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꼴이 네모난 삼각형처럼 이상하게 돌아간다. 무엇보다 간담을 서늘케 한 북한 핵 위협에 딱 부러진 대응 수단이 안 보인다. 옛부터 총 가진 자는 절대 굶어죽지 않는다고 했다. 핵을 앞세운 북한이 굶어죽지 않기 위해 무슨 모험과 도발을 할지 겁난다.
예상은커녕 상상도 못했던 경주지역 지진사태까지 덮쳤다. 미처 복구도 하기 전에 영화 해운대를 방불한 물난리로 울산이 날벼락을 당했다.
설상가상 경제가 역주행해 내년 안에 IMF외환위기급 경제대란이 올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 판국에 이익집단의 강력 투쟁으로 연일 질그릇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월급보다 배나 많은 고임금의 귀족노조들이 설쳐대 파업공화국을 조장했다. 이런 타락되고 전복된 행태로 인해 섬유 산업에서 6000개 업체가 해외로 탈출한 것처럼 자동차· 전기· IT산업까지 엑소더스가 대세다.

제조업 못 살리면 수출 백약이 무효

기업은 장기불황에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상황인데 강성노조가 시도 때도 없이 파업을 하니 국내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 그나마 시난고난 버티는 중소기업 생산현장에는 사람이 없어 피 말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베트남보다 5~10배나 비싼 고임금에 실업자는 많아도 생산현장에는 떡 쪄놓고 빌어도 사람이 안 온다.
내수는 거덜 나고 우리경제의 90%를 차지하는 수출이 무너져도 근본대책이 안 나온다. 다급한 정부 주무부처는 수출 독려한다고 매일매일 실적을 보고하라고 채근하지만 소용없는 헛수고다. 탁상위에서 숫자놀음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수출품 선적을 매일 할 수 있는 것인지 상상도 시스템도 모르는 행태다.
오죽 답답하면 독려차원에서 업종별 단체에 일일 보고지침을 내렸겠는가마는 제조업이 무너지는 판에 수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나비의 날개 짓이 폭풍을 예고하듯 제조업 홀대정책은 필연적인 경제 추락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예증으로 예기치 않은 배터리 사고로 위기국면을 맞았던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다는 가설이 제계에 팽배하고 있다.
세계경제계의 거물인 이건희 회장은 남달리 제조업 마인드가 강한 기업총수다. 알려진 대로 그는 자동차를 비롯 TV? 냉장고 등 관심 있는 품목은 혼자서 완전히 분해해 조립하는 탁월한 능력가다. 문제가 된 갤럭시 노트7도 이회장이 건재했다면 밤새껏 해체해서 부품 하나하나의 성능과 문제점을 확인해 출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마인드가 강한 이건희 회장과 영업경영을 중시한 이재용 부회장과의 차이점이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중언부언하지만 위기의 한국경제 성장판을 다시 살리는 것은 제조업을 살리는 길이다. 미국도 제조업 육성정책을 강화해 해외에 나갔던 제조업 복귀의 리쇼어링이 붐을 이루고 있다. 반면 우리는 국내기업이 해외로 탈출하는 오프쇼어링이 그치지 않은 근본대책이 발등의 불이다. 정부가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지 말고 “기업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말을 바꿔 때마침 정부가 최근 이른바 원샷법(기억활력법)에 따른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철강· 석유화학산업의 생산설비조정과 사업재편의 구조조정을 위해 총 8조 7000억원까지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과잉으로 업황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해 초경량자동차 강판과 타이타늄 개발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석유화학분야에서도 공급과잉의 불황을 겪고 있는 PTA와 고강도 플라스틱(PPS), OLED용 염료개발에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안은 인위적인 설비 및 생산량감축과 빅딜등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을 겨냥한 것이다.
이같은 공급과잉 업황부진 업종의 사업구조개편은 섬유산업에도 시급히 도입 활용해야할 절박한 입장이다. 섬유산업 중 우선 적용해야 할 분야가 화섬산업이다.
화섬산업은 우리 섬유산업의 핵심 대들보이지만 중국의 무차별 신증설로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행리나 생홍 1개사 생산캐퍼가 한국의 전체 생산량보다 많다. 중국에서 생산된 화섬이 전 세계 수요량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대규모다. 자동화설비도 한국보다 훨씬 앞 서있고 규모경쟁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이 높아 한국 화섬업계가 범용 제품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궁여지책으로 봇물을 이루는 중국산 화섬사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반덤핑 제소를 단행해 10년째 지속되고 있으나 덤핑관세를 물고도 한국산보다 훨씬 싸다. 그나마 시행해 온 덤핑관세 부과가 금년 12월 종료된다. 여기에 화섬강국 대만에 이어 베트남산이 무서운 속도로 반입되고 있고 저가원사는 인도산까지 대량 반입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화섬업계는 성수기· 비수기 가리지 않고 연중 대량감산에 몰리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화섬업계의 신규투자도 극히 부진하다. 일부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지만 기본 설비구조가 범용품이란 점에서 경쟁력이 없다. 주종인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부문에서 국내화섬업계 모두가 수년째 눈덩이 적자에 신음하고 있는 이유다.
따라서 원샷법이 시행되는 시점에서 화섬산업의 구조개편을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 우선 화섬업계에서 품목별 전문화에 대한 내부 의견조율을 바탕으로 만성적인 공급과잉의 폐해를 해소하는 사업재편이 필요하다. 그 바탕에서 철강산업이나 석유화합업계에 투입키로 한 특화 소재나 차별화 소재 개발에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화섬업체들이 수백· 수천억씩 들여 신소재 개발을 위한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화섬과 직물산업은 바늘과 실 관계다. 니트 직물이나 화섬· 교직물의 집산지인 대구경북이나 경기 북부 수요업체들이 시난고난하며 미래가 가물가물 한 것은 소재빈곤이 큰 원인이다. 원사에서부터 차별화가 이루워져야 직물의 차별화가 이루워지고 여기에 후가공 기술의 접목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아직도 30년 40년 된 설비에 의존하고 있는 상당수 화섬업체들이 원샷법을 활용해 새로운 전기와 도약을 모색해야한다.

화섬이 살아야 대구· 경기북부가 산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원샷법을 활용할 수 있다면 대구 직물산지도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의 호기가 될 수 있다. 아직도 뚜렷한 차별화가 안 돼 중국과 똑같은 제품들로 경쟁하는 기업은 사업재편이 시급한 당면 과제다. 많은 직물업체들이 수년째 일감이 부족해 직기의 절반 내외를 세워놓고 있는 참담한 실태에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어찌됐건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대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중국이란 세계의 공장이 밀고 들어온 충격과 피해는 피할 길이 없다. 중국마저 가격경쟁에 위협을 느끼는 인도와 베트남산 화섬사의 봇물을 반덤핑제소로는 근본해결이 안 된다. 업계 스스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통한 재도약전략이 기업자체 힘으로 어렵다면 재빠르게 원샷법에 근거한 정부정책에 기대 실현하는 것도 필요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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