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새 밀레니엄은 국내 화섬직물업계로서는 고통과 악몽을 연 시련기였다. 1995년 PET직물 단일품목으로 45억불 수출의 위용은 새 천년 시작과 함께 반 토막 이상 줄어들었다. 그리고 냉혹한 구조조정은 본격화됐다. 기라성 같은 기업들이 하나 둘 씩 나동그라졌다. 소롯트·대량생산의 자아도취 현상에 깊숙이 젖은 탓에다 중국의 급성장 때문에 이 같은 참담한 상황을 맛봐야 했다. 그리고 또 4년의 세월이 흘렀다. 포스트 쿼터시대가 왔다. 허리띠를 졸라 맨 구조조정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중국의 블랙홀 현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 힘이 없다. 구조조정 단계에서 너무 진을 뺀 것이다. 이제 일회용 모르핀주사는 약발도 먹히지 않는다. 보신책이 필요하다. 화섬직물업계가 재도약을 위한 보신처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달 14일 열린 2005년 본지 신년특집 기획좌담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좌담회는 본지 조영일 발행인 주재로 ▲박상태 (주)성안 사장 ▲민은기 동성교역(주) 사장 ▲유성열 (주)해동 사장 등 한국 화섬직물 간판기업 CEO 세분이 강남구 역삼동 소재 한정식 식당 청산에서 머리를 맞댔다. 화두는“벼랑끝 화섬직물산업, 이제 탈출구가 보인다”였다.
▲사회= 아직 2004년 한해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1년은 섬유수출업계는 물론 내수브랜드업계마저도 유난히 어려웠던 한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지난 연초부터 불어닥친 TPA·EG·CPL 등 화섬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원사가격 인상과 유가상승 그리고 환율급락은 연중 섬유업계를 압박했습니다. 특히 섬유수출 주력품목인 화섬직물은 유가상승에 따른 유화가격 급등과 원사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블랙홀 현상은 화섬직물 모든 오더를 집어삼킬 듯 기세를 더합니다. 이 때문에 세계최대 화섬직물 주산지인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사상 유례가 없는 생존권 차원의 대규모 궐기대회 개최도 마다 않겠다는 등 어수선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이는 한국 화섬직물 산업이 흥하느냐 망하느냐의 기로에 놓여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백척간두에 선 한국 화섬직물산업의 현실과 진로를 다시 한번 모색해보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특히 오늘 좌담회에 참석해주신 세분은 한국 화섬직물산업을 대표하는 간판업체들의 최고경영자들이십니다. 세분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전체 업계가 나아가는 방향타가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고언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2004년 화섬직물 경기상황을 분석해 봤으면 합니다.
▶박상태 (주)성안 사장=2004년은 한마디로 시장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국내 직물류 전체 수출은 지난 10월말 기준 전년동기대비 0.4%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만 PET직물·나일론직물로 대별되는 화섬직물 수출은 오히려 33%나 줄었습니다. 이게 한국 화섬직물산업의 현주소입니다. 특히 쿼터지역을 비롯 옵쇼어지역은 베이직 품목만 찾는 현상이 연중 지속됐어요. 이는 우리의 주력품목인 헤비중량의 슈팅물 품목의 수출부진으로 연계됐습니다. 다행히 티슈파일·도비죠젯트·페블류가 다소 예년 수준의 물량을 유지했습니다만 모든 원가비용은 오르는데 바이어들은 가격을 깎자고 달려드니 한마디로 사면초가 상황입니다.
▶민은기 동성교역(주) 사장=올해부터 중국이 불랙원단 시장에 진입하면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중국은 블랙원단 품목 가운데 페블류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페블류는 울피치류와 함께 블랙원단 양대품목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만 중국이 이 부문 생산에 나서면서 우리시장을 급속히 잠식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올해부터 한국 화섬직물산업이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높였어요. 지난 2001년부터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올해 원가부문에서 상당한 경쟁력 발휘를 기대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아니예요. 연초부터 원사가격이 오르고 여기에다 유가인상·환율급락 등 모든 상황이 거꾸로 갔습니다. 지금 원가부문 비용증가가 엄청난데다 환율하락이 더해지면서 채산성 면에서 타격은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유성열 (주)해동 사장=올해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시장 바이어들의 리스크 기피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바이어들의 오더 대부분이 고가·개발품 위주로 수출을 전개하는 한국보다 베이직 위주인 중국으로 쏠림현상만 나타냈어요. 특히 원사가격 인상과 함께 유가상승에 따른 후가공 비용이 급증하면서 야드당 단가가 3불대 이상 제품은 거의 수출이 안될 정도였습니다. 아마 레노마 변형제품은 거의 전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시장을 겨냥, 신합섬 위주로 고부가직물 개발에 나선 국내 화섬직물업체 대부분이 쌓이는 재고 때문에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마 올해는 미국시장에서 신합섬제품이 사라진 원년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사회=한국 화섬직물을 대표하는 간판업체들마저 시련의 연속이었다는 말씀을 듣고 보니 어안만 벙벙할 뿐입니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총체적으로 맞물려 일어난 현상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올해 간판기업들의 영업성적표는 솔직히 어떻습니까.
