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파국의 서곡이 본격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배철수’를 중심으로 핵심 산업이 속절없이 망가지고 있다. 배와 철강, 해운을 일컫는 배철수와 석유화학? 건설이 보태져 산업 중심축이 무너지고 있다. 조선 3사에 여신 규모가 80조에 달한데 이어 또 12조의 국민 혈세를 퍼붓기로 했다. 수년 전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소리가 진동했는데도 산업은행과 정부만 모르고 있었다.
서까래는 물론 대들보까지 무너지는 굉음 속에 섬유패션산업이 그 카테고리에 끼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17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면 한국경제 댐에 심한 균열이 생겼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수출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이 하루가 다르게 망가지는데 무엇으로 수출을 하라는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한국 10년 내 중국의 하청기지?

제조업이 살 수 있는 토양과 여건은 만들지 않고 “왜 수출 못하냐”고 닦달하는 정부나 정치인들이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믿으라는 논리다. 이대로 가면 배철수와 석유화학? 건설에 이어 타산업까지 몰사당할 위기에 대비해 고단위 긴급 처방을 내야 한다.
말을 바꿔 올해로 14회째 맞는 섬유패션업계 CEO 포럼이 천혜의 청정지역인 동계 올림픽 개최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400여명의 섬유패션 가족들이 8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을 소화하며 재충전의 값진 기회를 마음껏 활용했다.
팍팍하고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운동과 관광을 곁들여 유명 강사들로부터 기업 경영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금과옥조의 지혜를 얻었다. 숨 가쁜 기업현장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와 대응책을 습득하는 것으로 천금 같은 경영 지식을 채웠다.
돈 주고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명강사들의 글로벌 경영전략과 흐름을 직접 듣고 참석자 모두가 “우리는 잠자고 있었구나”를 연발했다. 정확하고 예리한 분석력과 처방은 삶은 개구리 신세로 전락한 우리 경제 현실을 깨우치는 청량제였다.
먼저 환영 인사를 한 성기학 섬유산업연합회장은 글로벌 경영의 1인자답게 세계 경제의 환경과 현실을 토대로 대응책을 강조했다. 특히 자신이 직접 3번이나 다녀오고 섬산련 실무진이 5차례나 방문하면서 결실을 본 에티오피아의 소싱기지 조성에 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수요는 늘지 않고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가격 인하 압력이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상황에 대비하는 길이 무엇인지 해답을 제시했다. “우리 섬유패션산업은 축적된 노우하우와 강한 내공을 갖고 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 “더 강한 차별화와 디자인 개발, 마케팅 강화 등이 수반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또 세계 각국을 비교해 가장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이 선결 과제이며 자신이 판단하건데 지구상에 남은 가장 유망한 투자 적지로 에티오피아를 꼽았다. 인구가 1억 명에 달하고 인건비가 월 평균 50달러 수준에 전기료가 세계에서 가장 싼 곳이 에티오피아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이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6.25전쟁 당시 파병해준 혈맹관계를 고려해 한국 기업의 가장 유망한 소싱기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원무역이 앞장서 18만평과 60만평 규모의 한국섬유공단 조성을 위한 에티오피아 정부와 MOU를 체결했다고 공개하면서 “한국 기업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끝으로 자라와 유니클로 등을 예증으로 “누가 뭐래도 우리의 섬유패션산업은 하기에 따라 성장 동력이 충분한 산업”이라고 말하고 우리업계가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전력투구하면 세계 선두 섬유패션 대국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꿈과 희망을 안겨줬다.
이어 ‘중국 국가 대전략의 변화와 우리의 과제’란 주제의 성균관대학교 이희옥 교수의 강좌는 우리 모두에게 잠에서 벌떡 일으키게 한 너무도 절실한 내용이었다. 지면 관계상 전부를 소개할 수는 없지만 한국이 지금처럼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내 중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냉철한 지적이었다. 수치와 근거를 제시하며 2020년 세계 제 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중국의 전략과 진행되는 상황은 그 속도만큼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기술 수준은 2025년에 독일과 일본 수준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모든 산업의 저가 전략을 포기하고 고가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짝퉁이 아닌 진짜 기술로 명품이 차지하던 모든 제품의 비중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13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0년에는 중국이 최첨단 기술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이 기술로 승부하면서 현대 자동차의 중국시장 세어나 삼성 휴대폰의 중국시장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 또한 중국의 시장이 줄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은 커지는데 한국 제품 비중이 축소되는 것은 짝퉁 기술이 아닌 첨단 기술의 급성장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13차 5개년 계획이 마감되는 중국의 섬유산업의 기술고도화도 세계 제 1의 강국으로 도약할 청사진을 이미 완료하고 척척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섬유 스트림에서 세계 최대의 규모경쟁을 과시한데 이어 고부가가치 기능성 섬유 개발 전략을 무서운 속도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군사적으로 세계 정상을 굳히기 위해 공산당 일당 권력이 눈을 부라리며 뛰고 있다.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 군사 강국의 포효하는 중국을 지금 대비하지 않고는 우리가 중국의 하청기지 전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섬유패션 삼성전자에서 배우자

또 하나 이 교수는 우리 섬유패션업계가 막연히 기대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한류 열풍 또한 과대포장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중앙정부기관에서 이미 한류에 대한 정밀분석 결과 오래가지 않을 지나간 바람에 불과할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증으로 중국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한국 방영과 중국 방영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중국인 기호에 맞게 제작된 중국판이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이다.
경제? 군사적으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의 굴기에 대비해 우리의 대응 태세는 너무 우물 안 개구리임을 지적했다. 5000년 중국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서 가족 이외는 믿지 않는 풍습이 있다. 한국 기업이 관시를 어느 날 갑자기 구축하려는 성급함은 금물이라고 충고했다. 필연적으로 중국을 제 2의 내수시장화 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업계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시진핑 주석 부임 7년 전부터 사전 예측을 통해 시 수석 연고지 시안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그런 지혜와 준비가 필요하다. 5세대인 시진핑 이후 6세대 지도자가 어느 지역 출신이 될 지 미리서 연구하고 준비하는 그런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중국 시장을 섭렵하는 것이 우리의 지상과제이지만 치열하게 준비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헛발질하기 십상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보다 쪽박 찬 기업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끝으로 올해도 ‘평창 CEO포럼’이 우물 안 개구리 사고의 섬유패션업계에 여러 산지식을 제공한 값진 행사임을 평가한다. 평창 CEO 포럼에서 얻은 지식과 재충전이 섬유패션 기업의 위기극복과 도약에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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