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천동지할 충격이다. 상상을 했지만 예상은 못했다. 기구한 박근혜 대통령의 팔자가 비참하다 못해 처연하다. 올린 머리를 풀고 포승줄에 묶일 참담한 모습을 지켜볼 국민의 가슴은 화석으로 변한다. 지옥으로 떨어진 당사자는 물론 국민도 차마 눈 뜨고 보기 싫은 장면이다. 국가적으로 이런 대망신이 없다. 제발 TV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안 봤으면 싶다.
엄정한 법치주의를 나무랄 수는 없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함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법에도 눈물이 있고 인정이 있다고 믿었다. 탄핵으로 모든 걸 잃은 전직 대통령에게 꼭 사약을 내렸어야 했는지 아쉽고 안타깝다는 여론이 많다.
뒤늦은 후회지만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가르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 많은 측근과 참모들은 상황과 맥락의 개연성을 덮었다. 권력에 인이 박혀 바른 소리보다 듣기 좋은 소리만 했다. 친박과 진박, 측근 참모들이 일찌감치 하야를 권유했으면 박 전대통령을 연옥(煉獄)의 불구덩이로 쑤셔 넣지 않았을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임금 지금도 월 300만원

주사위는 던져졌고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연극이 끝나 배우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태극기· 촛불 모두 울분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장도 엔진도 꺼져가는 대한민국호를 구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 이 순간 북한의 히틀러 김정은 집단의 6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미국의 통상 압력까지 사방팔방이 지뢰밭이다. 망가진 경제도 회복이 가물가물하다. 하루빨리 갈등을 치유하고 다시 힘을 모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백척간두, 풍전등화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은 지금 토사곽란 상태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기업 경영의 3대 요소는 자본과 기술, 노동이다. 이중 어느 것 하나만 삐끗해도 간판 내리고 문 닫아야 한다. 우리 산업현장에 지금 돈보다 더 급한 것이 노동 인력이다. 섬유를 비롯한 전국 제조업 사업장마다 사람이 없어 피 말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속은 텅텅 비어도 겉멋이 든 대한민국은 떡 쪄놓고 빌어도 생산현장에 사람이 안 온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이 넘어도 생산인력을 구할 수 없다. 현장의 내국인 근로자는 50~60대가 주류를 이루고 하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로 벌충하고 있다. 이마저 쉽게 구할 수만 있다면 궁여지책으로 연명하지만 보통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쿼터가 턱없이 부족해 배정 시기만 되면 박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한다. 인력 쟁탈전이 치열하다 보니 그들이 회사를 골라잡고 상전처럼 행세한다.
가까스로 버티어 온 우리 산업 현장에 갈수록 비상등이 강렬하게 켜지고 있다. 임금 부담 때문이다. 알량한 최저임금제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에게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해에도 7.3%가 올랐다. 올해부터 시급 6470원으로 올라 기업 경영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 2001년 이후 최저임금이 연평균 8.7%씩 올라 2014년까지 총 73%나 올랐다. 미국은 같은 기간 5.3% 상승했고 일본은 15.3%, 프랑스는 18.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임금과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오히려 내국인이 역차별당하고 있다. 4대 보험과 복리후생비, 기숙사비 이것저것 포함하고 연장 근무 등을 합치면 현재도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300만원 내외에 달한다. 알량한 정치인들이 남의 돈도 자기 돈 쓰듯 무책임한 발상으로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인심 쓴 결과다.
젊은 근로자가 아직도 차고 넘치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면방업체 평균 임금이 3월 말 기준 월 370달러다. 최근 가파르게 올라 이같이 높아졌다. 이 같은 임금 격차로 한국에서 중소 기업할 수 없는 나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 같아 산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조정을 위한 노· 사 양측과 공익 위원들의 심의가 지난 31일 첫 상견례를 갖고 90일간의 활동에 들어갔다.
때마침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뿐 아니라 대선주자 모두 빠른 시일 내에 시급 1만원으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과 경쟁력 약화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비수를 꽂는 격이다.
최저임금을 또 올리면 재벌기업을 제외한 중소· 영세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기업은 해외로 탈출할 수 있으나 힘없는 기업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소기업까지 해외로 내몰리는 엑소더스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섬유· 패션기업 중 6000여 개가 해외로 떠났다. 가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가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간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내세운 일자리 창출은 구호와 구두선일 뿐 하루빨리 나가도록 유도한 꼴이다. 너무 많이 나가 탈출 행렬이 주춤해진 상황에서 추가 탈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국내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매력으로 동남아 아프리카 카리브지역 진출에서 최근 임금이 가장 비싼 미국으로 직접 들어가겠는가. 미국이 인건비는 비싸도 생산성과 각종 인프라와 지원 제도를 감안하면 오히려 유리한 면이 크다는 계산이다.
최근 성기학 회장을 단장으로 미국 섬유 산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다녀온 투자조사단 중 일부 인사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갈 것”을 권유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중심지인 샤롯지역 임금이 시간당 최고 16달러이지만 지역에 따라 낮은 임금을 적용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명목 임금이 한국보다 비싸지만 한국 기업이 부담하는 각종 복리후생비 등 직· 간접 비용을 계산하면 한국과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땅값이 싸고 비교적 풍부한 노동 인력이 뒷받침돼 인력난 걱정도 덜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업 스트림인 면방· 화섬업계가 인건비와 비등한 원가부담인 전력료가 한국보다 절반 수준이란 것도 큰 매력이라고 한다. 주정부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한국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주립대학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배출한 섬유 공학도의 영입도 수월하고 근로자 직업훈련제도가 앞서 있는 것도 장점이라는 것이다. 철옹성 원산지 규정은 더 큰 메리트다.

 

오죽하면 호랑이굴로 들어가겠는가!

더욱이 이번 미국 투자조사단이 한결같이 공감하고 탄복한 것은 주정부와 산하 투자청의 기업 유치 노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이다. 크건 작건 기업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열정을 쏟는 주정부와 투자청 공직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명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정신과 노력이 전 세계에서 투자한 700여 개 섬유 기업들이 NC에서  가동하고 있는 원동력이다.
봉제 같은 다운 스트림은 어렵지만 업· 미들 스트림 등 소재 산업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미국 공직자들의 기업 유치 노력을 한국 관리들이 보고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닌 기업할 수 없는 나라로 점점 빠져드는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환골탈퇴 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하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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