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졸도 아니면 기절할 사건이 터져 혼란스럽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충격에 대한민국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국방· 외교· 경제 전반의 단단한 버팀목인 미국을 믿을 수 없게 됐다. 하는 수 없어 지구촌이 각자도생시대를 맞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자중지란상태에서 갈피도, 방향도 없이 들끊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한순간에 나라가 마비상태에 빠졌다. 20만 명의 성난 민심은 한 주 사이에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상류에서부터 흘러나온 최순실의 구정물이 끝간데 없이 번지고 있다. 국민은 치솟는 분노와 경악을 넘어 극심한 절망감에 비분강개하고 있다. 민심과 싸워서 이기는 권력은 없다. 그렇다고 민중봉기로 판을 뒤집겠다는 극단주의가 만병통치는 아니다.
이대로 가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면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소름끼치는 트럼프 노믹스 시대에 야당도 소요에 편승해 정권쟁취를 노려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2선 후퇴 결단과 함께 책임총리를 한시 바삐 추천해 가라앉고 있는 한국호를 구해야한다.
트럼프 노믹스 섬유수출 영향 없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란 기절 초풍할 외생적 변수로 지구촌이 비상사태다. 가뜩이나 안보· 경제위기에 국기마저 무너진 한국의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천만 다행스럽게 트럼프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은 한국와 100%함께 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의 불안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쾌거다.
아무리 상식과 통념을 깬 독설과 기행의 트럼프일지라도 철석같은 한· 미우호를 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 전략상 유권자에게 마구 대포를 쏘아댔지만 당선 전과 후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또 하나 트럼프가 마구 쏘아댄 대포 중 한· 미 FTA 재협상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무산도 우리 입장에서 너무 겁먹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얼마나 FTA덕을 보는지 몰라도 섬유는 한· 미 FTA가 빛 좋은 개살구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2012년 3월 15일부터 발효된 한· 미 FTA 섬유협정은 당초 기대와 달리 실속없이 5년이 지났다. 외양적으로는 HS코드상 전체 1597개 품목 중 1525개 품목의 관세가 철폐돼 98%이상 없어졌다.
다만 인기 품목인 니트· 셔츠(338.9, 638.9)를 비롯한 초민감 의류제품과 합섬 장섬유직물 등은 관세율의 50%가 철폐돼 나머지 50%만 적용받고 있다. 32%까지 부과되던 관세가 철폐됐는데도 국산 섬유류의 대미수출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했다.
발표 첫 해인 2012년의 국산 섬유류 대미수출은 12억 7000만 달러이었다. 다음 해인 2013년에는 12억 4600만 달러로 줄었다. 2014년엔 12억 7100만 달러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12억 6000만 달러로 발효 첫 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한· 미 FTA발효 당시 4년 만에 관세가 완전 철폐될 자동차에 이어 섬유업종이 가장 큰 수혜업종으로 지목했다. 2021년 관세가 완전철폐되면 대미 섬유수출이 2억 달러 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지난 5년간의 실적을 봐도 빗나간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국내 산업의 붕괴 때문이다. 향후 5년간도 국내설비의 획기적인 투자가 없는한 대미수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트럼프가 막상 대통령에 취임한 후 섬유류 한· 미 FTA를 정밀조사해보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는 선입견이 엉터리임을 당장 알 수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산 수출이 급증했을 뿐 한국산은 아니라는 실증 앞에 오판을 반성할 수 밖에 없다.
굳이 한· 미 FTA 섬유 협상을 검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FTA전과 후가 실적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민감하게 대응할 이유가 없다.
또 트럼프의 단골메뉴인 TPP무산 역시 우리 벤더입장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협정국 12개국이 관세를 완전 배제하는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베트남에 집중투자한 한국 벤더들이 절망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은 자국생산능력과 임금문제로 누가 대통령이 되건 연간 100억 달러이상 의류제품을 수입한다. 물가안정이 철저하게 정착돼 소비자보호를 위해 10년전 가격보다 싸게 수입하고 있다. 중국산이 가장 많이 수입됐고 최근 몇 년간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산등이 폭증하고 있다. 자국산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싸고 좋은 제품은 수입할 수 밖에 없다.
TPP가 발효되면 회원국들이 더 많은 수혜를 입을 수 있겠지만 무산되더라도 대미수출이 줄어들리 만무하다. 더구나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중국산의 집중 견제란 점에서 어부지리를 누릴 수도 있다. 45%의 고율관세 적용 얘기가 나올 정도면 중국산 섬유류의 대미수출이 타격을 입는 것은 불문가지다. 지금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의류수출 강국들이 점점 경쟁력이 취약해진 중국산 의류를 잠식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TPP가 무산되더라도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타격을 별로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 문제는 한· 미 FTA 재협상이나 TPP 무산 등 프럼프 노믹스가 아무리 거세도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경쟁력이 관건이다.
때 마침 올해 제30회 섬유의 날 행사를 치르면서 섬유패션산업의 좌표를 다시 한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구촌에 울타리가 사라진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안이한 천수답 경영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을 되새겨야한다.
중언부언하지만 연봉 5만 달러 수준의 한국 화섬업계와 연봉 3000달러의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단순 경쟁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첨단 신기술로 무장해 대량생산으로 승부하고 있다. 이들 경쟁국은 저임금에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6000개 가까운 국내 섬유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면서 대부분 헌 기종이 아닌 최신 기종으로 투자했다. 반면 알맹이 상당 수가 빠져나간 국내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20년, 40년 된 노후기계로 연명하는 기업이 상당 수에 달한다. 임금은 비싸고 사람은 부족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설비로 경쟁국과 싸운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정부 무정책· 업계 천수답 경영 합작
그나마 오랜 연륜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차별화전략으로 버티고 있지만 차별화도 첨단설비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물론 사가공 분야같은 업종은 일본처럼 저속가연기에 독특한 부품을 부착해 차별화 전략을 성공시킨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독특한 부품을 개발해서 부착할 수 있는 기술이 관건이다.
화섬설비가 30~40년 된 노후설비이고 제직설비도 20년 이상된 설비가 많다. 염색 가공설비의 상당부문이 20년 이상된 구설비다. 품질과 생산성 모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차별화·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구조고도화가 발등의 불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업계는 지리멸렬상태에서 신규투자 할 돈도 자신감도 없다. 투자한 기업과 적당히 유지한 기업과는 경영실적이 천양지차로 벌어지고 있다.
더욱 답답하고 한심한 것은 말로는 기간산업육성을 강조하지만 정부의 섬유패션정책이 너무 소극적이고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현행 섬기력 자금수준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고 얼은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올해 섬유의 날을 보내면서 정부부터 弔鐘이 임박한 섬유패션산업의 획기적인 활성화 정책을 만들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