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돌아가는 꼴이 마치 네모난 삼각형을 보는 것 같다. 민생은 불안하고 경제는 망가지는데 도처에서 끝없는 악행과 폐단이 창궐한다. 하나의 예증으로 경제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산업은행이 망해야 나라 경제가 산다”는 유행어가 돌았다. 역시 대우조선이 저 모양 저 꼴로 망가지게 방치한 ‘산피아’(산업은행 낙하산인사)의 무능과 폐단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국가 주력산업 전반에 비상등이 켜지고 기업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상황인데도 도처에서 쪽박을 향한 서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저자거리 마실 나온 사람까지 2018년 경제대란을 걱정하는 판에 천지를 모르고 깨춤 추는 짓거리가 활개를 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에서 정치권과 강성노조는 역주행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유승민의 복당문제로 여당이 또 내홍에 휩싸인걸 보면 제정신인가 싶다.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 역시 대안정당으로 신뢰가 안 간다.

부동산 임대업자 횡포 이젠 근절 돼야

설상가상으로 소속회사가 생사기로에 서있는 판국에 조선과 자동차 노조가 연계 파업을 들고 나왔다. 이판사판 불길에 같이 뛰어들자는 어깃장과 다를 바 없다. 잘 못된 우리사회의 병통을 치유할 명의는 안보이고 돌아가는 꼬라지는 볼썽 사납고 한심하다.
말을 바꾸어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이 경천동지 풍비박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사 전체와 오너 총수까지 검찰의 칼끝이 전방위로 겨눠지고 있다. 관례상 검찰의 재벌 수사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다고 하니 잠 못자며 오금 저린 정치인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때마침 검찰의 롯데 그룹 수사를 계기로 별건 차원에서 유통 공룡 롯데백화점을 재조명 할 필요가 있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롯데가 재계 순위 5위로 도약한 일등공신은 유통을 통한 폭리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롯데백화점은 유통의 꽃을 활용해 끝없이 영토 확장을 해왔다. 한국 최대 유통재벌을 축성하는 화려한 성장사 뒤에는 수많은 입점 협력업체들의 희생과 눈물의 역사였다. 수천개 입점 협력업체들은 유통 공룡 롯데에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미국과 유럽백화점들은 하나같이 완사입 제도가 정착해 백화점이 물건을 사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의 100% 수수료 매장체제이어서 백화점 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백화점이 자기 자금으로 물품을 살 필요가 없고 판매대금은 고율의 수수료를 챙기고 안 팔리는 재고는 고스란히 입점업체 몫이다.
중언부언 하지만 백화점 경영의 가장 큰 비중은 패션의류와 패션잡화이지만 판매 수수료는 자그마치 30-40%에 달한다. 그럼에도 백화점 광고 요금은 전부 입점업체에 전가시킨다.
백화점 매장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하도록 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 역시 입점업체 몫이다. 매출목표에 미달되면 득달같이 퇴점 압력이 떨어지기 일쑤다. 매출이 떨어지면 매장 위치를 후미진 화장실 쪽으로 내몰리기 십상이었다.
수입브랜드와 내셔날브랜드의 차별 또한 가관이다. 1, 2층 매장은 수입브랜드가 차지하는 것은 물론 수수료도 10% 미만의 파격적인 대우를 한다. 그 비싼 인테리어 비용도 수입브랜드는 국내브랜드와 달리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에 근무한 판매사원 월급은 백화점이 아닌 입점업체 몫이다. 유니폼만 백화점 표시일 뿐 소속은 협력업체인 것이다. 백화점이 주관해 야유회를 갈 때도 가건 안가건 판매사원 숫자별로 참가비를 거둔다. 건강진단비도 입점업체 부담이다.
그런 악행 속에 시달리면서도 매출이 떨어지면 퇴점 압력이 겁나 한동안 입점 업체가 이른바 가짜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자기 카드로 가짜 매출을 올리지만 수수료는 영락없이 백화점이 챙긴다. 그야말로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땅 짚고 헤엄치는 악덕부동산 업자와 다를 바 없다. 무소불위 불공정 행태로 재벌축성의 길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 해왔다.
이상하고 이해 못할 것은 웬만한 중소기업도 노조가 결성되고 있는데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수천개 입점 업체들은 협의회 하나 결성하지 못하고 있다. 친목도모와 권익향상을 위해 당연히 결성해야할 구심체를 수십년이 지나도록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백화점의 위세가 등등하기 때문이다.
협의체 형성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누구하나 앞장서 눈 밖에 나면 퇴점을 각오해야 되는 보복을 의식한 것이다. 그만큼 영세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심지어 대기업까지 망라된 백화점 입점업체들이 백화점 눈치를 보고 있다.
사실 그 동안 공룡 백화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에 대한 독선과 횡포는 수 없이 제기돼왔다. 심지어 그 도가 지나쳐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십년 적폐가 시정되지 않은 것은 그 만큼 막강한 무소불위 영향력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백화점 측에 비위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자계훈인 것이다.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없이 시정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심증은 있어도 확증이 없다”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피해 당사자들이 퇴점 압력이란 후환이 두려워 실상 고백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회에서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국회위원들마저 로펌을 통해 엄청난 압력을 받는다고 호소할 정도다.
그러나 과다한 수수료를 비롯한 온갖 독선과 횡포의 관행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 세상은 변하고 변해 변곡점의 꼭대기에 와 있는 상황에서 공룡 백화점들의 횡포도 바뀔 수밖에 없다.
백화점이 아무리 유통의 꽃이라 하지만 전성기에 해가 저물고 있다. 유통에서 할인점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급성장하는 온라인으로 인해 오프라인의 퇴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 동경의 유명 백화점이 인근 유니클로 매장 때문에 고객을 뺏겨 문을 닫은 것은 우리에게도 타석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향후 수십년 내에 사라질 업종의 상위 그룹에 백화점이 포함된 것이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공정위원장의 패션업계 간담회 주시

공룡 백화점의 독선과 횡포 또한 근절돼야 할 악패다. 수수료 매장의 원시적인 운영체제 역시 변해야 한다. 완사입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재고 부담을 지지 않고 수수료만 챙기는 원시적이고 얌체형태의 운영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때마침 나비의 날개짓이 폭풍을 몰고 왔다. 최근 정부 주무부처가 롯데 홈쇼핑의 황금시간대 방영을 6개월간 금지시켰다. 과거에 볼 수 없던 초강경 조치다. 여기에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한국패션협회를 방문해 패션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백화점이 저질러온 무소불위 불공정 형태를 바로잡기 위한 수순으로 보여진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고약한 횡포가 한계수위를 지났다고 보고 있는 방증이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통 공룡 롯데백화점부터 변해야한다. 그 첫 번째 과제가 수수료 인하다. 검찰수사로 쑥대밭 위기를 맞고 있는 롯데그룹이 협력업체의 맺힌 한을 풀고 자숙하는 마음으로 현행 백화점 수수료를 내리는 용단이 필요하다. 롯데백화점이 최고의 고객은 입점협력업체란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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