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정치인의 세치혀는 믿을 것이 못된다. 후진국이나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 영국마저 선동 정치에 국민이 자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브렉시트(EU연합 탈퇴)만이 영국이 번영하고 전 세계를 지배하는 만병통치약으로 과장하던 탈퇴파의 수작에 국민이 속았다. 물은 엎질러졌고 화살이 시위를 떠나고서야 “우리가 무슨 짓을 한거지?” 하며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민주주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마저 국민의 분노를 이용해 나라 장래를 망친 격정범죄가 판을 친 것이다.
영국판 오세훈 시장 꼴이 된 캐머런 총리도 비행기 타고 가다 독사에 물린 꼴이 됐다. 섣부른 무상급식 찬반투표에 시장 직을 버린 오세훈 시장의 경솔한 행동을 캐머린이 똑같이 답습해 자신도 망하고 국가도 위기에 몰렸다. 지도자의 판단과 결단 하나가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는 또 하나의 자계훈(自戒訓)을 던졌다. 탈퇴파 정치인의 무책임한 선동에 춤을 추다 자살골을 차버린 영국의 후회와 혼란을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월 임금 300만원 시대

본질문제로 돌아가 솔직히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의 제사에 밤 놔라 대추 놔라 할 처지가 아니다. 국내외적으로 돌아가는 통박이 섬유패션뿐 아니라 모든 경제 흐름에 아주 고약한 암운(暗雲)이 드리워지고 있다.
중언부언 하지만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침체 속에 영국의 브렉시트까지 불거져 세계 섬유패션 경기부터 더욱 위축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단순히 한국과 영국 간의 섬유교역 차원이 아니라 세계 경제침체를 심화시킬 후유증이 겁난다.
수출은 17개월 연속 역주행하고 기껏해야 5200만명 좁은 내수시장마저 소비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덜 나고 있는 조선 해운 철강을 중심으로 한 주력산업보다 섬유패션은 매를 덜 맞고 있지만 상황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잘했건 못했건 우리 섬유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화섬산업부터 갈수록 시난고난하고 있다. 품질은 중국산보다 떨어진 경우가 많고 가격은 덤핑관세를 물고 있는 중국산보다 더 비싸다.
중국산 DTY가 품질 좋고 가격이 싸 국내시장에 물밀듯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베트남산 DTY수입이 급속 증가하고 있다.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 싼 맛에 인도산에 이어 베트남산 DTY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니트직물 바닥에 깔리는 이면사(빽사)는 요즘 거의 베트남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산이 오히려 베트남산에 밀릴 정도라면 화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는지 알만하다.
세계가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품질 차이 없고 가격이 비싸다면 종착역은 묻지 마라 갑자생(甲子生)이다.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는 것은 전 세계 바이어의 공통된 현상이다.
너무 자주 틀고 있는 레코드 판이지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면방산업의 시난고난 현상도 계속 진행형이다. 전통 뿌리 섬유산업인 면방 업계의 서툴고 조급한 경영전략은 이미 국제 망신 수준이다. 국제 면사 시세는 한국산보다 품질이 떨어진 인도산이 한국산보다 적어도 고리당 30-40달러 싼 것이 정상적인 관례다. 그러나 요즘의 상황을 보면 인도산 면사(코마사) 가격이 한국산보다 비싸다.
인도 내 고급 원면이 바닥이 나고 올해는 가뭄까지 겹쳐 작황이 매우 나빠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품질 떨어진 인도산 코마사 값이 고리당 530달러인데 반해 한국산은 520달러 선에 거래하고 있다. 비수기가 닥치면 생산량을 조절해가며 진득하게 기다리지 않고 재고가 쌓인다고 막장투매를 자행한다. 인도산이 시장 질서를 붕괴시킨다고 하지만 사실은 한국 업체들이 가격을 후려쳐 인도 면방업계가 오히려 한국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눈덩이 적자를 몰고 온 자해행태의 천수답 경영이 한국 면방업계가 서 있는 현주소다.
국내 봉제산업은 인력난과 고임금에 휘둘려 일찌감치 공동화된 상태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직물산업이다. 직물 중에서도 ITY 싱글 스판을 중심으로 환편직물은 아직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요리저리 손이 많이 가는 특성 때문에 중국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끼리 치고받는 혈투로 시장을 망치고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좋은 물건 만들어 제 값 받기 전략으로 버티면 상당기간 엔죠이가 가능 할텐데 조급증 때문에 자신도 죽고 남도 죽이는 들쥐 떼 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산지의 화섬직물 역시 돌파구가 안 보인다. 몇몇 글로벌 SPA브랜드 공급업체를 제외하면 수년째 극심한 오더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대량 오더는 이미 중국에 넘어가 틈새시장용 차별화 직물이 돌파구인줄 알지만 원사 쪽에서 차별화가 이루워지지 못해 한계에 봉착해있다. 대구산지의 독무대 품목인 치폰마저 중국산이 장악하면서 비상구가 막히고 있다. 그나마 9월 중국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해 어부지리를 보지만 이것도 몇 달 안 남았다.
글로벌 시장 환경은 더 싸고 좋은 제품을 찾는데 반해 한국의 제조업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때마침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난항을 거듭하는 상황은 자칫 제조업 말살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가뜩이나 83%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이 말해주듯 제조업 현장 기피현상 속에 젊은이들에게 떡 쪄놓고 빌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제조업 생산 현장에 눈이 어두운 50-60대 어른들이 종사하고 그나마 안 되면 최저임금이 똑같이 적용 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무슨 나라가 최저임금을 매년 연례행사로 올리는지 중소 영세업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현재의 시급 6030원으로도 가격경쟁에 밀려 마른 나무 기름 짜기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10% 내외를 인상시키면 제조업은 간판 내리고 문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나 최저임금 심의위원들의 탁상위의 발상은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별거 아닌양 여기기 쉽다. 그러나 퇴직금과 4대보험, 상여금 모두 포함하면 실질 임금은 20% 오른다는 사실을 굳이 외면한다. 피 말리는 기업현장을 모르는 알량한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최저임금도 못 줄 형편이면 왜 기업하느냐”고 어깃장을 놓아 기업인이 비분강개하고 있다.

공장 폐업하겠다는 中企인의 절규

시급 6030원의 현행 최저임금 체제에서도 외국인 근로자가 휴일 특근이나 평일 연장근무를 하면 월 평균 240만원을 수령하고 있다. 앞으로 시급이 8000원 수준으로 인상되면 300만원 수준에 육박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아직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는 월 200달러 많아야 300달러 수준이다. 무슨 재간으로 경쟁을 할 수 있겠는지 정치인, 공무원들은 연구하고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 의존도는 80%를 상회한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러나 17개월 연속 수출이 역주행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제조업이 견딜 수 없는 환경 때문이다. 언필칭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는 정부나 정치인들은 기업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임을 알아야한다. 이대로 가면 나라 경제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대기업과 중견기업과는 무관하다. 중소 영세업자들만 죽이는 짓이다. 벌써부터 악에 받친 지방 기업인들이 "최저임금 또 올리면 사업자 등록증 반납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정치인, 공무원, 심의위원들은 겨우 유지되는 중소 영세업체의 일자리마저 빼앗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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