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섬유는 그 어떤 섬유소재보다 인간친화적인 소재이지만 일반 레이온 소재가 지닌 한계성을 넘지 못하는 단점도 있어요. 그래서 스킨쉽을 중요시하는 언더웨어를 비롯 침장류나 타올, 환자복용으로 상품화가 진행돼 왔습니다만 저는 대나무섬유의 강점을 아웃웨어 소재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이동녕 (주)화코스 사장이 대나무섬유로 개발한 독특한 청량감을 지닌 사이로필 직물로 내년 춘하를 겨냥한 프리젠테이션에 나섰다. 이는 그가 지난 3월 대나무섬유를 접 한지 5개월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 낸 결실이다. 특히 소모방적 기술인 사이로필 공법으로 생산한 원사로 제직한 원단은 면방적을 통해 생산되는 직물과는 또 다른 질감을 주는 소재로 주목된다.(주)화코스는 국내 컨버터업계를 상징하는 업체 가운데 하나다. 이동녕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잔뼈가 굵은 뒤 지난 85년 (주)화코스를 설립하고 당시 생소한 컨버터 기능을 통해 국내 패션산업을 성장산업으로 이끄는 패션소재산업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컨버터업계의 구심점 단체인 한국패션소재협회 제2대 회장(95∼97년)도 지냈다. “대나무섬유는 항균성을 갖는 대표적인 내추럴 섬유소재입니다만 100% 대나무섬유는 레이온 성질인 매끄러움 때문에 춘하소재로 전개하는데는 한계가 있어요. 이는 개질 레이온이나 강력 레이온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뜻이죠. 저는 대나무섬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길은 소모방적 기술인 사이로필 방식으로 원사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도 소모방적 기술이 탁월한 일동방적에서 대나무섬유 사이로필 원사생산으로 이어지면서 짧은 시간에 원단으로 상품화할 수 있었습니다.”이 사장이 대나무섬유와 폴리에스터를 복합한 사이로필 원사로 개발한 대나무섬유 원단은 탁월한 청량감이 강점인 소재다. 그리고 대나무섬유와 폴리에스터섬유의 혼합비율에 따라 원단이 주는 느낌도 카멜레온처럼 다양하다. 그는 이제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된 단계이기 때문에 오더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으나 원단이 지닌 우수한 기능성과 감성 때문에 그 어떤 춘하소재보다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부가가치 창출의 근본은 강한 소재·부품산업에서 비롯합니다. 지금 일본 섬유산업이 소재산업을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을 눈 여겨 봐야해요. 일본의 소모방 설비는 최고 75만추를 보였다가 한때 25만추 수준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벗어나 최근 45만추 수준까지 확대됐습니다. 일본의 화섬산업은 어떻습니까.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왕성한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신소재를 양산하면서 전형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측면에서 국내 섬유산업도 소재산업이 바탕을 이루는 시스템으로 신속히 전환돼야 합니다.”이 사장은 섬유산업의 경쟁력강화는 다양한 요소가 있겠으나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게 강한 소재산업 구축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강한 소재·부품산업 육성과 관련 한국이 세계최대 핸드폰 판매국이라 하더라도 핵심부품 모두 일본에서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어렵게 돈을 벌어 이익 대부분을 고스란히 일본에 갖다 받치는 껍데기만 요란한 경우라고 예를 들어 강조했다. 한마디로 소재·부품산업이 강해야 부가가치가 외부로 새 나가지 않고 새로운 국부창출의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금 화섬직물 산지 대구가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해요. 3년 전 일본수출용 오더 5만 야드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100% 클레임을 맞았습니다. 원단의 필간 색상차는 물론 양변이색(리스팅) 현상으로 아예 옷을 만들 수 가 없었어요. 지금 일본 고마쯔세이렌에서 가공하는 100% 화섬직물은 국내 소모직물보다 가격이 더 비쌉니다. 이는 대구산지 업체들의 안일한 대응자세로는 어떠한 외부지원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는 반증이지요.”이 사장은 소재강국의 지름길은 제직→염색→후가공으로 이어지는 품질구현 시스템이 완벽해야 한다며 이는 대구산지 뿐만 아니라 국내 섬유업계가 시급히 지향해야 할 과제가 되는 동시에 섬유산업의 활로를 찾는 해법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 섬유산업이 소재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은 대나무섬유나 대마와 같은 항균 천연섬유와 이지캐어성이 좋은 화섬을 접목한 즉 웰빙을 만족시키는 소재개발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실크 등 천연섬유와의 믹싱제품 개발도 병행돼야 하고요.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대나무섬유와 폴리에스터를 접목한 사이로필 직물에 이어 앞으로 컴팩트얀 등 다양한 방적기술을 통해 생산한 원사로 독특한 테이스트를 내는 소재개발에 더욱 주력할 생각입니다.”(전상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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