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류바이어 10년간 값 후려치기 반토막 났다

대형 리테일러 면 니트셔츠 피스 당 5불서 2.70불대로 깎여
아마존은 2불대 요구, 베트남· 印尼 생산도 원가 안 돼
한국 섬유소재 치명타 차별화 하이패션 올인해야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매 분기마다 개최하는 스트림 간 협력간담회에서 저명한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최근 아주 심각한 어조로 고민을 토로했다. 의류수출벤더 ‘빅3’를 포함해 기라성 같은 섬유패션업계 대표가 참석한 별들의 모임에서 김 회장은 해외시장 동향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사실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의류시장에서 시장 흐름은 “오프라인이 고전하고 온라인이 고속성장하고 있지만 가격 후려치기가 하루가 다르게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류수출 벤더들이 지금까지 해외에 대규모 소싱공장 투자를 통해 박리다매 규모 경쟁으로 승부했지만 “더 이상 가격경쟁의 비교우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그동안 초고속 성장으로 일취월장 해온 의류수출벤더들이 호시절이 끝났다고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바이어들은 지난 10년간 거의 해마다 전년보다 가격을 10% 이상 깎아 내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된 것이다.
급변하는 유통시장의 변곡점에서 오프라인이 시들고 온라인 비즈니스가 고속 성장하는 추세 속에 온라인 쪽의 가격 조건은 도저히 원가 자체를 맞출 수 없는 한계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초대형 소싱기지를 가동하고 있는 의류벤더들은 미국의 백화점과 대형 스페셜 디스카운트 체인 등 리테일러에 공급하는 가격이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2005년 섬유쿼터가 폐지되던 마지막 해에 면니트셔츠(CAT338.9) 1장 수출 단가는 5-6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겨우 3달러를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벤더들의 해외 소싱기지의 무차별 증설과 지난해부터 TPP(환태평양 자유무역협정)을 겨냥해 100개 라인 공장(종업원 8000명 규모)을 경쟁적으로 늘린 결과 공급과잉의 수렁에 빠져 많은 업체들이 채산보다 공장 돌리기용 오더 수주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스 당 3달러짜리 면니트셔츠 오더는 오히려 아주 우수한 가격이며 미국 내 초대형 리테일러에 공급하는 가격은 2.7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 지금의 오더 실상이라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마존 같은 초고속 성장의 온라인 업체의 구매가격은 기존 대형 리테일러보다 더욱 심해 피스 당 2달러를 제시하며 “이 가격에 맞추거나 아니면 오더를 포기하라”는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을 정도다.
아무리 생산성으로 적자구조를 타파하는 의류수출벤더들이 면방업체와 편직업체에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원부자재 가격 인하를 전가시켜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소싱공장에서는 맞출 수 없는 가격이며 인건비가 낮은 아이티 같은 곳에서 겨우 생산원가에 맞출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오프라인에 비해 유통비용이 싼 온라인 업체들의 초고속 성장은 오더가 많은 반면 만들어 실을수록 적자폭이 커져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고 실토하고 있다.
면방이나 편직업체에 적자폭을 전가시키는데 이골이 난 의류벤더들이지만 올라가는 임금과 원자재 가격, 유통비용 등을 감안할 때 바이어의 가격 동결에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년 10%내외의 공급가격 후려치기는 더 이상 성장판을 지속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 올 1분기 마이너스 매출에서 2분기에 겨우 소폭 상승한데 반해 아마존은 지난해에 82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를 능가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59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작년 동기보다 29%의 매출신장을 올렸다.
이에 따라 아마존의 의류 오더가 넘쳐 각국 벤더들이 집중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원가에도 훨씬 미달된 2달러 내외의 초저가 오더를 소화할 경우 벤더들의 손익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공장 가동용이 아니고는 오더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의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의 매출 역주행과 온라인 업체의 고속 성장 추세에서 임금에서부터 물류비 등 고비용 구조에 내몰린 국산 섬유류의 설 땅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섬유산업은 이미 포기한 것처럼 대량 생산의 중저가 의류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의 해외 소싱기지로 넘기되 차별화 소재와 디자인의 우수성과 한· 미 FTA를 활용한 관세 혜택 등을 활용한 하이패션 의류제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에서 생산 공급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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