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 의류 바이어 한국 구매사무소 폐쇄 봇물

2007년 월마트 이어 시어스 43년 역사 접고 이달 말 폐쇄
GAP도 연말까지 정리· 소싱기지 없는 한국서 철수
의류 바이어들 산업 공동화· 고비용 들어 홍콩서 대행

지난 40여년간 한국 의류수출 전성기를 이끌었던 미국의 유명 백화점 또는 체인스토아 등 초대형 유통업체의 한국 구매 사무소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어 공동화(空洞化)된 국내 의류산업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다.
이들 바잉오피스들은 70년대 초반 섬유쿼터가 실시된 후 의류 생산기반이 급속히 확장하던 시절 한국에서 구매업무를 맡아 의류 수출증진의 견인 역을 담당했으나 섬유쿼터제가 폐지되고 생산기반이 붕괴되자 그동안 미루어오던 한국에서의 철수를 마무리 짓는 단계에 와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의 한국 구매사무소가 2005년 말로 폐지된 섬유쿼터제에 대응해 한국 구매사무소 직원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2007년 그마저 완전히 폐쇄하고 한국 구매사무소 업무를 홍콩 사무소가 관장토록 했다.
이어 지난 73년부터 한국 구매사무소를 개설해 한 때 한국 의류수입 규모가 5억 달러 규모에 달했던 미국의 중견 체인스토아 리테일러인 시어스가 43년간 유지해온 한국 구매사무소를 이달 말로 완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요즘 막바지 직원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어스는 한국 구매사무소 폐쇄에 따라 홍콩 사무소가 아시아 지역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면서 이미 운영 중인 방글라데시와 인도· 파키스탄· 터키 구매사무소가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어스 한국 구매사무소는 최근까지 50명 규모가 근무해왔다.
특히 한국 의류수출에 크게 기여한 대형 유통기업인 미국의 GAP 역시 전성기 때 300여명에 가까운 직원이 활약하던 한국 구매사무소 직원을 2000년 후반부터 축소해 100여명 수준으로 줄인데 이어 이마저 한국 구매소를 오는 연말까지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GAP은 이미 2-3년 전부터 인원을 축소하면서 홍콩 사무소로 직원들을 이동 배치 해오다 최근에는 연말까지 한국 사무소 폐쇄를 계기로 직원들을 베트남 사무소로 발령하고 있어 이에 호응하는 직원은 따르고 현지 근무가 어려운 직원은 사표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타겟 한국 구매사무소는 아직 철수 단계는 아니지만 2년 전까지 200명 이상이던 한국 구매사무소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고 앞으로도 더욱 축소시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외에도 미국 본사의 한국 구매사무소인 바잉오피스에 대한 폐쇄 또는 대대적인 규모 축소가 봇물을 이루고 있어 리앤풍이나 메스트, MDF를 비롯한 에이전트들만 남아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본사의 한국 구매사무소인 바잉오피스는 모든 운영비용을 본사가 부담하지만 구매를 알선한 에이전트는 바이어의 의뢰를 받아 오더를 진행하면서 커미션 베이스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 같이 섬유류 중 한국산 의류수입을 전문으로 지난 40년 이상 운영하던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 한국 구매사무소(바잉오피스)가 잇따라 한국에서 탈출하거나 아예 폐쇄한 것은 섬유쿼터가 폐지되고 생산기지가 공동화된 한국에서의 업무영역이 사실상 소멸됐기 때문이다.
물론 주 거래선인 의류수출벤더의 본사가 한국에 존립하고 있어 업무협의에 필요해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으나 의류벤더의 해외 소싱기지가 집결돼있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과 업무협의가 현지에서 훨씬 용이하고, 극동지역 컨트롤 타워 역을 하는 홍콩 사무소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류수출 벤더들은 해당 바이어와 상담을 위해 이들 바잉오피스 사무실이 있는 홍콩이나 베트남 등지로 가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미국 또는 EU의 대형 유통업체 한국 구매사무소가 존재 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과는 한국 의류수출에 큰 차이가 나고 위상 또한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어 관련 업계가 충격과 함께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백화점 또는 대형 체인스토아 바이어가 한국 구매사무소를 축소 또는 폐쇄한데 따른 업무 차질에 대비해 거래선인 의류수출벤더들에게 직원 2명 정도를 바이어 본사 사무실에 상주 근무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더 입장에서는 오더를 주는 바이어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직원 월급을 부담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바이어 사무실에 파견 근무시키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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