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전망이 대혼전이다. 여론조사가 무덤일 수 있지만 판세는 요동치고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다. 정치 공학적 방정식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초반에는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의 180석이 정설인가 싶더니 선거가 임박할수록 가설로 바뀌고 있다. 쓰러져간 더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종인 대표도 상황이 다급해지자 몸을 사리며 예상 의석수를 크게 낮췄다. 안철수 대표는 거대 양당이 망하건 흥하건 교섭단체 구성 요건만 넘으면 대성공이라고 야권 단일화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어찌됐건 오만가지 병폐를 가져온 선거의 역기능에도 각 당의 읍소작전은 국민을 섬기는듯한 순기능이 감지된다. 당선되면 득달같이 안면 바꾸겠지만 표 앞에 겸손해하는 착한(?) 정치인이 많아졌다.

배부른 기업, 배고픈 기업 동반 성장을

그러나 사람은 한꺼번에 바뀔 수 없다. 인생의 반은 습관 만드는데 쓰고 나머지 반은 습관이 만드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선거 때만 유권자를 왕으로 모시고 당선증 받는 순간 기고만장한 후안무치 선량을 수없이 경험했다. 이번 선거에선 공천만 하면 무조건 찍는 막대기 투표 그만하고 이전투구, 패거리 정상배 등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섬유패션 기업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보면서 배터진 기업과 배곯은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다시한번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체적으로 작년에 영업이익 600억원 이상 실적을 올린 섬유패션 8대 기업을 기준할 때 글로벌 벤더 5개사가 최소 600억원에서 2000억 이상 영업이익을 올렸다. 글로벌 의류수출 벤더보다는 영업이익규모가 작지만 600억-800억 내외의 영업이익을 낸 패션 간판기업도 호황을 만끽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경기 절벽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의 초고속 일취월장은 불황에 찌든 많은 기업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다. 국내외 경기가 아무리 불황보다 더한 대공황이라도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판을 열수 있다는 가능성을 웅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잘 나가는 업종과 피골이 상접한 업종과의 차이 또한 극명하게 드러나 균형 성장의 당위성이 다시한번 제기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늘진 업종의 시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의류수출벤더와 잘 나가는 패션기업이 빛이라면 면방과 화섬, 합섬직물 분야는 그림자였다. 600억에서 2000억원에 달한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낸 호황기업과 반대로 수십 수백억원의 눈덩이 적자에 신음한 적자기업의 골이 깊을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세계의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 경쟁시대에 각자도생이 정답이지만 함께 멀리 가는 전략적 동반자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흑자기업은 더욱 고도성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일취월장해야 되고 어려운 업종도 함께 동반성장하는 균형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이 같은 동반성장의 대전제는 잘나가는 벤더나 패션대기업과 섬유소재 업계가 소통을 통해 협력하며 윈윈하는 전략이다. 소통과 협력의 미학이 바로 섬유산업연합회가 주관하고 있는 ‘섬유패션 스트림 간 협력 간담회’다. 지난 2013년 2월 26일 첫 출범한 스트림 간 협력간담회는 잘나가는 대형벤더와 국내 화섬? 면방? 직물 등 소재업계가 소통하며 상호 협력 발전해 가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당시 이 ‘섬유패션 스트림 간 협력간담회’의 산파역을 맡아 성사시킨 필자는 섬유패션산업의 동방성장을 위해 이 모임이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이란 확신을 갖고 추진했다. 그리고 매 분기마다 관련업계 대표들이 이른바 별들의 모임을 통해 현안을 논의하고 나름대로 협력방안을 찾기 위해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벌써 출범 3년이 된 스트림 간 협력간담회는 손에 잡히는 딱 떨어진 실적은 미미해도 나름대로 많은 역할과 기능을 발휘했다. 섬산련 내에 이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전담 부서가 가동되고 양 업계가 풀어야할 여러 현안을 모아 해결책을 강구하는데 일정 역할을 했다.
아쉽고 어려운 요청은 의류수출벤더 측이 먼저 제안했다. 대규모 해외소싱 공장에 근무할 중간 관리자가 고갈위기에 몰려 이를 위한 지원 대책을 요구해 섬산련이 득달같이 화답했다. 해외생산 관리자 양성과정을 만들어 교육시킨 다음 필요한 인력을 요청한대로 공급했다. 베트남 등지에서 시행하는 해외 근로자 취업제한과 투자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섬산련 차원의 국제 단체간 공조제제도 가동했다. 주한 베트남 대사 일행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베트남 투자에 따른 애로사항과 신규공단 조성 협조도 약속받았다.
의류수출벤더와 패션기업에게 중? 고가죤의 소재개발 정보 제공을 위해 ‘벤더(패션)와 소재기업 간 신소재 컬렉션’을 열어 이해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함께 경주했다. 이 모임의 중요성은 국내 소재업계 기업인뿐 아니라 기라성 같은 대형 벤더 오너들도 만시지탄을 들어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 한솔섬유 이신재 회장은 웬만하면 정부나 단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지만 이 모임에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김동녕 한세실업 회장도 해외출장이 겹치지 않는 한 이 모임 참석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섬유소재업계와의 소통 못지않게 그동안 경쟁관계에서 소 닭 보듯 해왔던 벤더업계 오너들끼리도 이 자리가 친목도모와 정보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스트림 간 협력간담회가 출범 3년이 되면서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 모임의 산파역을 맡은 필자의 마음은 아직 아쉬움이 많다. 솔직히 당초 당시 노희찬 섬산련 회장으로부터 이 모임 발족을 위해 앞장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선뜻 응한 것은 이것이야 말로 섬유패션산업의 동반성장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해 독불장군(?)처럼 우뚝 서버린 벤더업체 회장과 국내 소재업체 대표가 한 자리에 만나 소통하고 토론하면 아주 큰 성과를 기대한 것이다. 때마침 국제섬유신문은 ‘국산소재 10% 더 쓰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벤더기업 회장에게 즉석에서 ‘국산소재 10% 더 쓰기 캠페인’에 호응해 줄 것을 제안해 “그렇게 하겠다”는 화답을 얻어내기도 했다.

스트림 간 협력간담회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이 같은 목적으로 앞장섰던 이 모임이 외양과 실제사이 중 아직도 많은 괴리가 있음을 부인할 순 없다. 국내 소재업계는 “잘 나가는 벤더들이 외국산 싼 원단만 찾지 정작 국산소재 사용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고 푸념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 소제업체가 각고의 노력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소재 샘플을 일부 벤더는 “중국에 제시해 싸게 만들도록 한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벤더 입장에서는 바이어의 거듭되는 가격 후려치기에 대응해 가격경쟁력이 절대적이란 점에서 불가피론으로 맞서고 있다. 분명한 것은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는 세상이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국산품 사용을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적어도 중? 고가 브랜드에는 국산 소재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잘나가는 벤더들이 원사나 원단가격 후려치기보다 같은 값이면 국산소재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잘 나가는 벤더 오너들이 이 같은 원칙을 회사방침으로 시달해 어려운 국내 소재업계와 함께 멀리 가는 전략을 강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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