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의 레코드판처럼 안보에는 연습이 없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고고도 미사일(사드) 설치는 번갯불에 콩 볶듯 기습적으로 설치됐다. 그만큼 한반도 안보 위기가 엄중한 것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처지에서 사드 배치는 필연적이고 현실적인 안보 전략이다. 더 이상 우리 내부에서 반대 논쟁은 시간 낭비다. 대선후보들도 ‘강력한 유감’ 운운은 일과성 통과의례로 끝나야 한다. 호랑이 앞에서 웃통 벗고 대드는 북한의 히틀러 김정은의 오판으로 남한이 불바다 되면 북한의 40배인 남한경제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대선전 사드 배치가 전광석화로 이루어진 것은 절묘한 선택이다. 다음 정부에서 깔고 뭉갤 것을 기대한 중국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영토에 사드를 배치하건 대포를 쏘건 왕 서방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몰염치한 사드보복에 이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의 발언에 억장이 무너지고 분통이 터진다.

 

일당 20만원 성주 참외밭에 뺏긴 근로자

누가 됐건 장미 대선에서 선출된 새 지도자가 하루빨리 나라의 중심을 잡고 위상을 세워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테이블에 우리 의자가 없는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의미하는 한국 왕따가 창피하고 불쾌하다. 장기판의 졸 신세가 된 대한민국을 한시바삐 국제적으로 당당한 선진국으로 복원해야 한다.
잠시 얘기를 바꿔 때마침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은 인구 4만 5000명 남짓의 경상북도의 작은 고을이다. 특징이 있다면 성주군이 전국 제일의 참외 주산지란 점이다. 참외 재배 농가가 4500가구에 달하고 지난해 참외 재배로 4500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가구당 평균 1억원의 소득을 올려 전국 농가 중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전국 농촌마다 인구가 줄어들어 몸살을 앓고 있는 데 반해 성주군은 해마다 인구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참외 농가 번창과 함께 산업단지가 조성돼 외부로부터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주 군수는 인구 5만 명 돌파에 참외 농가 수익 5000억원을 군정 슬로건으로 내걸 정도로 활력을 띠고 있다.
새벽에 기습적으로 사드설비를 운반 설치한 충격 속에 다행히 대다수 성주 군민들은 이제 사드설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같다. 해발 700미터에 달한 성주 골프장에서 방어용 사드를 발사한들 아랫동네 주민에게 전자파가 올 리 만무하다고 보고 있다. 참외 재배를 망칠 것이라는 이상한 괴담도 이제 자취를 감췄다.
좁은 지면에 중언부언한 것은 참외 농가와 섬유사업장의 생뚱맞은 연관성 때문이다. 참외 수확기가 되면서 참외 농가의 일손 부족이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참외 농가가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일당 20만원을 내걸고 무차별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농촌 일손뿐 아니라 높은 일당에 솔깃한 섬유사업장 근로자들이 참외 따는 일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섬유공장마다 젊은 신규 인력이 오지 않아 50~60대 부녀자가 지키고 있는 판에 이들이 참외 따는데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전국 섬유 사업장은 사람이 없어 아비규환이다. 경기가 없어 생산설비를 세워 놓은 때는 부도 걱정에 잠이 안 오고, 오더가 늘어나면 생산 인력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계절적인 성수기로 새워둔 직기가 풀가동되고 있는 대구 경북 산지에 인력 스카웃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경기 북부도 매한가지다. 의리나 양심은 뒷전이고 돈 더 준다면 그곳으로 쏠리는 것이 근로자의 속성이다.
남의 공장 직원을 빼내기 위해 돈을 더 주는 미끼를 내걸어야 하고 뺏기지 않기 위해 대우를 높여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두고 쓰는 얘기지만 섬유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 생산현장에는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이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어도 생산현장은 거들떠보지 않은 것이 우리가 서 있는 현주소다.
가당찮은 것은 이 틈을 타 인력 가뭄에 목 타는 중소 제조업을 상대로 신종 업종이 등장해 성업 중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어디서 모았는지 불법체류자를 수십 명씩 동원해 몰고 다니며 인력난 업체를 대상으로 소개하는 전문회사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 알선업체는 인력난 업체를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 조건을 제시한다고 한다. 월급도 평균 임금보다 더 줘야 하고 기숙사와 하루 세 끼 식사까지 제공하는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공장을 세울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현행 법 규정상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면 기업주도 처벌을 받게 돼  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당장 공장을 세울 수 없어 고용하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대표가 적발돼 검찰에 불려가 벌금을 부과받은 전과자 신세가 되고 있다. 내국인은 떡 쪄놓고 빌어도 오지 않는 생산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라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제도 개선이 급선무다.
그 대안은 우선 외국인 근로자 송출업무를 담당하는 창구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현실에 맞게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근로자 송출창구를 섬유업종에 한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 현행체제에서는 한국에 오기 위해 1인당 2000만원 내외를 브로커에 주고 들어온다고 한다. 본전을 뽑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득달같이 이탈하는 숫자가 부지기수다. 대만처럼 입국 시△지정된 작업장 이탈할 수 없다. △혼인할 수 없다. △출산할 수 없다는 명문규정을 만들어 위반 시 즉시 강제 출국시키는 엄격한 규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현행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에 따른 인력 쿼터를 현실에 맞게 늘려야 한다. 지난해 명목상 전체 제조업에 4만 4200명과 건설업, 농업, 어업, 서비스업종을 추가해 총 5만 8000명을 도입 운영했으나 이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올해는 2000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섬유 패션 제조업만 해도 전체 근로자 30만 명의 5.7%인 1만 7000명의 현장 근로자가 부족한 것으로 섬산련 조사결과 드러났다. 노동부 조사에서도 섬유패션제조업에 9000명(전체의 3%)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임금 월 300만원 시대

또 내국인 근로자 고용인원 비율에 따라 적용하는 구간별 배정 원칙도 대폭 개선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내국인 근로자 11~30명 고용사업장은 10명, 31~50명 내국인 고용 사업장은 12명, 50~100명 내국인 기업은 15명식으로 구간별 배정 원칙에 묶여 설사 외국인 근로자 쿼터가 늘어나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4대 보험과 최저임금제를 적용해 연장근무와 기숙사, 식대 등을 포함하면 임금수준이 줄잡아 월 300만원에 달한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독일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우를 해준 국가로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 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섬유산업연합회가 중심이 돼 섬유 단체가 총출동해 총리실, 산업부, 노동부를 항의 방문한 일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아무런 기별이 없다. 지난 28일에도 섬산련 주최로 ‘외국인력 활용제도 개선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건의하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노동의 국수주의만 고집하다 국내 기업이 결딴나면 그때까지 사후약방문을 내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대로 가면 섬유 사업장은 사람 부족으로 5년 내 끝장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 같은 대못부터 과감히 빼야 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