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저항, 실리주의 기풍
베트멍, 오프닝세리모니 등

   
   
 

기업 로고를 디자인에 활용한 패션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최근 실리주의를 상징하는 기업 로고 디자인 패션을 주목할 만한 패션 트렌드로 지목했다.
유행의 시작을 예고한 것은 지난 해 10월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가 파리에서 열린 베트멍(Vetements)의 런웨이에서 독일 운송기업 DHL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때이다.
스트리트웨어계의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로 꼽히는 루브친스키가 패션계에 전환기를 가져온 것이다. 루브친스키가 착용한 로고 셔츠는 베트멍 라벨의 실리주의, 재활용, 산업계의 반항꾼 정신을 반영하기 충분했다고 가디언지는 평했다.
베트멍의 공동 설립자 뎀나 즈바살리아는 브랜드의 스타일이 ‘하이엔드에 저항하는(anti-high end), 실제 생활에서 소모되는 것들로 가득 찬’ 것이라 설명했다.
즈바살리아는 ‘웨어러블하고, 경제적으로 접근 용이한 옷을 만드는 것이 내 목적’이라며, ‘실제 생활에 자리 잡을 수 있는 패션’을 지향한다고 전한 바 있다.
즈바살리아의 뒤를 이어 팔라스스케이트보드, 페어 셰입드, 오프닝 세리모니와 같은 브랜드들이 기업 로고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페어 셰입드는 오래된 노키아 3310 휴대전화가 새겨진 티셔츠를 최근 판매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의 화면에는 ‘앞으로 빨리 감기(fast forward)' 심볼이 의미심장하게 새겨져 있다. 이미 오래된 휴대전화 한 종이 산업화 세계를 더욱 빠르고 바쁘게만 돌아가도록 앞당겼다는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오프닝 세리모니는 코닥 로고가 새겨진 컬렉션을 올 봄 두 번째로 출시했다. 코닥은 디지털 사진 기술이 도래하기 이전, 아날로그 사진 카메라와 필름 제조 산업의 아이콘으로서 의미가 크다.
팔라스는 2016 S/S 컬렉션 중 미국의 인터넷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Pay Pal)’의 로고 디자인을 흉내 낸 ‘펠리팔(Pally Pal)’ 로고 셔츠를 출시했다. 유머러스함을 가미시킨 것이다.
가디언지는 이와 같은 패션 디자인들이 90년대 패션 모조품들을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프라더(Praduh), 톰보드(Tom Bored) 등 문구를 새긴 아이템들이 그 예이다. 이는 경기 불황 직후의 소비자 심리를 반영했던 트렌드로, 럭셔리를 거부하고 비합리적으로 비싼 가격에 대한 저항 심리를 나타냈다. 또한 패션 라벨이 소비자에게 사회적 지위를 제공한다는 아이디어에 저항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라 보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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