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연일 지축을 흔드는 난리법석에 민심이 부글부글 끊고 복통 터지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김정은 집단의 핵위협에 맨살 위에 독사가 지나가는 공포심을 떨칠 수 없다. 나라의 생존과 직결된 사드 배치를 놓고 거만한 중국 눈치를 보는 우리 처지가 한심하다. 북한 핵은 우리 문제인데 내부의 분열은 갈수록 거칠고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 정치가 실종되고 정치권이 두쪽으로 갈라져 각혈하고 싸우고 있다. 여당과 국회의장이 사생결단하며 막장 싸움하는 추악한 모습이 여소야대 권력의 엄혹한 실상을 실감케한다. 이유가 어느 나변에 있건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이 국정감사를 거부하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야당의 부박한 민낯도 모양세가 좋지 않다.
국가의 권력이 물렁하게 보이면 온갖 이해 집단이 공권력을 걷어차고 거세게 준동한다. 귀족노조 현대자동차노조에 이어 국민의 발인 철도·지하철노조를 비롯 산별 노조들이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벌렸다. 터널에 갇힌 한국경제의 출구가 안보여 비상이 걸렸는데 서툰 의사가 한진해운을 집도해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저질렀는데도 책임을 안 진다.

세계 일류 상품 앞세운 사상 최대 실적

이같은 국가적 혼란 상태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돼 순기능과 역기능의 빛과 그림자가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국가 전체의 청렴도가 높아지고 연줄 사회가 실력 사회로 바뀌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간섭하는 과잉입법 논란 속에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법’이 될까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본질 문제로 들어가 땅을 파야 물이 고이는 것을 삼척동자도 아는 진리다. 기업도 투자해야 돈이 고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같은 대전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섬유 대기업인 효성과 태광산업을 비교하면 그 해답은 명징하게 드러난다.
먼저 효성은 1957년에 설립된 효성물산을 모태로 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하면서 섬유산업에 진출했다. 나일론에 이어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수지· 염색가공분야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섬유기업이 됐다. 중간에 효성물산과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등을 합병해 섬유와 석유화학, 변압기· 차단기, 건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스틸코드, 슈퍼섬유 등 다각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지난 66년 설립된 효성은 지난 반세기동안 부침이 심한 섬유산업을 굳건히 영위하면서 타기업과 달리 섬유산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중국의 거센 도전으로 화섬산업이 위기를 맞을 때도 총수의 강한 집념으로 통 큰 투자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타이어코드 세계 1위, 스판덱스 세계 1위라는 명성과 함께 영업이익이 수직 상승했다. 어려운 화섬산업 구조 속에 효성의 발 빠른 차별화전략은 일본 유니클로에 대량 공급하는 개가를 올렸다. 중국· 베트남· 인도산 DTY의 수입 봇물로 국내 화섬 및 가연업체가 위축되고 있어도 효성의 차별화 원사는 지금도 부르는게 값이고 없어 못 팔 정도다.
올 상반기 효성의 영업이익 규모가 사상최대인 5533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반기에 5000억원 대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이같은 영업이익의 일등공신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한 섬유부문이다. 총수와 경영진의 확고부동한 섬유산업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이같은 쾌거를 올린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전주의 탄소섬유를 비롯한 첨단 슈퍼섬유 투자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미국 듀폰을 제친데 이어 일본 도레이등과 세계 일류 섬유화학기업의 자웅을 겨루고 있다.
반면 태광산업을 보면 양극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61년 창업이후 방직과 화섬을 바탕으로 고도성장을 유지해 알찬 재벌회사로 성장해왔다. 아크릴과 폴리에스테르, 스판덱스, PTA등 석유화학, 소모방, 화섬직물의 간판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이를 계기로 흥국생명과 방송통신사업 등의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골프장과 노른자위 부동산 등을 보유한 섬유업계의 삼성전자로 자리매김 할 때가 있었다. 태광의 과거 주식값은 지금의 삼성전자 못지않았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태광의 섬유산업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 못해 극히 제한적이었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이 제기된 면방분야에 과잉투자를 했고 개성공단에 소규모 소모방 공장 및 일부 슈퍼섬유에 소규모 투자에 그쳤다.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설비를 활용해 현상유지에 급급했다. 태광은 과거 한일합섬의 뒤를 이어 아크릴섬유에 진출해 2위 기업을 굳히면서 일취월장했고 한일합섬 해체이후 독무대를 만끽하기도 했다. 황금알을 낳은 스판덱스의 선발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주체할 수 없는 떼돈을 벌기까지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효성이 스판덱스 세계 1위 기업이 되는데는 태광의 투자 기피가 큰 역할을 했다. 태광은 효성과 TK케미칼(전 동국무역)이 진출하기 전 스판덱스 독무대였다. 당시 태광이 미래를 내다보고 스판덱스에 과감한 증설을 투자 했으면 효성이 진출하지 않았을 것으로 섬유업계는 진단했다. 그 좋은 황금업종의 시장이 열려있는데 태광이 증설 투자하지 않고 배급 주는 장사에 안주하자 효성이 뛰어들었고 동국합섬이 진출한 것이다. 효성은 국내외로 투자를 확대해 세계 1위 듀폰을 제치고 1등 기업이 된 것이다.
태광은 스판덱스 선발기업 답지 않게 국내 생산을 거의 포기하고 중국공장만을 가동 할 정도로 이 분야 투자에 인색했다. 효성과 TK케미칼이 과감하게 증설투자를 단행한 것과 배치되고 있다. 태광 계열 대한 화섬 역시 별다른 두각을 못 내고 있다. 올 상반기 경영실적에서 태광의 매출은 1조 3345억 9600만원, 영업이익 661억원의 초라한 결산을 내놓았다. 이것도 섬유분야에서는 많은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태광이 섬유분야에 신규투자를 안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호진회장이 신병으로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고 있고 재판에 계류 중이어서 왕성한 경영황동을 못하고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있는 한계일 수 있다.

미사일 공격에 소총으로 맞설 수 없다.

그러나 극명한 것은 효성과 태광의 차이는 섬유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기피에서 비롯되고 있다. 세계적인 섬유화학업체인 일본 도레이도 섬유분야의 비중이 아직 45%에 달할 정도로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개발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효성의 일취월장에는 섬유산업에 대한 총수와 경영진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태광은 선대 오너가 가졌던 섬유산업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퇴색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섬유대기업 효성과 태광의 양면성은 섬유전문 중견· 중소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단순 범용품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차별화· 특화 전략이 아니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첨단설비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연구개발과 마케팅강화를 위해 투자해야한다. 중국은 물론 인도· 베트남까지 가세해 협공해 오는데 구설비를 갖고 범용품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사일공격에 소총으로 맞서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 섬유설비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보다 뒤떨어진 노후설비가 대부분이다.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뒤주를 털어 투자해야 살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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