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0일이 된 문재인 정부의 인기는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서민 대통령으로서 파격 행보와 독선과 불통의 전 정권과 거꾸로 가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그러나 너무 급히 먹는 밥은 체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 하려는 속결주의는 필연적인 시행착오를 수반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수만 기다리는 반대파에게 벌써 반가운 호재가 생겼다. 고리 1호기 폐쇄에 이은 탈핵 선언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짜야 할 에너지 정책을 너무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우리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이 있기에 일본보다 전력료가 이만큼 싸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산업용 전력료는 미국은 물론 이집트, 에티오피아보다 갑절 이상 비싸다. 전력료는 산업 경쟁력의 바로미터다. 전력료 인상과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근본 처방이 선행돼야 한다. 또 국내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포기하면 노다지 원전 수출도 물 건너가게 된다. 벌써부터 약삭빠른 일본이 한국의 탈핵 선언에 히죽거리며 표정 관리 하는 모습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中企는 공멸 한다

기업은 자본주의 꽃이다. 어느 은행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기업의 3대 요소인 자본과 공장, 인력 중 핵심축인 인력 문제가 지금 산업현장의 발등의 불이다.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이라는 절규는 전국 산업 현장에서 갈수록 높게 퍼지고 있다.
이같이 절박한 상황에서 2020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시대가 불거졌다. 아무리 지킬 수 있는 공약(公約)과 지킬 수 없는 공약(公約)이 범벅이 된 대선 과정의 약속이라도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지금 이 문제로 중소기업 현장에는 초비상 상태다. 백방으로 묘수를 짜 봐도 뾰족한 처방이 안나온다.
섬유뿐 아니라 대다수 중소기업 생산현장에는 법이 정한 1일 8시간 3교대가 어렵다. 사람이 없어 1일 12시간 2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3교대를 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으니 불가능하다. 더구나 국내 인력이 오지 않으니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하지만 이들이 3교대는 수입이 작다고 한사코 거부한다.
중언부언하지만 현행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을 기준해도 연장 근무, 휴일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복리후생비를 합쳐 3교대 사업장은 기업이 1인당 연간 3315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2교대 사업장은 똑같이 기준해 현재도 연간 4694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시간당 6470원이 1만원으로 오르면 단순 계산으로 56%가 오른다. 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복리후생비 모두 같은 비율로 따라 오른다. 그렇게 되면 3교대 사업장은 연간 1인당 5323만원을 기업이 지불해야 한다. 2교대 사업장은 1인당 7178만 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같은 고임금을 부담하며 살아남은 기업은 가뭄에 콩 나기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임금구조로도 경쟁력을 잃고 시난고난 삶은 개구리 신세가 된 것이 국내 중소기업들이다. 젊고 기운 좋은 인력이 널려있는 베트남의 임금은 기본급 17만원에 연장 근무, 사회보장비 모두 합쳐 월 35만원 수준이다. 인건비가 많이 올라 탈중국 바람으로 걱정하는 중국도 내륙보다 높은 해안지대 근로자 임금이 모두 합쳐 월 70~80만원 수준이다.
요즘 기업 현장뿐 아니라 저잣거리 마실 나온 사람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아무리 통박을 재어 봐도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가는 방향은 둘 중에 하나다. 기업 간판 내리고 문을 닫거나 해외로 탈출하는 길뿐이다.
벌써부터 국내 공장 문 닫고 해외 탈출을 모색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면방업체를 비롯한 많은 섬유기업들이 국내 공장 문 닫고 해외 이전을 위해 본격 준비하고 있다. 해외 이전도 이제 너무 늦어 재미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국내 공장 운영보다 훨씬 좋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미 6000여 개 섬유 관련 기업이 해외로 탈출한데 이어 남아있는 기업들도 막차를 마다않고 뛰어들 태세다.
국내 섬유업계의 고민은 이 문제뿐 아니다. 각 스트림 가릴 것 없이 지금 경기가 모질게 등 돌리고 있다. 대구 산지도 경기 북부도 오더 가뭄이 역대 최악상태다. 지난 5월부터 한꺼번에 오더 셔터가 내려져 꿈쩍 않고 있다. 과거에는 아무리 죽네죽네 해도 5~6월에 이런 오더 가뭄은 없었다. 요즘은 원인불명 극심한 오더가뭄이 전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수십 년 누벼온 기라성 같은 세일즈 전문가도 요즘 같은 불황의 원인을 못 찾고 있다. 아주 괴이쩍은 현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란 핵폭탄이 예고돼있다. 우선 품목전환이 급선무다. 현재의 품목으로 안주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 차별화· 특화 전략의 고삐를 바짝 조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고부가 차별화· 특화 전략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요술이 아니다. 연구하고 투자하고 온갖 노력을 경주해도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직기를 대거 세워놓고 있는 대구 경북 산지도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뚜렷한 차별화 제품을 못 만들고 천수답 경영에 매달리고 있다.
대구 산지 주력 품목인 폴리에스테르 직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제직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사 메이커에서부터 신소재가 개발돼야한다. 사가공업체들의 특화 품목개발이 일본처럼 활성화돼야 한다. 한 가지 히트 제품이 개발되면 5년 10년을 우려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수 소재 개발이 발등의 불이다.
과거 복숭아털 효과의 피치스킨이 개발돼 대히트를 친 경험이 있다. 피치스킨 한 품목으로 대구 산지가 10년을 먹고 살았다. 그 후 고점도· 저점도를 활용한 잠재권축사가 후속 타자로 나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이것도 시간이 많이 지났다. 피치스킨, 잠재권축사 이후의 히트 작품이 나와야 품목 전환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의 품목으로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살아남을수 없는것이 우리 섬유업계의 현주소다.

자동화 개체· 품목전환 녹록지 않다.

품목전환과 함께 고임금 시대의 처방은 자동화 설비 개체다.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품질과 생산성이 앞서는 자동화 설비 투자는 가장 시급한 대응전략이다. 그러나 이 또한 녹록한 사항이 아니다. 곳간에 여유자금이 있는 기업들이야 쉽게 시도할 수 있지만 그동안 시난고난 버티어 온 기업에겐 여유가 없다.
한마디로 오더는 고갈됐고 최저임금은 급등하고 소재 빈곤으로 품목전환이 어려운데다 자금난으로 자동화 개체도 어려운 사면초가 상황이다. 이처럼 팍팍하고 고단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업계는 물론 정부와 단체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대구 산지를 중심으로 기업현장에서는 2020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시대가 가당치 않다고 치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다 죽는 정책을 정부가 강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신반의하며 강한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다. 내년에 당장 1만원으로 올리자는 노조 측의 닦달하는 짓거리를 보면 돌아가는 통박이 심상치 않다. 시대의 추세적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다.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커녕 기업할 수 있는 나라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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