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로 직구·여행길 막힌 지금이 중국 오프라인 진출 호기”

“소비는 관성이 있습니다. 일시적인 정치사건으로 대중의 근본적인 소비패턴은 바뀌지 않습니다. 공급이 제한을 받으면 오히려 시장은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죠. 경쟁자들이 고민하고 주저할 때가 바로 당신이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호기입니다.”
지난 9월20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서 열린 ‘삼한 한국성 사업설명회’에서 중국 굴지의 대기업 지메이(古美) 그룹의 천리퍼(陳立波)  회장이 우리 기업들에 던진 일갈이다.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상황의 ‘명’과 ‘암’을 정확히 객관화한 분석. 살얼음판의 한-중 정세변화에 숨죽이고 있던 우리 기업가들의 눈이 번쩍 뜨이는 탁견(卓見)이 아닐 수 없다. 투박하고 넉넉한 외모와 달리 번득이는 기지와 날카로운 감각이 ‘역시 중국 상인(商人)’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이론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비전을 제시하는 힘. 바로 ‘통찰’이다. 
한국 토종 브랜드만으로 구성하는 ‘삼한 한국성(三韓 韓國城)’의 12월 오픈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한류 복합쇼핑몰 사업과 더불어 한국 기업의 중국진출에 대한 비전과 전망에 대해서 들어봤다. 

 

천리퍼 지메이 그룹 회장

 
- 우선 한국 브랜드만으로 구성된 한류 쇼핑몰 ‘삼한 한국성’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 무엇인가.
“두 가지 이유이다. 사업은 ‘크고 완전한 것’과 ‘작고 아름다운 것’, 크게 두 방향으로 발전한다. 전자는 큰 고정자산 투자(Asset-heavy)로 운영이 되고 확장 속도가 느리다. 반면 후자는 고정자산 투자가 적고(Asset-light) 확산 속도가 빠르다. 기업 관점에서 한류 쇼핑몰은 후자에 속한다. 또한 사업의 본질은 수요이다. 향후 소비자 수요에 따라 타깃을 선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삼한 한국성은 한국의 트렌드에 예민한 15~35세 여성을 고객으로 선정했고, 그들의 최대 관심사인 K-lifestyle에 집중했다.”

 

- 국내에서는 중국내 한류가 정점을 찍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중국에서 성공한 브랜드들의 매출 하락이 완연하다. 한류 복합쇼핑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을 텐데. 
“맞다. 중국 내 한류는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중국시장에서 한류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산업 전반의 한류는 중국시장에서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이다. 그러나 대기업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은 한류를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단지 ‘스타 모델’ 마케팅만 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한류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조언을 한다면.  
“일단 두 가지 관점을 말하고 싶다. 생산패턴과 운영패턴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공장에서 먼저 생산해 판매했지만, 중국 시장은 향후 맞춤형 소비로 변화할 것이다. 중국은 14억 인구가 있다. 예를 들어 작은 티셔츠 오더를 받아도 1만장이 훌쩍 넘는다. 이것이 바로 중국시장이 갖고 있는 원가 효과성이다. 그리고 운영면에서는 한류 팬들과 함께 직접 소통하고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분소(둥지)’라고 표현한다. 미래 상업 운영은 소비자의 참여를 더 강조할 것이다. 고객을 회원으로 만드는 것 외에 투자자, 합작 파트너, 운영자, 광고 모델 등으로 사업에 깊이 참여케 할 것이다. 이것이 다음 단계로 발전할 한류의 방향이다.” 

 

- 12월 16일 오픈을 앞두고 한창 MD구성 중인 것으로 안다. 입점을 망설이는 기업도 많을 것이다. 브랜드를 설득할 수 있는 삼한 한국성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지난 수년간 한국은 다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중국 유통에 진출했지만, 시장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실패했다. 이로 인한 우려에 대해 삼한 한국성이 갖고 있는 설득 무기는 ‘좋은 도시’ ‘좋은 자리’ ‘좋은 이념’ ‘좋은 상업패턴’ ‘좋은 운영팀’이다. 
우선 중국의 발전 속도는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보통 중국을 생각하면 북경·상해·광주·심천과 같은 과거 일선도시를 떠올리지만, 창사·중경·성도 등 ‘新 1선도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신 1선도시들은 현재 중국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르고 소비력이 강한 도시들이다. 한국기업들은 1선도시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신 1선도시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삼한 한국성이 들어서는 창사는 한류문화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중국 제 1의 오락도시이다. 그래서 삼한 한국성의 첫 매장 도시로 창사를 선정했고, 그 중에서도 시 중심의 핵심 상권에 자리를 잡았다.”

 

- 삼한 한국성의 이념, 상업패턴, 운영팀에 대한 소개도 마저 부탁드린다. 
“사업에서 좋은 경영이념과 좋은 상업패턴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이념은 ‘한국문화 선두, 한국상품소비를 이끌고, 한국팀이 운영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윈(win), 브랜드 윈(win), 플랫폼 윈(win)”이라는 경영이념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는 스타·팬·VIP 활동 진행 등 오프라인의 문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중요시한다. 특히 소비자 역할을 다양화해 참여를 늘려 한류 문화를 좋아하는 팬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만들 것이다. 이것이 삼한 한국성의 창의적인 상업 패턴이다. 
또한 삼한 한국성은 좋은 운영팀을 갖췄다. 중국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방대하다. 56개 민족이 있고, 129개 지역방어가 있으며, 700개에 달하는 도시가 있다. 도시마다 시장이 다르다. 한국기업들이 이런 중국시장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그래서 좋은 합작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국진출 성공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한국에 (주)삼한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한국과 중국의 유통을 모두 경험한 한국인 전문 운영진도 구성했다. 한국 파트너들과 함께 공통의 ‘차이나 드림’을 실현할 것이다.”    

