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폐쇄 된지 75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생사기로를 헤매고 있는 해당 기업들의 아비규환의 절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거의 전재산을 투자해 운영해온 공장과 설비 등 고정자산을 그대로 두고 온데다 대부분 원청업체나 협력업체 소유인 원부자재 및 완제품까지 고스란히 두고 몸만 빠져나온 천문학적 손실로 파산의 초침 소리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투자규모가 작은 아파트형 공장 기업인들 중 상당수는 이미 기업을 포기하고 만세 부른 상태다. 설비도 없고 거래선도 상실해 기업존립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투자규모가 큰 회사는 남북경협자금으로 보완되는 보험액이 투자비에 절대 부족한데다 업체에 따라 최고 120억원 상당의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사장시키고 있어 기업존립에 목졸림을 강요당하고 있다.

S社 320억 손실에 보험금 고작 70억원

특히 투자 규모가 큰 기업은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규모인 것은 물론 기존 거래선과의 신용관계를 고려해 약속한 물량을 지속 공급하느라 부랴부랴 해외공장을 이용하지만 할수록 추가적인 눈덩이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신용과 의리를 중시하는 기업일수록 납품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계약을 불이행 할 경우 거래선을 포기해야 되고 미래를 위해 유지하자니 엄청난 금액을 얹혀야하는 진퇴양난에 놓여있는 것이다.
계성공단에서 종업원 3000명을 고용하던 최대기업인 신발전문기업 S통상의 경우를 예증으로 보자. 개성공단에서 규모가 큰 만큼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물론 거래선에 공급하던 신발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는 신용을 중시해 급기야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해 오느라 눈덩이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2005년 시범단지에 진출한 이 회사가 개성공단에 투자한 공장과 설비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억원을 상회한다. 투자 근거는 장부상 투명하게 명시돼있다. 정부가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을 내세워 강력히 권유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부가 주도한 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남북경협자금의 보험금은 기업당 최고 70억원을 한도로 묶어 놨다. 70억원을 다 받아도 고정자산에 투자한 200억원 중 130억원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품질이 가장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명 브랜드를 독점하는 과정에서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그대로 놔두고 직원이 몸만 빠져나와 120억원 규모의 유동자산을 개성공단에 고스란히 두고 왔다.
정부가 2월 10일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중단을 선언하면서 북측이 득달같이 몽니를 부려 설 명절에 남아있던 남측 인원을 강제 추방시켰기 때문이다.
당시는 설 연휴이어서 개성공단 기업들은 공단 폐쇄는 없다는 정부 해당부처의 공언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불과 이틀 정도만 말미를 두고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가져오도록 귀띰을 했으면 그 많은 유동자산이라도 가져올 수 있었을 탠데 속수무책으로 겨우 몸만 빠져온 결과다.
이 회사는 공장과 설비투자액 200억원에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고스란히 두고 온 피해 120억원을 포함해 320억원을 날리고 말았다. 이 중 남북경협자금으로 지원될 보험금 최고 70억원을 겨우 건지지만 250억원이란 거액을 고스란히 손해를 당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유동자산 보상을 위해 어느 정도 수준을 고려할지 모르지만 손실액 전액을 구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더구나 이 회사는 국내 유명브랜드와 거래해온 공신력을 감안해 공급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부랴부랴 중국과 베트남을 돌며 물량을 생산하고 있으나 이 또한 눈덩이 적자를 가중시키고 있다.
서투른 중국과 베트남 하청관리에 많은 본사 인력이 투입돼야 하고 무엇보다 생산단가가 개성공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다. 신발은 공정이 300개 이상이 필요해 그야말로 노동집약산업이다.
이 회사는 부산에 국내에서 가장 큰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봉제공정을 비롯한 여러 공정은 개성 또는 해외에서 하고 부산에서는 최종 조립과정만 거치도록 운영해왔다. 개성공단이나 해외공장에서 하는 공정을 부산공장에서 하면 생산원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거래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요즘도 신발 한 켤레당 5000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며 원청업체에 차질 없이 공급하고 있다. 월 수 천수 억원의 적자가 발생함에도 신용과 양심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에 산업단지를 통해 좋은 조건으로 대체부지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난제를 안고 있다. 우선 공장을 지어도 근로자를 충원할 길이 현실적으로 막막하다. 생산 인력을 구할 길이 없고 더구나 최소 월 평균 임금을 200만원 이상 줘야하기에 채산을 맞출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 배정기준을 40%로 완화한다 해도 단시일 내에 개성처럼 양질의 근로자를 조달할 길이 없다. 말이 좋아 외국인 근로자이지 생산성은 내국인보다 크게 떨어진데다 최저 임금제까지 적용하면 엄청난 부담이다. 개성공단근로자는 휴일 연장근무를 해도 기본임금 75달러 위에 월 200달러면 널널한 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라서 자금력이 부족해 국내건 해외건 선뜻 투자할 능력에 없다. 그래서 개성공단 기업들은 요즘도 매일 눈물과 한숨이 보태진 고단한 생활의 연속이다.
개성공단에서 근로자 고용인원이 3000명에 육박하는 간판기업  S통상이 겪고 있는 이 같은 고통은 전 개성공단 기업이 대동소이한 처지다.

죄 없는 민간기업 희생 방치 안 된다.

이미 공장도, 설비도 잃고 원부자재 완제품까지 빚더미에 올라선 이들 중 상당수는 원청 모기업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하고 있다. 천재지변인 상황에서 생명줄인 거래선을 잃은 데다 원청 모기업 소유인 원부자재와 완제품이 묶여진 피해를 보상하라는 각박한 추달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이 무슨 죄가 있어 이 같이 혹독한 고통과 시련을 당해야 하는지 국민 모두가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정부의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통치행위다. 그러나 폐쇄는 할 때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준비가 부족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국가적 통치행위를 백번 인정 한다 해도 그것이 처음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투자한 민간기업의 재산 피해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124개 개성공단 기업과 4000여 협력업체의 벼랑 끝 절규를 정부가 책임지고 수습하고 보상해야 한다. 죄 없는 개성공단 기업이 쪽박을 차게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새 국회개원을 계기로 개성공단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124개 입주기업과 4000여 협력업체들이 재기의 터전을 마련하는데 앞장 설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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