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출발이 좋다. 안정감에 신선함을 더했다. 패권정치의 우려와는 달리 준비된 대통령은 시작부터 달랐다. 실패한 박근혜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온 국민이 목 타게 갈망하던 소통과 통합, 탕평과 협치의 진수를 보였다. 달라진 국정 운영 스타일이 분열된 국론을 단박에 치유하고 있다.
그동안 갈가리 찢기고 할퀸 장미대선 폭풍이 일시에 소멸됐다. 극렬하게 반대했던 사람도 “잘되길 바란다”며 찬사와 갈채를 아끼지 않는다.
반신반의했던 트럼프도 아베도 전폭적인 환영을 표했다. 사드 몽니를 부린 시진핑도 내심이 어땠건 깍듯이 예의를 갖췄다.
굳건한 한· 미 동맹을 재확인해 안보 불안감도 해소했다. 만고풍상을 이겨낸 문 대통령의 경륜과 지혜 앞에 온실에서 자란 김정은 정도는 차로 족치기가 아닐까 싶다. 지도자의 약속은 천금보다 소중하다. 5년 내내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을 하늘처럼 모시겠다는 그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길 바란다.

 

우물가서 숭늉 달라는 성급한 발상

때마침 문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섬유· 패션업계는 물론 국민력 관심의 하나가 개성공단이다. 선거 과정에서도 야당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큰 이슈가 된 개성공단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개성공단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개성공단 재개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심정적으로 재개를 학수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개는 필연적인 논리이지만 달도 차야 기울고 과일도 꼭지가 돌아야 떨어지는 법이다. 문 대통령이 하고 싶다고 개성공단을 당장 재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장막이 가로 놓여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재개하자고 채근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유엔과 미국, 일본 우방이 공동으로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국제적인 제재가 있기 전에도 개성공단에 대해 우리 맘대로 확장하거나 일방적인 지원은 철저히 통제돼 왔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통일부 장관이던 某 인사는 “개성공단과 대북 문제는 한 건 한 건 미국 측과 상의하고 조율해왔다”고 술회하고 있다. 철저하게 우방인 미국과 사전 조율하지 않고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경직되고 엄격한 상황이다. 아무리 개성공단 재개의 당위성이 크다고 해도 일부에서 기대한 것처럼 조기 재개는 어려운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지금 하루빨리 재개를 희망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달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좀 더 시간을 갖고 국제적인 공조 분위기를 보고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개성공단 재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급한 당면 과제는 피해보상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작년 2월 10일 군사작전 하듯 전격 폐쇄조치로 우선 전 재산권을 잃은 입주기업들의 파산을 막는 길이 급하다. 그 동안 정부가 나름대로 피해보상을 해왔지만 이런 이유 저런 제약을 걸어 피해액을 제대로 보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124개 기업이 공장과 설비 등 고정자산 투자에 따른 피해 신고액은 5654억원에 달했다. 이중 정부가 정밀분석을 통해 확인한 금액이 5088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보상은 업체당 최고 70억원으로 제한돼 남북경협자금 보험금으로 3865억원만 보상했다. 정부 확인 금액보다도 1223억원이 보상되지 못한 상태다.
더욱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유동자산 보상도 업계의 요구와는 동떨어졌고 합리성도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동자산 피해신고 금액이 2317억원에 달했으나 정부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순수 면장 기준으로 정밀 조사해 확인한 금액이 1917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실제 보상 금액은 1214억원에 불과했다. 정부 조사 확인 금액보다 703억원이 보상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보상한도를 피해 확인액의 70%로 묶은데다 여기에 업체당 한도를 22억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를 기준해 유동자산 피해규모가 30억원 미만 기업은 70% 보상으로 손실이 보전됐지만 가져오지 못한 원부자재· 완제품 규모가 50억~100억 이상 피해업체는 당장 22억원밖에 못 받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 원부자재와 완제품은 임가공업체인 개성공단 기업 소유가 아닌 원청 모기업이나 원부자재업체 소유다.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피해를 당한 개성공단 기업들이 피해 보상을 못 받은 것도 원통한데 원청 모기업과 하청 협력업체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하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파산 위기를 당하지 않도록 하고 원청· 하청업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은 개성공단 가동이 급한 게 아니라 일단 파산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보상이 완벽하게 이루워져야 한다. 여기에 단순한 유동자산 피해뿐 아니라 전격 폐쇄로 인한 영업권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업이 거래선을 잃는다는 것은 사망 선고나 다름이 없다. 영업권 보상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입주 기업들의 절박한 요구다.
특히 차제에 우리 국민이 개성공단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흔히들 개성공단이 마치 북한에 퍼주기로 왜곡 폄하되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로 12년째 접어든 개성공단에 처음 진출했을 때나 지금 이 순간까지 개성공단에 간 기업들이 북한 도와주기 위해 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시각이다. 개성공단 조성을 진두지휘했던 전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의 직언처럼 “북한 돕기 위해 개성공단에 간 기업인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공장에 일할 사람은 없고 임금은 고공행진하는 판에 중국과 베트남으로 가는 것보다 개성공단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풍부한 노동력과 중국· 베트남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월 40~70달러 인건비를 고려할 때 적어도 내수시장용 생산기지가 개성만큼 유리한 곳이 없었다. 더구나 서울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여서 부산 가면 출장이고 개성 가면 외출로 보는 장점을 고려한 것이다. 내국인 거래라서 관세가 없고 ‘메이드 인 코리아’제품으로 인정받아 더없이 유리한 곳이다. 아침에 개성에서 출발한 완제품은 경기도 인근 물류센터를 거쳐 오후에 백화점에 진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것도 정부가 권장해 정부를 믿고 전 재산을 투자한 것이다. 
북한에 핵 개발용 현금을 준다고 침소봉대하지만 연간 1억 달러 인건비 주고 5배 10배 이익 보면 남는 장사다. 원부자재 100%를 남측에서 가져가 남쪽에 4000여 협력업체와 3만 명의 고용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개성공단 퍼주기 왜곡 이제 그만둬야

그동안 개성공단 기업의 이익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북측이 임금 인상을 떼쓸까 봐 쉬쉬해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남측의 이익률이 공개된 것은 참으로 잘못된 자해 행위다.
장기적으로 배후 도시까지 포함해 2000만 평을 개발한다고 해도 지금은 11년째 시범단지 100만 평내 30여만 평에 124개 기업이 입주해있다. 황색 바람을 타고 북한 근로자 의식이 상당 부문 남쪽 사람으로 바뀐 것은 오히려 북한 김정은 집단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남북 긴장 완화와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제대로 알고 평가해야 한다. 아직도 개성공단을 퍼주기로 매도하는 것은 악의적인 국론분열 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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