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이어진 경천동지(驚天動地)에 한숨과 분노가 보태진 팍팍한 세상이다. 10종 허들도 모자라 온갖 헤저드가 도처에서 스멀거린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서 안방의 세월호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수많은 생명이 집단으로 희생당했다. 소리 없는 살인자 미세먼지가 창궐하는데도 대책 없이 진행형이다. 억장이 무너지고 분통이 터진다. 바늘에 찔려도 한참 지나서 ‘아얏’ 소리 하는 위기관리능력에 진력이 난다.
돌아가는 통박은 경제에도 먹구름이 짙게 번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잘 나가던 조선이 자본잠식을 넘어 수조원씩 적자를 내 거덜나고 있다.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을 포함한 5대 주력산업이 우지끈 무너지고 있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며칠 전 ‘저성장 시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란 강연을 통해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해 모골이 송연해졌다. “한국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심각
한국 수출은 70%를 개도국에 의존하고 있으나 개도국의 거품이 꺼져 수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수 역시 인구절벽이 소비절벽으로 이어져 공급과잉에 가격추락의 악순환을 예고했다. 혹독한 시련이 먼 얘기가 아닌 바로 내년부터 본격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식당들이 줄줄이 문 닫고 이
미용실이 폐업하는 사태가 내년에 봇물을 일으킬 것이라는 불길한 예고다.
사실 IMF때는 기업이 과다한 차입경영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한국을 제외한 수출 대상국 경제는 좋았다. 수출업체들에게는 오히려 천재일우의 호기였다. 달러 당 800원대 환율에서 원부자재를 사 완제품 네고할 때 1800원을 손에 쥐었다. 그야말로 떼돈이 벌리는 금맥을 캔 것이다. 지금도 떵떵 거리고 해외 소싱기지를 이용해 준 재벌이 된 의류벤더들이 IMF때 초대형 빌딩을 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해외경제가 모조리 내리막길 일변도다.
일부 기업이 도산한 것이 아니라 산업자체가 붕괴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이다. 5대 주력산업은 물론 정부도 불황에 대비하지 않고 허황된 파티를 열광적으로 즐긴 후유증이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은 비가 오면 무너지고 얼음 위에 지은 집은 해가 뜨면 붕괴된다. 수렁에 빠진 경제를 구할 길은 과감한 구조개혁임을 직시해야한다.
그런 한편 김현철 교수의 진단을 완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궁하면 통하게 돼있다.
더구나 고래 심줄보다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우리 섬유패션 산업은 불황에 이골이 나 있어 강한 내공이 쌓였다. 그동안 줄기차게 진행해온 구조고도화를 통해 어떤 불황도 극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이 17개월 연속 마이너스이지만 섬유수출은 지난 2월 0.5%, 5월엔 1.1% 전년보다 오히려 신장했다.
지난 십수년 세계의 공장 중국에 밀려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차별화
특화전략이란 돌파구를 마련했다. 단순한 규모경쟁의 가격경쟁을 피해 차별화에 올인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경기 불황과 인구절벽으로 소비절벽이 불어 닥친 내수경기에 대비해 가성비를 높였다. 가성비가 높으면 바이어나 소비자는 지갑을 열게 돼 있다. 우리 섬유패션업계가 수출이건 내수건 위기를 기회로 삼는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디자인과 기능성을 강조한 의류패션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산업용 섬유의 전도는 아주 밝기 때문이다.
화제를 바꿔 지난 2일 오후 섬유센터에서 아주 특별하고 뜻 깊은 ‘2016년 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대상’ 시상식이 대 성황리에 열렸다. 국제섬유신문 창간 23주년 기념식과 함께 열린 삼우당 시상식에 보내준 섬유패션업계의 관심과 성원은 상상을 초월했다.
23년째 이어진 이 행사는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알차고 뜨겁게 진행돼 섬유패션인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올해도 최우수 수출과 내수부문, 특별공로상, 각 부문 창조경영대상 수상자 24명이 영예의 상패와 삼우당 엠브런이 새겨진 순금메달을 수상했다.
단상에는 특별공로상을 수상한 윤상직 의원과 전순옥 19대의원, 산업부 주소령 섬유패션과장, 노희찬 섬산련 명예회장과 최병오 의류산업협회장, 원대연 패션협회장이 자리했다. 윤성광 직련회장과 박승훈 화섬협회장, 민은기 섬유수출입조합 이사장, 공석붕 전 패션협회장, 이상봉 패션디자이너협회장, 김해곤 섬유기술사회장, 영원무역 이영회 부회장이 함께했다.
수상자와 내빈, 중앙과 지방 단체 및 기관장, 축하객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삼우당 시상식은 명성과 규모, 열기에서 섬유의 날 기념식과 자웅을 같이 하는 뜻 깊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수출부문과 패션부문 대상 수상자는 물론 각 창조경영대상 수상자들 모두 듣던 대로 권위와 명성을 실감하고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또 올해 특별공로상을 수상한 윤상직 의원은 불과 3개월 전까지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 정책을 총괄하던 주무장관이었다. 그는 정부에서 재임하는 동안 섬유
패션 신발 산업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육성 지원책을 강화해 온 훌륭한 공직자였다.
국제섬유신문이 창간 이후 23년간 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대상을 시상하면서 정부의 직전 장관 출신이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윤장관이 4번째다. 상공부와 지식경제부 등으로 부처 이름이 바뀌면서 윤진식 전 장관과 이희범 전 장관, 홍석우 전 장관 등 4명의 직전 장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분들이야말로 장관 재임 중 섬유패션 산업 육성에 남다른 열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공직자다. 이들 장관들 모두 동석한 수상자와 더불어 명예로운 삼우당 상의 권위에 찬사와 갈채를 보내며 더 없이 고마움과 만족감을 표시했다. 중언부언 하지만 ‘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대상’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존귀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국제섬유신문은 우리나라 섬유패션 산업의 국제화를 선도할 등대이자 진정한 동반자로서 역할과 소임을 다 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 그 바탕에서 최고의 명성과 권위를 자랑하는 ‘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대상’을 과도한 부담을 무릅쓰고 계승 발전시켜나갈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삼우당의 정신 계승 ‘위기를 기회로’
주지하시다 시피 삼우당 문익점 선생은 654년 전 양반과 천민을 가리지 않고 헐벗은 백성에게 옷을 입힌 민족 최고의 충신이다. 그는 목화를 처음으로 이 땅에 재배해 농업과 산업으로 키워 국민 의생활에 혁명을 가져왔다. 의피생민지공(衣被生民之功)은 만세에 변함없이 이어지겠지만 그 참 뜻은 단순히 입는 옷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디자인과 소재의 기능화와 다양화를 통해 패션산업으로 키우는 원동력이 돼야 하는 것이다. 의류용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용 섬유로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 또한 삼우당 선생의 정신이다.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참수위험을 무릅쓰고 목화씨 10개를 몰래 들여와 그 중 1개가 싹을 터 못자리를 만들고 파종하기까지 간난신고 신산고초를 겪은 그 의지와 집념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삼우당 선생의 집념과 극복의 정신을 계승해 섬유패션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와 용기로 승화시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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