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꼴이 변곡점의 꼭대기에서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을 치닫고 있다. 정치· 경제적 혼란과 악재가 봇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민간인 피의자가 돼 자칫 오랏줄에 묶이게 생겼다.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마음도 착잡하다. 실정(失政)과 고집불통의 성정이 자초한 결과이지만 그를 두 번 죽이는 우사는 막았으면 싶다. 이젠 분풀이 정치, 한풀이 보복을 접고 두 쪽 난 민심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듯 온갖 악재와 지뢰밭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라 전체를 덮치고 있다. 북핵 위기에 중국의 사드 몽니로 휘청하는 사이 우방인 미국마저 통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설상가상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성장 동력이 꺼져가는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폭발성 악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당장 1300조 가계부채 채무자들은 이자 폭탄에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한계 상황에 봉착한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은 더욱 엄동설한으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청년 실업률에 빚진 죄인들이 무슨 여유로 소비를 할 수 있을지 삼척동자의 대답 또한 자명하다. 이래저래 내수 패션 경기 회복은 또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비싸도 자국 기업 돕는 華商 정신
                       <화 상>

본질문제로 돌아가 ‘빨강은 동색’이라고 억지 부리고 깽판 부리는 행태는 북한과 중국이 딱 닮은꼴이다. 6·25를 북침이라고 생떼를 쓰는 북한 못지않게 사드 몽니를 부린 중국 처사도 언어도단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없으면 떡 쪄놓고 빌어도 사드 배치 할 이유가 없다. 중국 자신은 초대형 레이더망을 설치해 한반도는 물론 일본까지 유리알처럼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사드 배치를 시비하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지금 이 순간도 롯데를 박살내고 한국 관광을 막은 데다 한국산 화장품까지 불매운동을 벌이는 엄중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 때마침 세계 최대 섬유소재전인 ‘2017 춘계 인터텍스타일 상하이’가 지난주 3일 동안 열렸다. 당초 중국의 치졸한 사드 몽니가 한국관 상담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으나 다행히 기우였다.
오히려 이번 전시회에 유럽 바이어뿐 아니라 중국 내 진성 바이어들이 작년보다 많이 몰려와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 매년 중국 방문객의 80%가 소재 염탐과 카피를 위해 몰리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왔다는 평가다. 기대반 우려반이던 한국관 참가업체들이 자신감을 회복한 계기가 됐다. 모래밭에도 모래무지가 살듯 아무리 불황이라도 15억 시장의 금맥은 있기 마련이다.
화섬· 교직물과 니트 직물을 포함한 한국산 소재가 각광을 받는 것은 차별화 전략이다. 지난해 제직 캐퍼가 120억 미터에 달할 정도로 대량 생산체제인 중국과의 양적 대결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대구 산지를 중심으로 중국이 안 하거나 못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전환했고 이것이 적중한 것이다.
물론 대구산지 업체가 모두 차별화를 성공한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불황을 모르고 잘나가는 직물업체들은 하나같이 레귤러원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사가공업체나 대형 화섬업체가 만든 특수사를 소재로 제직과 염색가공에서 한껏 재주를 부린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자라’와 ‘H&M’을 비롯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한국산 소재에 더욱 관심을 많이 갖고 계약한 것은 역시 중국산과 다른 차별화 전략이다. 유럽 바이어들도 지난 2월 텍스월드에서부터 관심을 표명한 한국산 소재를 많이 선호했다는 것이다. 중국산보다 크게 비싸지도 않으면서 품질에서 앞서고 사후 관리를 보장하는 신뢰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또 하나 한국산 직물 원단이 이태리나 일본산보다 가격이 싸고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은 것은 염색가공 기술과 능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제직 능력이 연간 120억 미터인데 반해 염색· 프린트 캐퍼는 30억 미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염색가공 딜리버리가 아무리 빨라도 한 달이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작년 10월부터 경기는 호전됐지만 화섬 원사와 염료 가격이 뛰고 염색가공료가 덩달아 뛰어 직물업체들이 외화내빈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염색전문단지인 대구비산공단이 있고 부산과 반월· 시화· 경기 북부에 염색 공단을 보유하고 있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소흥 인근에 매머드 염색공단을 조성해 일부 가동하고 있다. 했다 하면 대규모이고 최신 설비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은 패션을 비롯해 타 업종은 대부분 불황인데 반해 자국 내수 섬유 경기는 호황이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후 소흥을 비롯한 화섬 직물 산지의 재고가 전부 소진됐으며 제직업체들이 목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을 바탕으로 최신설비 도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필연적으로 가뜩이나 공급과잉 상태인데 경기가 조금만 위축되면 과잉설비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카피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앞서가는 한국산 차별화 소재를 카피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경계해야한다. 섬유수출입조합이 조사해봤더니 중국이 못 만들거나 안 만드는 직물 찾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찾기보다 어렵다는 비유가 과장이 아니다.
여기서 중언부언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산 차별화 소재가 중국은 물론 유럽 바이어가 선호하는데 반해 우리 내부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는 가성비를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패션브랜드들이 한국산 소재를 선호하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의류수출벤더나 패션 브랜드들이 같은 값이면 국산 소재를 사용해야하지만 외국산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산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면 맞출 것이고, 가격이 비싸면 이 또한 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비싸다는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면 대화 자체가 안 된다. 시대가 변한 이상 국산품 애용 같은 쌍팔년도식 슬로건이나 접근 방법이 아니다. 국산소재도 적정 규모 오더만 주면 가격 맞추고 품질 올려 사후관리 얼마든지 보장할 수 있다. 
어패가 있을지 몰라도 뙤놈이라고 비하한 중국 사람들 만해도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예증으로 베트남에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의 의류벤더 공장과 면방회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했다. 중국계 의류 벤더 소싱 공장은 같은 중국계 면방업체가 공급하는 면사가격이 고리당 20~30달러 비싸도 자국계 기업에서 구매한다.

“국산소재사용”아젠다 호응 높다

반면 한국의류벤더는 한국산이나 한국계 공장 면사 가격이 고리당 5달러만 비싸도 거래 선을 외국산으로 바꿔 버린다. 지난호 칼럼에서 필자가 대구 서문시장 화재로 소실된 침장제품 생산용으로 국산 원단 사용이 늘고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구 염색공단에서 가공하고 있는 하이멀티 치폰 원단은 거의 80% 이상 중국산 생지다. 면사와 화섬사 대량 수입 주범이 국내 면방과 화섬 메이커이듯 대구에서 생지를 대량 수입하는 주범 또한 염색업게가 아닌 직물업체다.
의류벤더나 내수 패션 브랜드들이 가성비에 맞춰 국산소재를 보다 많이 사용하는 성의를 보여야하고 외국산 면사· 화섬사· 생지를 들여와 뱃 속 챙기는 국내 메이커들도 반성해야한다.
다행히 본지가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같은 값이면 국산소재 사용하자”는 아젠다에 대구시 당국과 관련업체의 적극적인 동참의지가 나타나고 있다. 이 아젠다가 성공적으로 이루워지도록 중앙 정부와 지자체, 관련업계, 단체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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