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괴이쩍은 일이다. 뜬금없이 살아있는 대통령의 유고사태가 불거졌다. 무당같은 아낙네 손에 대한민국 국정이 농락당했다. 충격과 분노에 어안이 벙벙한 국민들의 가슴은 화석으로 변했다. 나라의 운명을 불구덩이 속으로 쑤셔놓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헌법상 대통령중심제인 대한민국호가 속절없이 가라앉고 있다. 식물대통령의 위기는 10%대 여론지지도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가 대통령 하야를 거침없이 주장할 정도다. 식물대통령은 식물정부일 수 밖에 없고 국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성난 민심이 반영하듯 국민은 분하고 원통하다. 지난 반세기 이상 산업화 시대에 참고 견디며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꼴이 이 모양 이 꼴이 된게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

벤더· 협력업체 고통 분담시대 돌입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호가 이대로 침몰할 수는 없다. 잘못은 비판하고 바로 잡되 국정공백 사태를 최소화하는 국민적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성난 민심은 이해하지만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누구보다 북한 김정은집단이 가장 반기는 함정일 수 있다.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누를 범해서는 안된다. 여야 정치권부터 국민의 불난 가슴에 부채질을 자제해야 한다. 국가 비상사태 수습을 위해 국민과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한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이 혼란의 시대에 먹고 사는 경제 문제가 빨간 불이 켜져 앞이 캄캄하다. 수출· 내수 모두 매달 마이너스 성장기록을 경신하고 떡쌀 담그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삼성· 현대차마저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니 다른 기업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벌어서 이자도 못내는 좀비기업은 3000개를 돌파했고 상위 10대 재벌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9%나 급감할 정도다.
서투른 돌팔이 의사가 집도한 한진해운은 사망선고를 받았고, 조선· 해운분야에서만 올해 5만명의 실업자가 증가할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경제장관들이 수출을 독려한다고 부하들을 닥달하지만 제조업 불이 꺼진 상황에서 수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돈장사에 눈 먼 금융왕국의 제 밥그릇 챙기기보다 산업이 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한다. 먼저 생산현장에 설비자금이 필요하면 장기저리로 지원해야한다. 청년실업 30%에도 사람이 없는 생산현장에는 차선책으로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늘려서 공장이 돌아가게 해야한다. 세종시 섬에 갇혀있는 공무원들이 김영란법으로 대인 기피증까지 생겨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 공무원들이 탁상 위에서 규제 대못 지키는데 신경쓰지 말고 기업현장에 파견 근무하며 피 말리는 기업의 고통을 파악하고 개선에 앞장서야한다.
철강· 조선· 해운· 석유화학· 건설 등 핵심사업보다는 사정이 낫다는 섬유패션산업도 막막하기는 매 한가지다. 글로벌기업들의 발 빠른 행보가 돋보이긴 하지만 아직도 제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의 국내 섬유산업 앞날이 가물가물하고 있다.
사실 시난고난한 국내 섬유산업이지만 그 중에서 글로벌 경영에 앞장선 의류수출벤더들이 가장 잘 나갔다. 세계 최대 아웃도어 메이커인 영원무역을 필두로 세아· 한세· 한솔 등 ‘빅3’와 중견· 중소벤더들은 지난 20년~30년간 일취월장했다.
발빠르게 동남아· 중남미· 서남아· 아프리카등 풍부한 인력과 저임금 국가에 대규모 소싱공장을 만들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에 성공했다. 니트의류 중심의 세아· 한세· 한솔의 연간 신장 규모가  3~4억달러씩 달한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만끽했다. 이들 ‘빅3’의 연간 매출이 1조~1조 6000억원에 달했고 중견벤더들도 2억~5억 달러의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 의류수출벤더들의 일취월장은 국내 연관 스트림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다 죽어가는 듯 했던 면방업계부터 최신 설비 투자를 앞 다투어 감행한 것 역시 의류벤더를 겨냥한 거대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370만추에 달하던 면방설비가 120만추 내외로 줄었지만 최신형 링 정방기로 개체해 품질과 생산성으로 승부하고 있다.
면방업계뿐만 아니다. 화섬업체들 또한 크건 작건 벤더들의 일취월장에 맞춰 시장이 늘어났다. 편직· 제직업체들이 의류벤더들과 거래하는 과정에 면사· 화섬사 수요가 자연 발생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필연적으로 염색가공을 비롯해 부자재업체들까지 음으로 양으로 벤더들 덕에 기업이 성장하고 유지해왔다.
대구산지를 비롯한 일부산지인사들이 의류벤더들을 향해 “해외 공장에서 돈 벌었을 뿐 국내 산업에 기여한 게 뭐 있느냐?”고 주장한 것은 실상을 왜곡한 억지 주장이다.
벤더들에 따라 해외 봉제공장에 이어 면방· 편직· 제직· 염색가공까지 자체설비를 갖추고 있어 국내 조달 비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크건 작건 의류벤더들은 국산 소재와 부자재를 많이 사 용하고 있어 국내 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벤더들의 수출환경이 마냥 ‘가마타고 양주목사’가듯 즐겁고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세상이 변해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거대시장 미국마저 대형 또는 중견 리테일러들의 판매가 저조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마존닷컴을 비롯 온라인 판매는 수직상승한데 반해 월마트· 타겟을 비롯한 수많은 유통업계의 의류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시장이 악화되니까 바이어들은 득달같이 가격 후려치기가 연중행사로 반복되고 있다. 인건비와 원부자재가격은 해마다 뛰고 있는데 수출 단가는 거꾸로 후려치니 벤더들의 채산이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대형 체인스토아와 백화점 바이어들은 5~6년 전까지 모두 L/C베이스로 거래해왔다. 그런 거래관행이 바뀌면서 60일 80일 외상거래가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결제기간이 무려 120일로 지연되고 있다. 초대형 유통업체가 외상거래기간을 이 같이 늦춘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바이어들이 벤더들의 결산서를 들이밀며 ‘그 동안 우리와 거래하면서 많이 벌었으니 이젠 당신 벤더가 우리를 도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거 거래과정에서 번 돈을 토해내라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요구지만 ‘甲’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더 싸고 더 좋고 특별해야 살아남는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서남아· 중남미 등지에 앞다뤄 매머드공장을 투자한 벤더들은 지금 이 순간 오더가 부족해 메인공장마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더는 줄고 가격은 후려치고 결제조건은 지연되고 시장상황은 어제가 옛날 일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들 벤더들의 고전은 득달같이 국내외 거래 협력업체에도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오더량이 줄고 원부자재와 임가공료 결제기간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도 있다. 거래협력업체들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이 시장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섬유산업이 위기 대책방안이 급선무다. 어떻게하면 더 싸고 더 좋은 제품 거기에 특별한 요소를 추가한 가성비로 승부하는 다각적인 처방이 급선무다. 시난고난한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이대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