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돌아가는 통박이 지지리도 운이 없다. 표현의 저속한 만큼 옹기 짐 지고 가다 자갈밭에 넘어진 꼴이다. 밝고 희망적인 소식은 안보이고 온갖 헤저드와 벙커가 도처에 산적한 상황이다. 이조 말 사색  당파 싸움에 나라가 방향을 잃고, 월남 패망직전의 혼란상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국론이 분열돼 걱정스럽다.
수십조원을 쏟아 부어도 소용없는 저출산 대책은 인구절벽 시대를 초래하고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로 바뀌면서 인구의 허리선이 40대로 바뀌었다. 생산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가 미래에 짙은 먹구름을 안겨준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처방은 요란하지만 정책의 과녁은 빗나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성장판이 닫혀가고 팍팍해지면서 여기저기 악재가 돌출하고 허둥지둥 수습능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경제가 역주행하고 가계부채 폭증의 시한폭탄 위기 속에 난데없는 한진해운 사태까지 덮쳤다. 대우조선에는 7조원씩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면서 5000억 아끼려다 해운산업을 수장시키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 해운이 죽으면 볼 장 다 볼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의 암덩이는 당연히 수습해야 되지만 서투른 돌팔이 의사가 집도하다 교각살우(矯角殺牛)한 꼴이다. 90척 가까운 배가 바다 위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물류 대란에 운송비까지 폭등해 국내 수출기업을 벼랑 끝에 몰아넣고 있다. 금융 논리로 해운산업의 생태계를 파괴시킨 중대한 실책이다.

목수가 연장이 좋아야 좋은 집 짓는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삼성전자마저 스마트폰 사고가 터져 지축이 흔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1조 50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전량 리콜하는 현명한 용단에 시장에서 평가 받는 능력이 놀랍다. 더욱 억장이 무너지고 기함하게 한 것은 설마 했던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5차 핵실험을 또 저질렀다. 사드 도입을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 러시아가 “감 놔라 대추 놔라” 시비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모골이 송연해진다. 철없는 김정은 집단의 전쟁 위협 앞에 사드는 물론이고 우리 자체가 핵개발을 서둘러야 할 다급한 상황이다. 제발 우리끼리 공격하고 헐뜯고 조소하는 악행과 폐단을 던져버리고 위기 극복에 하나가 돼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아무리 유능하고 뛰어난 기술을 가진 목수도 연장이 녹슬면 좋은 집을 지을 수가 없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산업 현장의 승패 역시 첨단설비에 달려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섬유산업에서의 첨단설비 무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후발 국가도 무차별 첨단설비로 무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발국보다 인건비가 5-10배나 비싼 한국의 섬유산업 설비는 오히려 훨씬 뒤쳐진 면이 많다. 업계 원로의 지적대로 50년 된 벤츠차로 신형 벤츠차와 성능 경쟁을 하겠다는 우리 업계의 발상이 한심하다 못해 무모한 것이다.
하나의 예증으로 우리 섬유산업의 대들보인 화섬산업부터 50년 된 벤츠차로 경쟁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부인 할 수 없다. 메인 설비는 물론 DTY용 가연설비 대부분 35년 된 노후설비다. 기존 설비는 가연기 대당 288추짜리이지만 최근의 초고속 가연기는 이보다 생산성이 배나 높은 384추짜리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노후설비로는 대부분 레귤러사 밖에 생산이 안 되지만 차별화· 특수사 생산을 위해서도 384추짜리 초고속 가연기가 생산성과 품질에서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오는 10월 하순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ITMA(세계섬유기계전)에 바마사에서 최신형 576추짜리 초고속 가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더구나 중국과 베트남이 화섬업체와 가연업체가 앞 다퉈 384추짜리 초고속 가연기로 승부해 한국 화섬업계의 DTY사 시장을 대거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도약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선점한 대만의 포모사와 난야는 초고속 가연기를 대대적으로 증설해 아시아 시장 석권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 화섬업체에서 생산된 양질의 POY를 베트남에 보내 DTY를 만들다 보니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듯 한국 시장을 장악한 중국의 생홍과 행리보다 품질· 가격경쟁력이 좋아 중국산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화섬업체들은 가연 업종이 중소기업종으로 묶여 있어 자체 투자가 어렵지만 협력 임가연업체들 역시 초고속 가연기 투자가 안 되고 있다. 당연히 국내 초고속 가연기 보유업체는 물론 중국· 베트남산에 밀려 갈수록 고전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화섬업체의 DTY사 가격은 75-36 기준 파운드당 1050원 수준인데 비해 중국산은 1000원, 베트남산은 950원 수준이다.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는 것인데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수요업체가 차별화 안 된 국산 DTY를 누가 사겠는가.
면방 쪽은 2000년 들어 노후설비 개체 붐이 일어나 스위스 리히터사나 독일 투르쥬슐러, 일본 도요타 산 최신형 링정방기를 도입했다. RPM이 30수 코마 기준 2만 3000까지 올라가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그럼에도 인도 등지의 가격 투매에 고전하고 있어 겨우 국내 설비가 110만 추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의 웨이차이 1개 회사 설비규모가 750만 추에 달한 점과 비교하면 규모 경쟁에서 상대가 안 된다.
대구 직물업계가 그동안 워터젯트나 에어젯트, 레피어 등 혁신 직기 도입을 많이 늘렸으나 아직 20년 이상 된 노후 직기가 부지기수다. 첨단 설비로 무장하지 않고 중국과 똑같은 제품으로 싸우다가는 백전백패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설비투자가 부진하다. 지금 이 순간도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씽씽 성장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자동화 설비에 앞장선 기업들이다. 투자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요행을 바랄 뿐이다.

시장은 있다. 설비투자가 처방이다.

염색가공업계도 매 한가지다. 지난번에도 지적했지만 대구에 규모가 비교적 큰 자체 염색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某 직물업체 오너가 자동화 설비 개체를 위해 해외공장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결론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후발국에 진출한 염색공장의 자동화 설비가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임금이 한국보다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풍부한 인력을 갖고 있는 후발국 설비가 한국보다 훨씬 자동화 돼있다면 더 이상 변명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첨단 자동화 설비투자 없이 품질과 생산성을 기대하는 것은 헛된 미망이다. 자동화 설비투자가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다.
지금 환경은 한국 섬유산업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저가 제품은 직물이건 봉제이건 한국이 안 되지만 차별화 제품은 한국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과의 FTA로 관세가 철폐됐거나 반감되어 가격경쟁력이 많이 생겼다. 품질과 딜리버리· 특화 전략에서 한국을 이길 경쟁국은 드물다는 것이다. 이젠 우리 업계가 자신감을 갖고 투자할 때다. 하이패션 제품과 이를 위한 차별화 소재를 미국 바이어들은 한국에 기대하는 추세다. 첨단설비 투자가 성공의 열쇠라는 강한 신념이 다시 한번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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