▶민은기 사장=영업이익도 안나오는 상태입니다. 외형을 줄이다보이 이제는 외주물량은 다 끊었어요. 솔직히 기업형태가 말이 아닙니다. 어느 선까지 줄여야하는 지 이것을 몇 년째 반복하고 있어요. 아직 자금흐름에는 문제가 없지만 파도를 탈 때 파도를 타야하는 데 그렇지가 않아요. 아마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올해 원가제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분석을 강화하고 있어요. 관리비 4%가 반영이 안되는 오더는 아예 받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적자품목이니까요. 아마 이 같은 오더가 대부분이면 사후관리를 할 경우 회사는 골병들 겁니다.
▶유성열 사장=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원사가격 및 후가공비 인상 등 원가상승 요인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다보니 제품을 찾는 바이어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밑지고 팔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는 성안의 비즈니스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값을 받기 때문이지요. 국내 화섬직물업체들도 성안이 하는 식으로 하면 큰 문제가 안됩니다. 저희의 경우 지금 재고물량이 약 300만 야드에 달합니다만 올해 연중 재고는 210만 야드에서 310만 야드까지 움직였어요. 앞으로 현재 물량의 30% 수준까지 재고를 낮춰야 하는 게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식’의 영업은 해서도 안되죠.
▶박상태 사장=올해 매출은 다소 줄었으나 이익은 손익분기점 상태에 있어요. 서울영업부는 손익분기점을 웃도는 상황이지만 대구공장은 이를 밑돌고 있습니다. 손익을 지키는 방법은 적자품목은 아예 팔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보니 외형이 줄어드는 데 문제는 외형축소가 은행의 신용점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올해 도래하는 상환금 모두 갚으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재 상환금액은 1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받았어요. 영업이익도 나오지 않는 마당에 높은 이자를 감당하면서 은행돈을 쓸 이유가 없잖아요. 이 때문에 창사이래 부채비율이 최저수준입니다. 현재 부채비율은 90% 수준에 불과해요. 그렇다고 현금흐름에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한도는 충분한 상태예요.
▲사회=매출도 줄고 영업이익도 나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서도 제값을 지켜나가자는 말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화섬직물수출은 그 동안 대량생산 시스템 때문에 국내업체간 출혈경쟁도 극심했습니다만 올해 블랙원단 시장은 영향력이 큰 선도업체들을 중심으로 가격지키기 운동이 전개되면서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 화섬직물 수출경기를 예측해 봤으면 합니다.
▶유성열 사장=2004년에는 고부가 직물류 수출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2005년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위안화 절상은 당연히 수출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또 싼 맛에 중국산을 구매하던 바이어들도 원단구매선 확대에 나설 것으로 봐요. 또 그동안 중국과의 가격차 때문에 한국산 원단구매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바이어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면서 물량확대까지 예상합니다. 조금 전 말씀드렸다시피 2004년은 신합섬류가 미국시장에서 사라진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만 2005년은 오히려 재약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를 높여봅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베이직 품목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쏠림현상은 다소 희석되는 것과 동시에 현재의 가격에 맞춰 구매I하던 바이어들은 가격인상을 동반한 오더와 함께 직물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넓혀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상태 사장=앞으로 국내업체간 경쟁은 줄어듭니다만 중국과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국내 화섬직물업계는 구조조정 단계를 거쳤다는 뜻이지요. 문제는 환율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환율이 1000원∼1050원대 사이에서 움직여 주고 유화가격이 떨어져 준다면 2005년 수출은 2004년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봐요. 그렇다고 시장이 과거 90년대 중반처럼 달아오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한국의 화섬직물 경쟁력은 이제 가격경쟁력이 아니지요. 품질경쟁 체제로 돌아선 지 오래됐습니다. 그런도 우리 제품은 아직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 세계경기가 호황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섬유류 수출은 오히려 역신장하는 추세가 아닙니까. 이는 가격경쟁에서 품질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우리 제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 동안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제 이를 극복시켜 나가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004년 연초 원사가격이 오르면서 블랙원단 수출가격 인상과 관련 5개 선도업체가 공동으로 가격인상에 나서 이를 관철시킨 것은 앞으로 우리업계가 지향하는 마케팅전략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지금 직물수출가격 인상이 요구받고 있습니다. 품목별·시장별로 이해관계가 있는 국내업체들이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민은기 사장=2005년 상반기 중 중국 위안화가 15% 절상될 경우 미국·EU시장에 대한 한국산 화섬직물 수출은 큰 효과를 기대합니다. 특히 슈트물은 헤비·라이트 가릴 것 없이 물량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봐요. 올해 각 사마다 미국·EU시장 수출부진으로 재고가 다소 쌓여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퍼내지 말고 전 업계가 가격인상 노력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봉제시장이 낙관적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고요. 2004년은 정말 운이 없었던 한해였습니다. 중국과 달리 국내 화섬직물산업은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에 올해 수출의 희망을 부풀렸으나 실상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특히 11월 환율급락은 치명타였어요. 그러나 11월을 고비로 12월 중순부터 환율이 다소 상승하는 등 안정기조로 흐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환율급락 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는 데 전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블랙원단의 경우 최소한 2005년 1월까지 떨어진 환율 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오더는 받지 말아야 해요. 