다. 섬유뿐 아니라 대다수 중소제조업 운명이 간당간당한 처지다. 요즘 섬유기업인들이 자다가 벌떡 일어나며 노심초사한 최저임금과 원전 포기는 기름에 불을 지르는 격이다. 물론 이같은 이유는 새 정부 출범에서 비롯된 돌발적이지만 그 뿌리는 깊고 높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내년부터이고 원전을 포기해도 전기료 반영은 4~5년 후다. 지금 이 시점에서 산업현장의 실상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이미 싹수가 노랗게 드러난다. 지난 20년간 가파르게 오른 고임금과 젊은 인력에 오지 않은 인력난은 결국 값싸고 풍부한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섬유 부문에서만 6000개 가까운 기업 글로벌 경영을 위해 나갔다.
가장 먼저 국내 의류봉제산업이 공동화(空洞化)됐고 직·편직, 염색공장이 앞다퉈 해외로 나갔다. 섬유산업중 보수성이 가장 강한 면방 산업마저 난파선에 쥐 빠져나가듯 베트남 시대를 활짝 열었다. 중언부언하지만 고임금, 인력난이 나갈 수밖에 없도록 등을 떠민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 소싱은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섬유뿐 아니라 기라성 같은 대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국내산업이 거미줄과 곰팡이만 가득 찼다.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과 조립공장은 최근 베트남공장 증설이 끝나면서 자체직원만 1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협력업체를 포한하면 20만 명을 베트남에서 고용할 정도다. LG도 베트남에서 5만명, 롯데와 초코파이 오리온도 베트남에서 5만 명씩 고용하고 있는 것이 추세적 현상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국내 섬유산업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존립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바램이지만 이것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저임금, 전력료 인상은 차후로 미루더라도 현시점에서 해외공장과 국내 공장을 비교하면 도저히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 면방산업은 한국이나 베트남 모두 원면을 수입해서 쓰고 있어 원면가격은 동일하다. 그러나 원면을 제외한 임금과 전력료 기타 비용을 합친 제조원가가 베트남은 고리당 150달러 수준이면 충분하다. 반면 한국은 줄잡아 고리당 220달러 선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리당 70달러 차이의 제조원가 격차는 엄청난 것이다. 우선 인건비가 우리는 200만원을 훌쩍 넘지만 베트남은 수당을 포함해도 35~37만원 선이다. 전력료도 한국보다 30%가 저렴하다. 코마 30수를 고리당 580달러에 팔면 한국은 적자지만 베트남은 흑자다. “나가야 산다”는 말이 실감 난다.
화섬은 워낙 덩치 큰 장치 산업이어서 아직 해외 진출이 없지만 안방시장은 급격히 잠식당하고 있다. 중국과 규모 경쟁에서 치이고 후발 베트남산 화섬사가 품질과 가격경쟁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을 무차별 유린하고 있다. 올 들어 5월 말 현재 중국산 폴리에스테르사는 POY가 57%가 늘어났고 FDY는 21%가 증가했다. 반면 베트남산 DTY는 작년 동기에 비해 230%가 폭증한데다 작년까지 들어오지 않던 FDY가 2000% 이상 늘어났고 POY는 2만%가 폭증해 한국시장을 안방처럼 유린하고 있다. 한국산보다 가격이 싸고 품질 좋은 품목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국내 화섬산업까지 초토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제직이나 편직 부문의 원가 경쟁력은 아직 해볼 만한 것 같다. 제직료가 중국과 비교해 불과 5% 정도 비쌀 뿐 차별화 기술에서 한국이 앞서고 있어 그 정도는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직기술도 차별화에서 한국이 앞서 그나마 경쟁을 유지하고 있다. 염색가공 분야가 아직 품질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구 비산 염색공단이 생긴 지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동화율이 뒤쳐져 있는 것이 문제다.
현시점을 놓고 봤을 때도 우리의 경쟁력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지에 비해 훨씬 취약한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물며 내일모레 2020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시대를 예고하면서 중소제조업이 살아갈 재간이 없는 것이다. 지구촌에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 시대에 싸고 좋은 제품만이 살아남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람은 없고 임금은 올라가고 무슨 재간으로 경쟁할 수 있는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설상가상 제조업현장에서 인건비와 함께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력료도 불안하다. 지금 이 순간 남아도는 심야 전기를 사용해도 산업현장은 주간과 똑같은 전력료를 부담해 미국과 이집트, 에티오피아보다 배나 비싼 것이 우리 전력료다. 설상가상 새 정부의 원자력 발전 포기정책이 현실화될 때 전력료 인상은 받아놓은 밥상일 수밖에 없다. “선무당 사람 잡고 반풍수 집안 망한다”고 설익은 주변의 훈수꾼들 때문에 백년대계 에너지정책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불황보다 무서운 기업인의 의욕상실

기업 환경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제조업현장 분위기는 급속히 싸늘해지고 있다. 대구· 경북 섬유업계 분위기는 악에 받친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가뜩이나 전대미문의 5월 오더 가뭄에 신음하는 처지에서 기업경영의 아킬레스건인 최저임금과 향후 전력료 인상 공포까지 겹치자 체념적인 냉소주의가 만연되고 있다. 투자를 강화해 경쟁력을 키울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우사 당하지 않고 정리하느냐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을 정도다 .
여건이 되면 막차를 타더라도 해외로 탈출하는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에 앞서 기업의 축소지향에 치중하며 우선 사람 줄이기에 나섰다. 웬만하면 현재 인원의 30%를 축소하겠다는 여론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지는 쪽으로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회사 정리하고 임대 놓겠다는 기업인이 수두룩하다.
대구뿐 아니라 경기북부도 땅 꺼지는 한숨 소리다. 면방도 베트남에 추가 투자에 경쟁이 붙었다. 필연적으로 국내사업장을 축소하는 전략이다. 최저임금인상도 필요하겠지만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지금은 임금 인상보다 고용유지가 더 급한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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