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를 여는 디자이너 이상봉

전순옥 의원과 손잡고 고교 패션 장학생 대거 양성 올인
이상봉 출판사,  세 번째 자서전 ‘MOMENTS’ 수익금 장학지원
재능기부 패션 화보 “한국 패션 한류화 가능성을 봤다”
아이돌 중심 아닌 문화가 융합된 제대로된 한류 패션 육성

디자이너 이상봉의 세번째 자서전 '모멘츠(MOMENTS)'

 디자이너 이상봉에게 2016년은 참으로 바쁜 한해였다. ‘한국 디자이너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활동들만 연달아 수십개가 이어졌다. 참으로 길고 고단한 대한민국의 2016년을 그는 누구보다도 국내 패션 산업의 선도화를 위해 발벗고 뛴 한 해로 기억된다. 1년만에 국내 패션 산업에서 토착화된 잘못된 규제와 관습을 타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인물로 회자되고 있다.

 

“한류패션, 아이돌이 아닌 문화가 공존해야 성공한다”
패션과 문화의 융복합 컨텐츠 개발 시급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는 ‘K패션의 우수성과 한중 패션디자이너의 동반성장’을 주제로 디자이너 이상봉의 특별 강연이 열렸다.
한ㆍ중 패션 교류와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 지원을 독려하기위해 한국의류산업협회 최병오 회장과 준비한 행사였다.
중국의 패션 전문가 교육자 등 관련 인사들이 대거 운집한 그곳에서 그는 그간의 컬렉션 무대위에 선보였던 ‘단청’과 ‘창살’ 등 우리의 것을 패션과 문화에 접목해 성공한 사례를 발표했다.
세계의 패션 트렌드 변화와 한중 패션 디자인의 동반성장을 강조했던 시간이었다.
그는 “그날 첫 강연 이후 반응이 뜨거웠다. 북경 칭와대학 디자인 학장을 비롯해 당시 강연을 듣고 중국 곳곳의 대학들이 추가 강연 섭외를 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괄목할 점은 나비, 창살, 단청 등  동양적인 모티브를 어떻게 ‘한국의 감성’으로 표현해 냈는가에 굉장히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 했다는 것. 그때 한류 패션의 문화적 융합이 세계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명제라는 것을 다시한번 깊이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고교패션콘테스트가 갖는 의미.... 봉제 인력 양성 더는 미루지 말자”

2년전 본의 아니게 ‘열정페이’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그는 언론들의 뭇매를 맞고 슬퍼하거나 낙담하는 대신 그 억울함을 고스란히 국내 패션계 젊은 인재 양성에 쏟아 부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는 제 1회 고교패션콘테스트였다.
전순옥 전 국회의원과 패션그룹 형지와 함께 국내 봉제 인력 양성을 위해 ‘고교 패션 컨테스트’를 처음으로 시작했고, 그렇게 선발된 27명의 학생들은 수백만원의 장학금과 중국 상해 방직협회 소속 대학과 일본에 연수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성화 고등학교는 물론 일반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국내 패션 봉제산업과 패턴사를 향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역할을 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국내 봉제 인력들 중 가장 젊은 나이가 50대인데, 몇 년 후면 한국의 봉제 산업이 와르르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 지금부터라도 젊은 인재들을 봉제산업에 투입시켜 고급인력으로 키우지 않으면 분명 위기가 올 것이다.”

그 와중에 이상봉 출판사도 차렸다.
그리고는 3번째 자서전 ‘모멘츠(MOMENTS)'를 발간했다.
1985년부터 32년간 패션 디자이너로서 작품활동을 해오며 느꼈던 순간순간 모멘텀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 국내 최초의 디자이너 아트 북으로 엮었다.
표지 디자인은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 Farsad Labbauf가 직접 이상봉의 초상화를 그려 넣어줬다. 책 말머리에는 파리장식미술관장 ‘올리비에 가베’가 직접친필로 작성한 이상봉 디자이너의 패션 열정에 대한 찬사가 담겨있다.
책의 모든 판매 수익금은 고스란히 고교패션콘테스트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모든 컬렉션의 추억들이 담겨있는 나의 역사와도 같은 책이다. 아트북 제작의 투자 금액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한 푼이라도 아껴서 장학금에 보태려면 출판사를 내가 직접 차려야했다. 모든 작업은 나의 이러한 노력을 지원해주는 지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6명의 美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 디지털 영상 및 화보 촬영
개성 넘치는 책가도 탄생, 톱 스타일링 뉴욕 패션위크 후끈
KWAVE와 한류스타가 콜라보로 탄생한 스페셜 화보 화제

 

지난 2017 S/S 뉴욕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이상봉은 과감한(?) 시도로 뉴욕 패션계를 발칵 뒤집었다.
천편일률적인 오프라인 패션쇼라는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그 대신 미국 최고의 파워 블로거이자 가장 영향력있는 패션 셀럽으로 통하는 인스타그램 인플로언서(influencers) 6명과 함께 디지털 콘텐츠를 위해 콜라보레이션 화보 및 영상 촬영을 진행해 이를 패션위크 이틀전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
국내는 물론 해외 디자이너를 통틀어 가장 주목을 끈 디자이너로 거듭나는 톱 뉴스였다.
영상 감독, 사진작가, 무대 설치 예술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편집 등 이상봉 뉴욕컬렉션을 함께했던 전문가들이 함께 의기투합해 만든 예술적 작품이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작업은 고스란히 이어져 한류스타와 함께 케이웨이브(KWAVE M) 화보를 만들어냈다.
가수이자 배우로 DJ로 활동중인 황찬성, 구혜선, 유진, 김규리, 더 노드, 오승아&유안 등 6가지 테마의 화보는 재능기부로 이루어졌다.
각자의 애장품과 디자이너 이상봉의 책가도가 만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이 탄생한 것.
특히 그는 이번 화보 촬영을 통해 한류패션의 세계화에 다시한번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화보속 모델들은 모두 재능기부라는 명목하에 개런티 없이 자발적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자신들의 애장품들을 하나씩 화보속에 연출한 점도 인상적이었는데, 유진씨는 결혼사진을 황찬성씨는 사진기를, 구혜선씨는 고양이를 사진속에 담았다. 너무도 고맙고 감사한 그들과의 작업은 매우 즐겁고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최근 몇 년사이 한류 붐이 사그라지면서, 패션의 세계화에 가장 고민이 많은 그는 “한국은 아이돌이 한류라고 믿지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류는 한국의 ‘문화’ 그 자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상류층들은 국내외 모든 파티나 행사에 치파오를 입거나 이를 변형한 드레스를 입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졌을 때 한류패션이 가능하다”고 했다.

디자이너 이상봉. 그는 올해 더 바빠질 예정이다.
중국 강연이후로 강연 섭외가 급증하면서 상해와 광저우 북경에서 지속적으로 강연이 잡혀있다. 2017 F/W LIESANGBONG 뉴욕 컬렉션을 위해 불철주야 작품 활동에도 매진중이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 자국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그 중 국내 신인 유망 디자이너들을 위한 테넌트 샵을 운영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국내 디자이너 편집숍이 백화점에서 실패했던 요인은 그들을 제대로 묶을 수 있는 선장이 없었고, 한명 한명의 개성을 찾지 못했으며, 그 개성을 연결해줄 연결 고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그는 “나의 꿈이기도 한 디자이너 멀티숍 운영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하는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디자이너 이상봉의 에너지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리 패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가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해 진다.

 

조정희 기자 silky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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