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유비무환을 강조한 로마 격언이다. 이 말의 의미는 전쟁을 막기 위해 힘을 기르자는 뜻이지 결코 힘을 길러 전쟁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어찌 됐건 전쟁은 수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피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화를 위한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 싸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요 며칠 온 국민은 긴가민가하면서도 겁나는 전쟁 공포증에 모골이 송연했다. 한다면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깡패집단 북한을 금방이라도 선제 폭격할 것으로 보았다. 외신들은 북한 폭격을 초읽기로 몰아갔고, 이웃 일본은 한술 더 떠 한국에 있는 5만 7000명 일본인 구출작전까지 세웠다. 때리는 남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듯 위기를 부추기는 일본의 행태가 얄밉다 못해 가소로웠다.
섬유 사양론자 NC 주립대에 가보라.
감정과 기분 같아서는 미국이 첨단무기를 동원해 경거망동한 북한을 묵사발 냈으면 싶지만 자칫 되(升)로 주고 말(斗)로 받을 수 있다. 말로 때리고 되로 받아도 전쟁은 안 된다. 발악을 할 김정은이 휴전선 근처에서 남쪽을 조준하고 있는 1000여 대의 장사정포가 날아오는 순간 수십만명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싸움판에서 가장 겁나는 상대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이판사판 존재다. 그래서 “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시대가 아무리 변곡점을 향해도 산업발전의 기본 요체는 인재다.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유능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은 물론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혼연일체가 돼 많은 투자를 감행한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4년제 대학 230여 곳과 2년제 152개 대학이 군웅할거하며 분야별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누가 뭐래도 생활 문화 미래산업인 섬유 분야 전공과목이 대거 사라진 현상이다. 그 많던 대학의 섬유공학과 명칭이 사라지고 고분자 또는 재료공학과로 개명했다. 전국 4년제 대학 중 아직도 섬유공학과 명칭을 유지하는 곳은 영남대학을 포함해 극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은 128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 권위의 섬유전문대학으로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섬유 공학 석· 박사 90%가 이 대학 출신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 종사하는 섬유공학 석· 박사도 이 대학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성기학 섬산련 회장이 이끄는 섬유업계 미국투자조사단 일행이 이 대학을 견학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 대학의 규모와 운영실태뿐 아니라 섬유산업에 대한 신념에 찬 열정과 교육 커리큘럼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이 섬유산업을 얼마나 중시하고 연구와 인재 양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 자체의 인재양성과 교육 및 연구 활동뿐 아니라 산학 협력체계가 어느 나라보다 활성화되고 있는 현장을 보았다는 것이다.
교육내용과 연구활동을 전부 파악하기 어렵지만 생산현장에서 즉시 응용할 수 있는 실습 기자재 규모와 첨단화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섬유 각 스트림별 최신 첨단기종이 총망라돼 학생들에게 실습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 현장이 우리와 판이하다는 것이다.
이 대학교수가 방문단에게 귀띔한 내용 중 지금까지 실습교재용으로 갖추고 있는 실습용 각종 섬유 설비를 금액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5000만 달러 규모가 넘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공대가 보유한 설비와 시험연구 기자재와 비교하면 천항지차임을 웅변으로 말해줬다고 조사단 일행이 필자에게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와 산학협동도 우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학의 명성답게 정부와 기업은 물론 해외 각국에서까지 섬유산업의 신기술 연구와 개발 용역을 대거 의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구글이 이 대학교수에게 전 세계 바다와 산악지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기구를 지상 수십 킬로 상공에 띄워 활용토록 하는 기구용 섬유소재개발 연구가 한창이라고 소개하더라는 것이다. 인공위성을 통한 GPS 원리와 비슷한 이 기구를 공중에 띄우면 현재 지구촌 25%밖에 혜택을 보지 못한 인터넷망 사용의 불편을 완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어떤 교수는 미정부 용역을 받아 섭씨 1500도에도 타지 않은 특수 소방복원단 개발에 착수한 것을 포함, 의류용 산업용 할 것 없이 무궁무진한 첨단섬유 연구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 선진국 미국의 대표적 섬유산지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와 주립대학을 견학한 귀국 소감의 첫 마디가 “섬유 사양론이나 쇠퇴론을 주장한 사람은 누구나 NC(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을 가보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강조할 정도다. 한국의 섬유산업 인재 양성과 교육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섬유산업발전이 요원함을 통감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한국과 미국대학의 섬유 인재양성과 연구개발, 산학협력의 차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섬유 산업현상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싹수가 노랗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부도 그렇지만 섬유 기업인들 스스로 각자도생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30년 된 노후 설비로 경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중국을 보자, 섬유부문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선 중국은 화섬과 면방 분야에서 자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요를 커버하고도 남은 과잉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제직 설비도 연간 110억 야드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지금도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섬유생산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 화섬 직물 산지인 소흥(紹興) 북쪽 항저우 방향에 무려 100평방 킬로미터(약 3000만 평)규모의 빈하이공업구를 조성해 2020년까지 섬유· 염색 공장을 입주시킬 방침이다. 대규모 이 공단에 입주할 섬유업체들이 공장 건설에 착수해 벌써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공장이 늘어가고 있다. 중국 특유의 매머드 공장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으며 염색공장의 경우 규모의 대형화를 위해 자산 규모 7000만 위안 미만 업체는 입주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비도 자국 또는 해외 선진국에서 최첨단 기종을 들여와 품질과 생산성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공단 내에 열병할 발전소를 이용한 저렴한 스팀료와 대규모 폐수처리장을 갖춰 환경까지 고려한 이 공단이 완공되면 입주 자격이 없는 영세 외곽 공장은 전부 문을 닫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 살리고 4차 산업 병행해야
이같이 대규모 섬유산지 조성을 통한 시설투자가 완성되면 가뜩이나 움츠린 우리나라 섬유 산업은 더욱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때마침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정부부처마다 ‘4.0’이 안 들어가면 예산 배정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후보들로 덩달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고 경쟁하고 있다. 당연히 섬유· 패션 산업도 사물인터넷이나 로봇, 빅 데이터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선도 산업으로 발전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현재의 산업이 죽도록 방치하고 4차 산업혁명만 부르짖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기존 산업을 살리면서 4차 산업혁명과 병행하는 융합전략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의 산업부터 제대로 살리면서 미래의 4차 산업 혁명을 추진해야 한다. 생일에 잘 먹기 위해 일주일 굶으면 죽는 법이다. 그러나 현재의 산업이 죽도록 방치하고 4차 산업혁명만 부르짖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기존 산업을 살리면서 4차 산업혁명과 병행하는 융합전략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의 산업부터 제대로 살리면서 미래의 4차 산업 혁명을 추진해야 한다. 생일에 잘 먹기 위해 일주일 굶으면 죽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