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뻥은 무죄인가! 선거 때면 표를 향해 무수히 쏘아대는 대포 소리에 흰 까마귀· 검은 까마귀 분간이 안 된다. 국민들도 달콤한 거짓말에 인이 박혔다. 금방 들통 날 허황된 공약(空約)을 열광적으로 즐긴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단골 메뉴였지만 7·4·7 공약이 그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4·7·4 공약도 판박이 거짓말이었다. 경제 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주술에 국민은 속은 줄 모르고 환호했다. 순서만 바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도 새빨간 뻥이었다.
장미 선거가 보름 앞으로 임박하면서 각 당 후보들의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이 또 도졌다. 돈 벌어들일 생각보다 나랏돈을 자기네 곳간인 양 노인, 아이 구분 없이 수십조 원의 복지지원을 남발하고 있다. 무슨 은전인 양 베풀고 자비인 양 생색을 내고 있다. 후보들 대다수가 자기가 돈 벌어 월급 줘 본 경험이 없다 보니 “내 돈도 내 돈, 남의 돈도 내 돈”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류벤더 20년 호황 끝나는가.

대통령 보궐선거가 임박하자 후보들마다 물들어 왔을 때 배를 띄우느라 가히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당선만 되면 대한민국 국가 원수로서 5100만 명 식솔을 거느리고 400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용상이 눈앞에 아른거릴 것이다. 그러나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水則載舟水則覆舟). 누가 용상에 오르든 간에 꽃가마를 타다 상여를 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국내외적으로 전개되는 섬유산업 통박이 싹수가 노랗다. 그동안 시난고난 죽네죽네하면서도 버티어 온 우리 섬유산업이 갈수록 십종 허들처럼 장애물이 앞을 막는다. 무엇보다 섬유수출의 주시장인 미국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시장 상황이 어제가 옛날처럼 악화일로다.
무엇보다 해외생산이 됐건 국내 생산이 됐건 의류수출벤더들이 승승장구해야 섬유업계에 이삭이라도 떨어진다. 원부자재 현지 조달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국내 조달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면방· 화섬· 편직· 제직· 염색 각 스트림에 직접· 간접으로 많은 거래가 이루워진다. 국산 원자재 사용이 갈수록 줄어들어 원성이 잦지만 그나마 벤더 수요가 없으면 국내 산업이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여 년간 크건 작건 의류벤더들은 초고속 성장을 만끽했다. 해외에 대규모 봉제 공장을 만들어 규모 경쟁으로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수직상승하던 여세를 몰아 금싸라기 땅의 매머드빌딩을 샀고 일부기업은 미국의 명문 골프장까지 매입해 일취월장해왔다. 20년 가까이 의류벤더는 배터지고 국내 섬유산업은 배곯아 피골이 상접한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해 변곡점이 꼭대기에서 미국의 유통시장판도가 급변한 후 벤더들의 요순시절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악화 못지않게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실적이 득달같이 반영된 주가동향을 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희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마존닷컴의 주가가 주당 900달러에 달하고 곧이어 970달러를 예견한데 반해 아마존 매출의 3배에 달한 월마트 주가는 고작 71달러수준이다. 타겟, 콜스, 갭, J·C 페니 모두 주가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의 대형유통업체인 시어스로벅은 존립위기를 헤메고 있다.
온라인의 고공행진은 필연적으로 가격추락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기존 거래선인 백화점과 체인스토아 가격의 50%내외의 가격 후려치기를 강요한다. 그렇지 않아도 의류벤더들의 단가 추락은 지난 10년 이상 단 한차례도 빠짐없이 반복됐다. 실제 2006년 섬유쿼터가 폐지된 이후 바이어들의 가격후려치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것도 매년 10~20%씩 한해도 빠짐없이 거듭됐다.
벤더들이 그동안 무지막지한 바이어들의 가격후려치기를 감내한걸 보면 무던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마른 수건 다시 짜기를 해도 해외공장의 임금과 운영관리비는 수직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바이어 속성상 자신들의 손해는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회사가 적자를 내면 주주들이 CEO를 닥달하고 결국 몰아내는 미국 풍토에서 적자를 줄이기 위해 벤더들을 쥐어짜는 것이다.
기둥을 치면 대들보가 울리듯 벤더 또한 혼자 당할 리가 없다. 바이어가 후려치는 가격조건만큼 가급적 원부자재업체와 협력 공장에 전가하는 것이 다반사다. 바이어는 벤더에게 전가하고 벤더는 원자재업체에 떠넘기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전부를 전가할 수 없어 자체 흡수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크고 작건 벤더들의 영업이익이 확 줄어들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올해 상황이 작년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유통업체들마다 전국에 산재한 매장 중 이익이 안 나는 곳은 무차별 문을 닫고 있다. 1500개 체인스토아를 갖고 운영하던 리테일러가 10%만 줄여도 150개가 폐쇄된다. 기존 디스카운트 스토아뿐 아니라 고급 백화점들도 별도 대규모 할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어거지로 저가 오더를 수행하지만 외형은 늘어도 영업이익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 갈수록 급속히 악화되는데 우리 내부의 환경은 제조업 말살정책으로 가고 있다. 이미 6000개에 달하는 섬유기업이 난파선에 쥐 빠져 나가듯 탈출한 상황에서 남아있는 기업도 갈수록 견디기 어렵게 가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는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이라고 피를 토하는 호소가 그치지 않는데도 대안이 없다. 노송이 무덤을 지킨다고 50~60대 노인들이 현장을 지키는 처지에서 궁여지책으로 고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4대 보험에 기숙사, 식사 제공을 포함하면 월 300만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같이 절박한데도 대선후보들은 2020년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대선후보는 주 35시간제를 채택하겠다고 한술 더 뜬다. 기업할 수 있는 나라는커녕 기업할 수 없는 나라로 몰아가고 있다. 전국 제조업의 98%에 달하는 중소기업 다 죽고 나면 손가락 빨고 살자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오죽하면 미국으로 가겠는가.

정치하는 사람뿐 아니라 행정하는 사람들도 세상 똑바로 보고 정책을 만들어야한다. 세계에서 가장 임금이 비싼 미국에 한국 섬유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보고도 느낀바가 없다면 사고가 없거나 직무유기다. 소문대로 미국의 임금은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종합적으로 계산하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 시간당 임금이 비싼 반면 연장· 휴일 수당 부담이 없는 곳이 미국이다. 일의 집중도가 높아 생산성에서 한국보다 앞선다. 복리후생비, 기숙사비, 연장 근무수당을 포함하면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풍부한 인력에 전기료가 싸고 관세가 없고 'made in USA'의 장점과 원산지 규제가 없는 수많은 장점이 큰 것이다. 오죽하면 저임금 섬유산업이 미국 본토에 뛰어들고 있는가를 정치하는 사람, 행정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직시하고 처방을 제시해야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