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산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강원도 평창에서 올해도 섬유패션 기업인에게 산소를 불어 넣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해발 700미터의 청정지역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섬유패션의 최고 소통의 장이자 통합감을 불러일으킨 ‘2017 섬유 패션업계 CEO 포럼’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숨가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며 기업 경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정보와 생생한 산 지식을 습득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라성 같은 명사들의 특강은 우물 안 개구리가 변곡점의 꼭대기를 치닫는 천금 같은 변화무쌍한 글로벌 정보를 아낌없이 쓸어 담는 값진 기회였다.
주최 측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성기학 회장은 개막 연설을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우리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걱정스런 요소가 있지만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신념을 갖고 지혜를 모으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해 큰 호응을 얻었다.

평창서 배웠다 4차 산업 혁명 미래

글로벌 경영의 1인자인 성 회장은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국내와 해외 소싱을 통해 연간 400억 달러를 수출하는 국가 기간 산업임을 상기시키며 세계 각국이 한국섬유패션산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위치에서 “업계가 화합과 단결을 통해 국내 산업과 해외 사업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아울러 당부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부분 각료 내정이 이루워지고 있지만 산업부 장관이 아직 내정되지 않아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산업자원부 도경환 산업기반실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빅데이터, AI, 로봇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미리 대응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고해야한다”고 전제,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 대응하기 위한 3대 정책 방향을 철저히 준비해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명사들의 특강은 섬유패션업계에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한 금과옥조 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많은 것을 배우고 앞으로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해줬다. 저명한 경제학자이기도 한 정갑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은 ‘4차 산업 혁명과 세계 경제’란 특강을 통해 4차 산업이 몰고 올 일상과 산업 전반에 천지개벽을 예고해 분초를 다투는 변화의 시대를 실감케 했다. 기계를 인간의 머리처럼 지능화시키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실제상황을 상상이 아닌 예상으로 전개해 거역할 수 없는 변화의 속도를 정확히 진단했다.
하버드대 출신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서강대학교 송의영 교수의 ‘트럼프 행정부와 세계 경제’란 주제의 특강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세계 경제의 실상과 미래를 예고해 섬유 패션 경영에 산지식을 제공했다. 럭비볼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함께 3대 세계 경제 위험 요인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 흐름 분석은 섬유패션 기업인들의 귀가 번쩍 뜨이는 내용이었다. 지면 관계상 장황하게 소개할 수는 없지만 우려했던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와 중국발 금융위기, 세계 무역의 침체 악재가 걷히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갈 정도로 중국발 금융위기도 해소되고 세계 경제 2% 성장론의 비관론도 사라져 글로벌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무역 규모도 본격 증가세로 돌아서 그동안 우려했던 세계 경제의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고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다만 이같은 예상 밖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예단하기 어려움을 실토했다.
내수패션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경기회복 전망도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1.1%에 달해 이 수치가 지속되면 연간 4.4% 성장이란 폭발적인 성장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의 주체는 반도체를 비롯 수출 호조 품목과 건설경기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다만 가계 부채가 국내 소비 증가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CEO 포럼에는 경제 문제뿐 아니라 고전 평론가 고미숙 씨의 ‘동의보감으로 보는 삶의 지혜와 비전’을 인용한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의 특강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평창 동계 올림픽 소개’도 큰 관심을 끌었다. 또 문명 탐험가 송동훈 씨의 ‘다시 뉴프런티어에 서다..’와 바이올리스트 조윤범 씨의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등의 유익한 특강이 함께 이어져 섬유 패션인들이 새로운 분야를 배웠고 참석자를 모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세계 경제 회복세와 지표상 좋아지고 있는 성장 수치와는 달리 섬유패션 경기는 여전히 엄동설한이어서 걱정이다. 수출은 급랭 상태로 얼어붙었고 내수패션 경기는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엄살이 아니라 섬유 수출 경기가 예상치 못한 극심한 불황으로 업계가 초비상상태다. 대구 산지는 5월부터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가뭄 피해와 정비례해 오더 가뭄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번 평창 CEO 포럼에 대구업계 참가가 극히 저조한 것도 절체절명의 위기의식 때문이다.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고 상당수가 설비를 50% 내외까지 세우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 산지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 포· 동을 중심으로 한 경기 북부 니트 산지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 섬유산업을 받치고 있는 허리 부문인 직물산업이 갑자기 생사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화섬업계는 득달같이 원사 출고가 줄어들고 가격을 내려 거래선 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면방업계는 중국의 1개사 수준인 110만 주 내외의 국내 설비마저 가동 위협을 받을 정도로 불황이 예사롭지 않다. ‘안에서 샌 쪽박 밖에서도 샌다’고 비상구로 알고 진출한 베트남에서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한다. 콩값인 원면값은 오르는데 두부값은 추락해 눈덩이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설상가상 섬유제조업 환경은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2020년 1만원으로 오르면 떡쌀 담그는 기업이 부지기수임을 불을 보듯 뻔하다. 피 말리는 인력난에 최저임금이 올해 시간당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정확히 기본급에서 56%가 오른다. 수당과 퇴직금 등도 덩달아 같은 비율로 오를 수밖에 없다.

혁명적인 품목전환· 자동화해야 산다

이번 평창 CEO 포럼에 참석한 대구 경북 기업인과 경기 북부 섬유기업인들 하나같이 간판내리고 문 닫는 문제를 심각하게 호소했다. 결국 문을 닫거나 해외로 탈출할 수밖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이미 6000여 개 기업이 탈출한 상황에서 추가 탈출이 러시를 이루면 국내는 쭉정이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의 물결을 거역하고 정부에 반기를 들수도 없다.
결국 각자도생의 냉엄한 현실 앞에 사즉생(死則生) 각오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처방은 차별화· 특화전략이다. 불황이 깊은 지금의 엄동설한 경기에도 대구 산지에서 휘파람을 부는 기업이 있다. 하나같이 차별화· 특화전략으로 돌파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대구건 경기이건 섬유업체 모두 현재의 레귤러 품목은 모두 버리고 과감히 품목을 전환해야 한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기존 품목으로 살아남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공장 자동화도 발등의 불이다. 변곡점을 향한 변화의 시대에 조난되지 않으려면 원사· 직물· 염색가공· 사가공 등 관련 스트림이 일각이 여삼추 각오로 변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미 산업현장에 토사곽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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