그렇다고 중국이 우리시장을 독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중국의 후가공 기술력이 우리시장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가격인상과 함께 양을 조절해 나간다면 환율급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는 다소 만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세분 모두 환율·위안화절상 문제를 2005년 화섬직물 수출경기를 가늠하는 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품질경쟁력을 발휘시켜 나가는 것도 수출경기의 큰 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실 경기자체도 중요하지만 화섬직물 경쟁력 발휘를 위한 자구노력도 이에 못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조금 전 민사장께서 나름대로 업계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아직도 자구노력이 더 요구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박상태 사장=원가절감 방법은 각 사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다 할 정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상황은 모든 업체들이 마른 수건까지 짜는 식으로 자구노력에 주력하고있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봐요. 솔직히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자구노력은 90%이상 넘겼다고 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부의 몫이에요. 조금 전 말씀드렸습니다만 금융권 압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왜 정상적인 기업에까지 비수를 들이대는 지 도대체 이해가 안돼요. 신규대출은 어렵다 하더라도 무차별 회수는 지양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는 섬유기업 모두가 겪는 공통적인 현상이에요.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민은기 사장=지금까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기업은 생존력이 점검됐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금융권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이제는 공장밖에 남지 않았어요. 솔직히 공장을 매각해서라도 부채비율을 낮추고 싶습니다만 공장매각 자체가 안돼요. 그렇다면 살아남은 기업들이 재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특히 금융권은 담보로 잡은 물권을 부채로 산정하는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유성열 사장=두분 말씀에 적극 동감합니다. 특히 신용평가부문은 특단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외형이 감소하자 신용등급을 낮추고 이자율을 올리는 금융권의 조치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예요. 지금 화섬직물업계는 거의 구조조정 끝물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제 문제는 국내업체간의 내홍이 아니고 중국과의 싸움입니다. 게다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중국과 우위에 있는 요소들을 특화시켜 나가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금융권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딴지만 걸고 있어요. 정부부처간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절실한 시점입니다.
▲사회=경쟁력있는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동안 피말리는 자구노력을 강구해 왔다는 세분의 말씀은 지금 한국 화섬직물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한다고 봅니다. 또 정부를 비롯한 금융권 등이 조금만 지원하면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고요. 섬유산업은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었습니다. 7·80년대는 의류가, 90년대는 화섬직물이 외화획득에 앞장섰습니다. 지금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는 와중에서 외형축소와 함께 채산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의류는 의류대로 직물은 직물대로 해법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섬유업체를 보는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지금 국내 금융권은 섬유라는 상호만 봐도 옥석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대출금 회수에 혈안이 되는 등 섬유기업을 죽이지 못해 안달 그 자체예요.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중국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금융권 50%가 부실위기에 놓여있다고 합니다만…
▶민은기 사장=지금 중국 금융권 50%가 부실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은 거의 사실에 가까운 정보입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중국 금융권의 부실은 중국당국의 일자리 창출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렇다보니 일자리 창출이 쉬운 섬유업체에 금융권의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 갔어요. 그런데 중국 섬유업체 대부분이 지금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저희의 경우 중국현지공장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 있어요. 또 중국 금융권의 대출금 상환통지도 급증하고 있다는 정보도 들어왔습니다.
▶유성열 사장=문제는 리드타임이에요. 중국 금융권의 목졸림 현상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합니다. 빨리 강시효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중국 섬유업체들이 붕괴되기 전에 국내 섬유업체들이 먼저 도태되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정부나 국내 금융권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들어간 국내 섬유기업에 대한 지원과 협조시스템 구축에 시급히 나서야 합니다.
▶박상태 사장=중국 금융권은 멕시코나 한국의 IMF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아마 이 같은 전철을 결코 뒤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섬유업체들에 대한 대출금 회수도 공격적으로 진행시켜 나갈 것으로 봅니다. 방금 민사장께서 지적했듯이 중국 섬유업체들은 이익개념보다는 고용보전에 의미를 둬왔기 때문에 대출금을 상환할 여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그리고 2005년부터는 포스트 쿼터시대입니다. 더 이상 정부의 지원은 WTO규정에도 어긋나지요. 또 미국·EU 등 선진국들은 중국의 섬유수출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제반 여건이 중국과 부닥치고 있는 국내 섬유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요.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나가야 합니다. 그 우선 전제조건은 이제 정부가 나설 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사회=‘盡人事待天命’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오늘 좌담회는 이 옛말을 상기시키는 자리가 됐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섬유업체(人)들은 강구할 수 있는 방안은 다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天)의 명만 기다리는 시점이라고 단언합니다. 게다가 거대한 블랙홀 중국 섬유업체들의 공멸이 엿보이는 기회도 우리 앞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호재가 2005년은 물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는지 기대를 높이게 합니다. 구조조정의 홍역을 딛고 일어선 섬유업계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나 금융권의 자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이것이 섬유산업의 새로운 채찍질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정리=전상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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