 

- 그랜드 오픈까지 90여일의 시간이 남았다. 시일이 촉박하다. 현재까지 입점을 확정한 핵심 점포는 어디가 있는가. 
“‘에뛰드 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화장품 브랜드는 입점을 확정했고, ‘설화수’ ‘후’ ‘헤라’ ‘아이오페’ ‘오휘’ 등 10개 일급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삼한 한국성에서 직영으로 운영할 것이다. 패션은 ‘에이치커넥트’ 등 다수의 유명 브랜드들과 계약을 맺었고, 현재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들과 적극적으로 협상 중이다. 이밖에 뷰티와 라이프스타일의 키테넌트도 확정단계에 도달한 상태다.”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삼한 한국성 사업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천리퍼 회장.

- 패션은 물론 코스메틱, 뷰티, 엔터테인먼트, F&B 등 K-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MD 구성을 계획하는 걸로 안다. MD 구성의 대원칙이 있다면.
“첫 지점인 만큼 5:3:2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50%는 ‘에뛰드 하우스’나 ‘이니스프리’처럼 이미 중국에 들어와서 성공적으로 전개 중인 브랜드로 채울 것이다. 30%는 아직 중국 진출하지 않은 한국의 우수한 브랜드를 발굴할 예정이다. 나머지 20%는 ‘설화수’ ‘헤라’같은 삼한성에서 직영하는 특급 브랜드와 디자이너 편집숍, 뷰티 아카데미 등 삼한성과 함께 만드는 PB브랜드로 구성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고 중에 최고’라는 삼한 한국성의 이상에 가장 잘 어울리고 장기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대전제라 할 수 있다.”  

 

- 앞으로 5년내 30개점 오픈을 공언했다. 수치상으론 2달마다 개점을 해야 한다. 
“중국 창사에는 에너지 환경보호 과학 그룹인 ‘브로드 그룹(Broad Group)’이 2011년 15일 동안 30층 호텔을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속도이다. 영업 첫 해인 2017년은 플래그십 숍인 창사 오일광장점에 집중하고, 시스템과 매뉴얼의 안정화에 진입할 2018년부터 추가 신규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발전 패턴의 포인트는 한국 브랜드 자원의 통합, 핵심 관리자의 교육과 전국적인 온라인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후는 앞서 설명한 대로 에셋라이트(Asset-light)인 삼한 한국성의 확장 속도는 한국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를 것이다.”

삼한 한국성의 비즈니스 모델

- 오프라인 쇼핑몰 못잖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O2O 모델이 삼한 한국성 사업의 핵심이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O2O 모델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우선 오프라인인 삼한 한국성 매장 내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직접 연결된 O2O 스크린을 요소요소에 설치해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한다. 온라인은 위챗 터미널과 앱(APP) 터미널을 통해 지점별 지역과 중국 전역을 나눠 한국 문화 팬덤의 공간을 만들 것이다. 앞으로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온-오프라인 유통의 경계가 무의미 해질 것이다. O2O 사업의 핵심인 앱 액티브 유저 수는 향후 5년내 30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본격적인 오픈 전이지만, 회원수가 10만명이 넘어 한류 복합쇼핑몰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 삼한 한국성의 본격적인 영업 첫 해가 될 내년의 매출 목표가 궁금하다. 
“첫 해에는 목표를 크게 잡지 않았다. 4억위안(약 660억원) 예상한다. 삼한 한국성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동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중국 내에서는 온라인 상품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온전히 한국상품을 체험하고, 이를 인터넷 쇼핑몰에 반영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려면 최소 반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사드 얘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경제인들의 대부분은 중국 사업을 보류하거나 속도를 늦추고 상황의 추이를 살피고 있는 중이다. 당신이 보는 현재 양국의 상황과 향후 시장 전망은 어떠한가.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외교 설립 이후부터, 깊은 우정을 쌓아왔다. 사드 문제는 일시적인 것이다. 기업가의 눈으로 보면, 소비수요는 관성이 있다. 일시적인 사건 때문에 소비에 근본적인 감소를 일으킬 순 없다. 공급은 제한을 받을 시 오히려 가치는 올라가는 추세를 보인다. 한국의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가 아닌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대상이 고민하고 위축돼 있을 때가 바로 당신이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 사드로 인한 현재 시장상황이 오히려 한국 기업에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인다면.
“중국 한류 팬들이 한국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루트는 과거 3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한국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일명 ‘직구’, 두 번째는 한국에 직접 여행 와서 구매하는 형태. 세 번째는 중국 대륙에 있는 점포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사드 문제로 첫 번째 루트인 해외 직구가 세관의 제한으로 급감하고, 두 번째 루트인 여행을 통한 구매도 제한받게 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세 번째 루트만 남았다. 여전히 중국인들은 한국의 상품에 대한 선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사드 갈등은 한국 기업이 중국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호기가 될 것이다.”

 


<천리퍼 지메이 그룹 회장은 누구>
천리퍼 회장은 삼한공사 회장과 지메이(吉美) 그룹 회장을 겸하고 있다. 지메이 그룹은 바이오, 헬스케어, 정보통신기술, 부동산, 호텔, 문화매체, 유통 등 7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고미생활과학발전유한공사는 생활건강 사업 부문에서 경영, 연구개발, 생산, 판매 일체를 담당하며,중국은 물론 러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등지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해 한화로 약 57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호남성삼한상업관리유한공사는 삼한 한국성 사업의 전개를 위해 지난해 10월 설립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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