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압축성장으로 지금 단군 이래 가장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불과 반세기 남짓 전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빈곤국가가 어느새 비만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한주일 4일 연휴를 실시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흥청망청 써도 끄떡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듯 천지를 모르고 꾀춤을 추다 나라경제가 골병이 들었다. 노송(老松0이 무덤을 지키는 섬유산업을 미운 오리새끼 취급하더니 대표적인 주력산업이 우수수 망가지고 있다. 해운과 조선
철강 건설 석유화학이 우지끈 내려앉고 있다.
YS 대통령의 경제 교사를 지낸 저명한 경제학자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4년 전부터 머무르고 있는 중국에서의 체험담을 통해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재계 거물들은 한국 방문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견학을 선호했다고 한다.

8100만명 이란 직물 시장은 금맥

그 후 3년 전부터는 한국의 화장품 회사 견학을 선호했다. 1-2년 전부터는 삼성과 현대차는 거들떠보지 않고 영화산업 등에 관심을 보이다 요즘은 겨우 게임산업 정도만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 경제화 기술 수준은 한국 정도는 우습게보고 관심 밖에 있다는 것이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중국이 한국 경제와 기술은 안중에 없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사회의 동향 또한 우리에게 많은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의 경제침체에 이어 기대했던 한
중 FTA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관세 철폐 수준도 문제지만 2중 3중으로 벽을 쌓고 있는 중국의 비관세 장벽은 철옹성을 방불케 한다. 수혜 업종으로 허풍을 떨던 섬유 패션만 해도 한 중 FTA로 얻은 것이 없다.
또 아직 기우이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성공하면 우리에겐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 운운한데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 대의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에겐 겁나는 시나리오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 아쉽고 절박한 것은 지구촌의 변방 북한의 행보다. 김정은 시대 개막을 공식 선포하는 북한의 제 7차 노동자 대회를 조소로 응대할 수 없는 섬뜩함을 떨칠 수 없다. 누렇게 부황된 인민을 노예로 몰고 가면서 오직 핵 보유국가의 자랑으로 넘치고 있다. 여우 피하려다 늑대를 만난 것처럼 그의 아버지 김정일은 훨씬 양반이었다. 미친 듯 겁 없이 천박지축 날뛰는 그의 행보가 언제 어떻게 럭비볼처럼 튈지 짐작이 안 간다.
기업이든 국가든 지도자를 잘 만나야 번영하는 것은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만고의 진리다. 지난 74년까지 남한보다 잘 살았다는 북한 경제가 저 모양 저 꼴로 꼬꾸라진 것은 고약하고 잘 못된 지도자 때문이다. 평양에 우뚝 선 주체사상 탑이나 초호화판 김일성 궁전 짓지 않고 포항제철 같은 철강회사 하나만 만들었어도 저렇게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하루 빨리 같은 공산주의 국가 이면서도 시장 경제로 전환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배워야한다. 더불어 핵을 포기한 이란을 벤치마킹해야한다. 알다시피 이란은 핵개발이 재앙이 돼 37년간 서방으로부터 경제 재제를 받아왔다.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에 선두 급 산유국인 이란의 국민소득이 1인당 5165달러 수준에 그친 이유다.
결국 이란이 핵을 포기하면서 서방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경제지원을 받고 있다. 동결됐던 해외 자산이 해제됐고 각국 정상이 앞 다투어 테헤란을 방문하면서 활기찬 경제가 상전벽해를 방불케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테헤란에 가 한
이란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은 더욱 외톨이가 됐다. 북한의 우방인 이란이 한반도 핵 포기를 공식화한 것은 지구촌에서 북한이 설 땅이 사라졌다는 증거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의 한
이란 정상회담은 상상을 초월한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구속력이 없는 MOU지만 총 52조원 규모의 각종 수주 가능 액수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타 산업에 비춰 생색은 나지 않고 있으나 우리 섬유산업에도 이란이 비상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SM그룹의 TK케미칼이 이번 이란 방문 경제 사절단 중 가장 먼저 실질적인 경제 협력의 테이프를 끊었다. 작년 10월부터 오고가던 이란 파트너와 정식 MOU를 맺고 연산 1만톤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8100만명의 광활한 시장에 1인당 국민소득 5165달러가 수직 상승할 대형 시장에서 벌써 절반의 성공을 낙관할 수 있을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이번 경제 사절단 236명 가운데 합작 진출 1호를 기록한 TK케미칼의 용기와 순발력이 재계에 폭 넓게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경우는 다르지만 이번 경제 사절단에 처음 참가한 (주)성광 민은기 회장(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장) 역시 기대이상의 성과에 만족감을 표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출발했지만 단 하루 만에 이란의 대형 바이어 7명과 상담을 통해 연말까지 500만 달러 규모의 차도루 원단 수출을 성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상당 성과는 훨씬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아쉬워했다.
민 회장 외에도 보광직물 차순자 대표와 커텐 등 인테리어 전문업체인 삼보텍스 박천호 대표도 활발하게 상담을 진행해 큰 성과를 약속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광의 민은기 회장은 테헤란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두바이로 건너가 상담을 진행하면서 테헤란에서의 성과를 만족스럽게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방문 경제 사절단에 포함된 데 대해 이란 바이어들의 태도가 다르더라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라성같은 대기업 총수들이 포함된데 따라 참가한 모든 기업인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상담에 응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큰일을 했다는 평가다.
지금 모든 산업이 경기 위축으로 고통과 열패감을 호소하고 있다. 섬유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경기침체의 장기화 여파로 수출물량이 중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내수 경기 역시 소비 절벽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란은 제 2의 중동 붐 시발점이며 국내 섬유산업에도 비상구가 될 수 있다. 이란에는 전통의상인 차도루용 포멀블랙의 대형시장이다. 그 동안 서방의 경제제재의 장기화로 물량이 줄었지만 2012년까지만 해도 1억 7600만 달러의 섬유수출이 이루워진 시장이다. 차도루용 뿐 아니라 니트 원단과 이에 따른 화섬사 수요도 큰 시장이다.

제 살 깎기 소나기 수출 막아야

재래식 편직기가 많아 원사 시장도 꽤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월 중순부터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의 봉제업자들이 터키를 대거 방문해 원단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만 봐도 시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달러 경제가 안 되지만 향후 6개월 내에 직거래가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누차 강조해온 소나기 수출의 피해다. 우리업계끼리 제 살 깎기 경쟁으로 신뢰를 잃고 시장을 망치는 폐습을 막아야 한다. 이런 대전제에서 최근 섬유수출입조합 주도로 성광과 성안, 성진통상, 을화, 광진섬유 등이 과당경쟁 방지를 통한 질서 있는 수출의 자정결의를 한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끼리 싸우는 과당경쟁 소나기 수출은 백해무익이기 때문이다.
고래심줄처럼 생명력이 강한 우리 섬유산업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이란이 돌파구가 된다면 다른 해외시장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소나기 수출을 자제할 수 있다. 이 호기를 허송하지 않도록 섬유업계가 지혜를 모으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