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 희망 있다…투자가 살길이다.

성장 동력 직물산업 중국 공포증 극복하고 자신감 갖자
가격경쟁력 원사· 제· 편직 ·염색 각 스트림 고통 분담
작년 경기 북부 대형 니트 오더 소화 생산성 전략 활용을
‘죽은 나무 물 줘도 못 산다’ 구조혁신 마지막 기회
업계 각자도생· 정부· 단체 3년 후면 공멸 위기 직시해야

 

아마존을 제외하고 대부분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미국 유통업체 가운데 지난해 급부상한 온라인 통신 판매회사 '룰라로'가 화제다. 지난해 본지에도 소개된 바 있는 ‘룰라로’라는 회사는 미국 전역에 2만여 명의 판매 조직을 통해 인터넷 통신 판매로 작년 의류 매출에서 8억 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무려 16억 달러의 매출을 겨냥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의류벤더인 세아상역은 신규 바이어인 이 회사에 작년에 5,000만 달러 규모의 의류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거래 규모가 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아뿐 아니라 다른 벤더도 이 신규 바이어와 대량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더들의 의류 수출은 대부분 해외 소싱을 통해 이루워지지만 소재인 원단업계도 이 바이어에 공급될 의류 원단을 대량 생산해 큰 재미를 봤다. 작년에 경기 북부 니트 자카드업계가 수백만 kg의 환편 니트 원단을 공급해 불황 터널을 손쉽게 빠져나간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 회사와 벤더들의 의류 수출이 작년보다 배 이상 증액을 목표로 하면서 의류벤더들에게 공급될 니트 프린트물과 일부 우븐 직물 오더가 새해에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당초 벤더들이 수출할 의류용 원단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경기 북부 환편업체가 과감하게 중국산과 거의 같은 가격에 오퍼를 내 대량 오더가 성공한 것이다. 협력업체들과 논의해 스펙과 규격, 바늘 길이까지 규격화해 주야로 풀가동하면서 생산성을 늘렸고 대량생산으로 인한 원가가 대폭 낮아져 오히려 채산성에서 큰 이익이 발생했다.
오더를 수주한 창구회사를 비롯한 협력업체들이 대량 오더의 메리트를 내세워 원사 메이커와 편직· 제직· 염색· 프린트 등 각 스트림별로 고통 분담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량 생산에 따른 생산성 전략이 원가를 낮추고 이익을 창출하는 제조업의 경영 전략임을 웅변으로 말해준 대목이다.
2017년 새해를 맞아 우리 섬유패션업계가 다시 이 같은 사례를 불황 탈출전략으로 중흥전략을 펼쳐 나가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이 쇠락의 징검다리를 건넌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국내 화섬 산업 근로자 평균 연봉이 5만 달러에 달한 데 비해 중국과 베트남은 3,000~ 5,000달러 수준이기 때문이다. 모든 스트림별 임금 격차도 마찬가지다.
생산 설비마저 20~30년 노후 설비가 많아 생산성은 물론 품질 우위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생산현장에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50~60년대 노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이라는 절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90년대 후반부터 난파선에 쥐 빠져나가듯 6,000개 가까운 섬유· 봉제기업이 해외로 탈출했다. 국내에는 알짜는 빠져나가고 쭉정이만 남는 처연한 상황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 섬유패션 제조업체가 명목상 무려 4만 7,400개(1인 이상)에 달한다. 10인 이상을 기준해도 5,000개에 육박한다.
고용인원도 1인 이상 기업을 포함해 30만 4,200명에 달하고 10인 이상을 기준해도 16만 9,000명에 육박한다. 10인 이상 섬유제조업의 생산액이 연간 43조 8,740억 원 규모다.
국내 섬유 수출이 135억 달러 규모로 감소했지만 해외 진출 기업분을 포함하면 350억 달러를 상회하는 섬유수출대국이다.
문제는 해외진출기업은 그들대로 고도성장이 이루워져야 되고 남아있는 국내기업들도 더 이상 시난고난에서 벗어나 안정 성장이 발등의 불이다. 그 대전제는 누가 뭐래도 각자도생이다. 구조 고도화를 겨냥한 과감한 첨단설비와 기술 개발 투자가 급선무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요행이다.
동시에 기업이 스스로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뛰는 것 못지않게 기업이 할 수 없는 분야는 정부가 지원해야한다. 대안은 업종별 단체가 마련 해야 한다.
길은 있고 명제도 설정돼 있다.
그런 한편 최근 수년간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업계 나름대로 내공을 쌓았고 비상구를 찾았다. 그 첫 번째 증거는 앞에서 소개한 대로 지난해 미국 ‘룰라로’에서 했던 것처럼 대량 오더 수주전략이다.
처음 계산할 때는 도저히 채산이 맞지 않을 것으로 여겼지만, 막상 오더를 받아놓고 우리 내부에서 협력하고 조정하니까 예상외의 시너지효과를 거둔 것이다.
대량생산에서 오는 생산성은 원가절감에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똑같은 제품을 1만 야드 생산할 때와 10만 야드 생산할 때의 생산성과 원가절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세아· 한세· 한솔을 비롯한 대형 벤더의 생산성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대량물량의 장점을 살려 화섬원사 메이커가 양보하고 면방업체도 양보하고 제직· 편직· 염색업체가 각기 조금씩 가격을 낮추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안 된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일단 오더를 받아놓고 내부적으로 조정하면 대안이 나오게 돼 있다. 니트건 우븐이건 국내에서 아직 버티고 있는 미들 스트림은 이런 전략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미 공동화된 봉제 산업은 대량 오더를 국내서 처리할 수 없으나 직물 원단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자포자기 하지말고 자신감을 갖고 중국 등과 당당히 겨누어야 한다.
중언부언하지만 작년에 경기 북부 편직업계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한국의 직물산업은 경쟁력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전력투구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직물이 잘되면 연관 스트림이 함께 파급된다.
업계의 자구책과 함께 정부와 단체가 지원해야 할 일 또한 너무도 많다.
문제는 마지막 기회인 섬유패션산업의 구조고도화다. 죽 쒀서 식힐 시간이 없을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다. 향후 3~4년이 지나면 국내에 쭉정이만 남고 알토란은 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 후회하며 서둘러도 소용이 없다. 이미 죽은 나무는 물을 줘도 못 산다. 죽기 전에 물주고 거름 주는 선택과 집중· 속도의 용단이 필요하다. 정부· 단체· 기업 모두가 새해 초반부터 섬유패션 중흥 전략에 올인해야 한다. 토사곽란에 머큐룸 바른 형식이 아니라 산업을 살리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물론 정부도 섬유· 패션 산업 중흥을 위해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있다. 탄소섬유와 혁신 슈퍼섬유 발전을 위해 3,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스마트 섬유와 물 없는 염색, 메디컬 섬유산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용 섬유 육성은 그대로 하되 기존 섬유산업을 살리는 쪽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 대구 염색공단 입주기업 상당수가 주 4일 가동하고 있는 참혹한 실상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생일에 잘 먹자고 일주일 굶으면 죽는다. 슈퍼 섬유· 첨단 섬유에 치중하는 사이 기존 섬유산업이 뿌리 째 흔들리고 있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산업이 살아있을 때 보약이 효과가 나지 죽은 다음에는 소용없는 일이다. 3년 안에 집도하지 않으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밖에 없다. 
<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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