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의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정치가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정치는 백성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
한국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보다 억지로 뺨을 때려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국민을 졸(卒)로 보고 오직 권력자의 충직한 심부름꾼으로써 배척과 투쟁에 몰입하고 있다. 역대 최악인 19대 불임 국회가 곧 종을 치고 20대 국회를 기대하지만 여야 하는 꼬라지를 보면 싹수가 노랗다. 공천 잡음이야 언제나 있어왔지만 대통령 눈 밖에 난 한사람을 정리하려다 망신당한데다 옥새반란까지 터진 여당부터 공당의 금도를 벗어났다. 찍어낼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수법이 잔인하고 비겁하다는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한다. 결국 무투표 당선 될 뻔한 유승민 파동은 막을 내렸지만 고래싸움에 등 터진 무공천 후보만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섬유수출 분위기 호전된다.

코메디성 헤프닝은 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더민주당의 법정관리인 김종인 대표가 2개월 남짓 오너처럼 행세하다 체한 촌극이 벌어졌다. 전국구 2번에서 당선권이 가물가물한 14번으로 몰리자 버럭 화를 내고 물러갈듯 연막을 쳤다. 결국 2번을 되찾으며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비례 5선 배지를 달게 되는 기막힌 묘수에 아연실색 했다. 영리한 여우는 굴을 여러개 판 것처럼 적당히 타협하며 친노 세력에 팽(烹) 당할 위기를 모면하는 노련함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여야 정치권의 맹랑한 연주에 국민이 춤을 쳐야하니 울화가 치민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안보와 경제상황을 보면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는 국민의 부화를 부추긴다. 철부지 김정은 집단의 천방지축은 심각한 안보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벌써 밖에서는 한국에 화약 냄새가 난다고 걱정하는데 정치권은 개념이 없는것 같다.
더욱 걱정스런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로 앞길이 막막하다. 우리 경제 비중의 90%에 달하는 수출이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다. 좁은 내수경기마저 절벽의 연속이다.
내시경으로 좀 더 깊이 관찰해 보면 기업마다 매출이 줄고 고비용 구조 속에 영업이익이 현저히 급감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30대 그룹마저 2013년 정점을 찍고 2년 연속 역주행 했다. 기업의 성장절벽은 필연적으로 고용 악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는 성장판이 닫히고 안보는 불안한데 사회적 갈등은 커지고 정치권은 내편 네편으로 싸우는 고약한 행태다. 여야가 아니라 여·여 끼리 사생결단하고 야·야끼리 갈라서 각혈하며 싸우는 코메디성 선거가 빨리 끝나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가 실종되고 경제가 뒷걸음친다 해서 절망할 필요가 없다. 건국 이후 수많은 격동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성숙해왔고 경제도 때로는 소강과 퇴영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우리 경제가 잠시 숨고르기를 할지언정 쉽게 무너질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도약의 닻을 높이 달 수 있는 것이다.
섬유패션 산업의 지난 궤적을 봐도 생명력은 고래 심줄보다 강하다. 글로벌 경제불황을 피할 수는 없지만 위기 극복의 내공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요즘 돌아가는 통박을 봐도 섬유패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우리 산업이 어렵지만 다시 일어서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의 선두주자인 의류수출벤더들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들보다 소재 쪽이 많이 취약하지만 차별화 특화전략에 올인해 비상구를 찾아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섬유산업의 흐름을 봐도 비관할 필요가 없다. 무차별 신중설에 따른 규모경쟁으로 압박해온 중국의 허점도 이미 파악했다. 사람이나 기업은 몸체가 크면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하지만 특화된 차별화 소재 개발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섬유수출입조합이 시작해 섬산련까지 합류한 중국과 대만의 직물을 중심으로 한 강·약점을 파악하도록 나선다. 그들이 잘한 품목은 피하고 못하거나 안하는 품목을 찾아 선택과 집중으로 돌파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위한 TF팀이 가동되면 국내 직물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나침반이자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자구노력과 함께 돌아가는 통박도 한국 섬유패션 산업의 밝은 조짐을 돕고 있다. 세계 G20 정상회의가 오는 9월 항저우에서 열린 것을 계기로 인근 염색가공 업체들이 무더기로 가동중단을 강요받고 있다. 이미 소흥과 꺼차오 일대 70여개 환경배출업체가 가동을 중단했고 앞으로 수백개 이상이 가동이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대구를 중심으로 한 국내 화섬직물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염색료가 최고 30%까지 뛴 소흥 일대에서 상당 부문 오더가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등지로 오더가 집중되지만 이삭 이상의 어부지리가 우리 업계에 몰릴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해외 수출경쟁력에 차질이 불가피 한 것은 한국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더구나 13억 중국의 내수 패션시장을 겨냥한 직물과 패션의류 진출은 더욱 밝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 열린 상하이 인터텍스타일과 패션박람회 ‘CHIC’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중국 시장은 한류 바람이 강한 곳이다. 비록 중국 경제가 과거보다 떨어진다 해도 중산층이 1억명 이상인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거대 중국시장이 우리의 인접국이란 것은 한국 섬유패션업계의 금맥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닫혔던 이란시장이 열린 것은 한국 섬유업계에 커다란 호재다. 전통 의상용인 차도루 원단과 수요가 많은 니트직물 시장으로서 큰 기대를 걸 수 있다. 국제 유가폭락 추세가 진정되면서 이란뿐 아니라 중동의 거대시장의 잠재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사우디에 23조원 규모의 대형 건설 사업을 예고한 것을 봐도 이 지역 섬유원단 수출에 연달아 호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섬유의류산업은 이미 전세계에 촘촘하게 시장망을 구축하고 있다. 경기의 호불황에 영향은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탄탄한 시장기반과 전세계에 시장망을 구축하고 있어 어느 정도 안정성장을 보장받고 있다.

 

고래 심줄보다 강한 생명력 있다

문제는 시장기반이 아무리 좋아도 경쟁력이 떨어지면 추풍낙엽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싸고 좋아야 시장에서 먹힌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진리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첨단설비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기술개발을 통한 차별화 특화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마케팅을 강화해 세계 구석구석 시장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이루워지는 요술은 없다. 사력을 다해 구덩이를 파지 않으면 물이 고이기를 기대할 수 없다. 인적, 물적 투자가 절대 가치임을 직시해야 한다. 경기 타령의 천수답 경영 방식은 봉건적 사고다.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섬유패션산업의 경쟁력은 고래 심줄보다 강하다는 신념과 함께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준비에 매진해야한다. 섬유패션산업의 성장판을 다시 열기 위한 투자하고 연구하는 적극적인 신경영 철학이 시급한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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