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 기반 ‘일학습병행제’ 참여
“지원받고 자사 인력양성” 만끽

섬유ㆍ패션ISC 선임위원 배승진

노사정 합의로 2002년부터 밥상 차리기가 시작되었다. 올해 여름에야 음식이 847가지로 완성되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그동안 차가워진 음식은 데워야 하고, 변한 입맛에 맞게 새로운 것도 만들어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야기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의 표준화 작업이 월드컵 함성이 울리던 해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일과 교육ㆍ훈련 그리고 자격을 연계하고 직무능력 표준의 효율화를 위해 진행해 온 사업이 지난해 7월 22일에 비로소 공식적으로 법적인 지위를 가졌다.
오래전 내 온 음식을 데우듯 먼저 표준화한 직무부터 보완했다. 산업환경 변화와 직무에 대한 기업의 역량 기준 변화로 전년도에 24개 직업에 대한 NCS 보완이 이루어졌다. 섬유ㆍ패션 분야도 산ㆍ학ㆍ연 전문가 48명이 참여해 관련 능력 단위와 요소를 손질했다.
지난해는 디자이너와 생산관리를 합한 멀티 능력을 산업현장이 요구해 와 이에 맞춰진 직무로 테크니컬 디자인의 능력단위를 개발했다. 반쪽이던 신발개발의 직무도 완료했다. 새해에는 유관기관, 업계와 학계 전문가가 신규 개발 필요성을 확인한 탄소섬유 제직, 탄소섬유UD분야와 패션 온라인 유통기획 등의 직무를 개발하려 한다.
차린 음식을 먹는 방법으로 일학습병행제가 있다. 기업이 2년 이내의 입사자에게 현장교육(OJT)과 이론교육(Off-JT)을 실시해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교육훈련비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의 비용부담은 없다. 지난해 9월까지 8000여 개 기업이 참여했고 섬유패션산업은 2백 여 개 기업이 식사중이다.
패션기획 재직자 향상 훈련과정에 참여한 자수기업 플라이쿱은 패션시장 흐름의 판단능력과 분석력 배양을 위해 NCS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자기진단을 통해 부족 분야와 발전시켜야 할 분야를 알게 되었고,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아 산업인력공단 홍보자료에 우수사례로 수록되기도 했다.
화섬직물을 염색, 가공하는 세광패션은 고령화된 생산인력구조 개선과 직물 생산설비 자동화 및 젊은 인력 충원, 육성을 목적으로 일학습병행제를 진행 중이다. 산재사고 감소는 물론이고 염색수정작업 개선으로 연간 1억 1000만원의 비용 저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재직자의 역량관리, 스펙초월 채용을 실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NCS기업 활용 컨설팅 사업도 있다. 한국의 아웃도어 제품 기업인 블랙야크는 단발성이던 기업자체교육의 한계를 NCS 컨설팅으로 극복했다. 책임자 직무의 필요역량을 확인하였고, 평생경력개발 및 단계별 교육과정도 추가로 개발해 인재로 양성하고 있다.
NCS 도입을 쉽게 결정하기엔 낯선 사업이기도 하고, 선행기업의 진행과정과결과에 대해 많은 기업이 궁금해 했다.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기업과 유관기관 담당자에게 세광패션과 블랙야크의 진행 결과 발표는 좋은 호응을 얻었다.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섬유전시회에 참가해 NCS 홍보도 했다. 전시 기간 중 유관기관 담당자와 간담회를 개최하며 NCS 관련사업 진행 상황, 사업 참여기업의 사례 발표 등 필요정보를 공유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유관기관의 회원사 부스를 함께 방문하여 찾아가는 홍보활동을 했다.
섬유패션 ISC 선임위원이 된지 1년 반이 됐. 유관기관과 많은 협력을 하며 사업을 안내하고 참여기업 확대에 노력했다. 분과 위원회를 통해 사업 방향성을 확인도 하고, 사업 참여 기업의 진행 상황과 애로를 청취하며 사업의 효율성을 생각했다.
교육훈련기간이 어느 새 1년이나 되어 근로자들의 학습 성과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일과 학습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라 이론이 아닌 실무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NCS를 처음 도입하는 기업이 전산 입력을 어려워하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격 지도가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물론 6000여 섬유ㆍ패션기업의 경영진도 재직자 훈련과 직원의 평생 경력 개발에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이 있어야 하겠다. 산업현장에서의 직무를 산업별 수준별로 국가가 체계화해 놓은 밥상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식사를 하자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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