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곡점의 꼭대기를 갈아치우는 세상의 변화가 겁난다.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이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앞에 속수무책 당하는걸 보고 세계가 경악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바둑에서까지 기계가 인간을 압도하는 세상이 현실화됐다. 가상의 세계가 현실화 되면서 접시에 코 박고 죽을 인간이 얼마나 늘어날지 상상을 넘어 예상이 가능해졌다.
지구촌이 반상에서 펼쳐지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맹위에 숨죽이고 있는 사이 우리 정치권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망치는 온갖 부박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남측 자산인 개성공단을 털도 안 뽑고 삼키겠다는 날강도 짓을 아가리째 드러내놓고 있는데도 공천 싸움 외엔 안중에 없다.

박 대통령 PID참관 단군 이래 처음

집권 여당은 윤상현 막말 파동 이후 친박비박 간에 촉견폐월(蜀犬吠月)촉나라 개는 달이 뜨면 짖는다)을 방불할 정도로 입에 바늘을 물고 상대를 찌를 형국이다. 임시 사장으로 영입돼 경영 대권을 장악한 노회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더민주 역시 말 따로 행동 따로 신뢰가 안 간다. 집 나와 새 둥지를 튼 국민당 안철수 대표는 시쳇말로 빼지도 박지도 못 하는 엉거주춤 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선거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정치권의 하는 꼬라지가 국민을 물로 보는 짓거리만 펼치고 있어 부화가 치민다.
때마침 선거의 철에 오비이락격의 오해가 있지만 외로운 섬유패션업계에 신선한 청량감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아주 특별한 쾌거가 있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구 PID를 참관하고 많은 격려와 지원이 담긴 희망찬가를 보내준 것이다.
우선 역대 대통령이 서울과 대구를 불문하고 섬유전시회를 직접 참관한 것은 단군 이래 처음 있는 쾌거다. 물론 경상북도청 이전식 참가라는 지역 행사가 주목적이었지만 특별히 짬을 내 PID 전시회를 참관한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안고 있다.
전시회장을 찾은 박 대통령은 주형환 산업부 장관과 성기학 섬산련 회장, 권영진 대구시장 등과 함께 이의열 조직위원장의 안내로 전시 품목을 직접 만져보며 비약적으로 발전한 섬유제품의 실상을 온 몸으로 확인했다. 고감성 기능성 소재의 특성과 디지털 프린팅의 제조공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섬유산업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섬유개발연구원이 마련한 융합섬유산업관에서는 섬유가 자동차 비행기 선박소재로 활용되는 설명을 듣고 아라미드, 탄소섬유 융복합 제품을 보면서 “이것이 섬유란 말이요”라며 감탄했다.
박 대통령은 “섬유가 바로 IT와 융합해서 날개를 달았군요”라며 섬유산업의 비약적인 진화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첨단 산업용 융합제품의 발전상에 크게 만족해하며 “일반인들이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를 테니 널리 홍보해서 알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섬유산업은 창의력과 ICT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큰 섬유사업 기회를 더 많이 발굴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박 대통령은 “섬유개발연구원이 융합섬유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옆에 있던 주형환 장관에게 지시해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대답을 즉석에서 받았다. 박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가뜩이나 하이브리드 섬유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후 상심에 잠겨있는 섬유개발연구원에 커다란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PID방문을 두고 주최측은 물론 대구 섬유업계, 전국 섬유패션업계는 더 없는 고마움을 표시하며 대통령의 관심이 정책에 잘 반영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통치자가 특정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며 육성의지를 밝힌 것은 해당산업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무리 섬유패션산업 지원의지를 밝히고 정책에 반영시킨다 해도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인 스스로의 하겠다는 강한 신념이 전제해야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운명은 기업 스스로 책임져야지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있는 식의 의존은 안 된다.
솔직히 전국에 매한가지이지만 대구경북 섬유산지가 빨간 불이 켜진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경기는 내리 5년째 불황의 연속이고 직기 가동률이 50% 내외에 머물고 있는 것이 부인 못할 사실이다.
단순한 경기불황이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가 관건이다. 중언부언 하지만 중국과 규모경쟁에서 밀리고 정본품은 품질에서 밀린 채 엄청난 격차의 가격 경쟁력에 밀린지 오래인 것이다. 그렇다면 명제는 분명해진지 오래다. 중국이 못하거나 하지 않는 품목의 특화전략만이 살길이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차별화 특화를 위한 투자가 어느 정도 이루워졌는지 냉철히 반성해야한다. 첨단 설비투자, 기술개발, 마케팅 개발이 발등의 불이지만 이를 위해 신규투자가 얼마나 이루워졌는지 의문이다. 과거와 같은 천수답 경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아직까지 경기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경기가 개선될 기세는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경기가 정상이라고 믿고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집단으로 떡쌀 담그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 하나 직물제조업 중심의 대구경북 섬유산업 앞날을 어둡게 만든 것은 글로벌 소싱환경의 급변이다. 국내 봉제산업이 공동화되면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지로 한국 의류봉제 기업들이 대거 탈출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경쟁국 의류업체들로 소싱기지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대거 몰렸다.
여기서 직시해야할 것은 봉제 소싱 국가에서 직물도 함께 생산해 거래하는 기조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예증으로 방글라데시는 인구와 임금구조 및 미국과 유럽거래 조건에서 강한 경쟁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는 세계 제일의 봉제 공장인 영원무역공장을 비롯 각국 의류봉제 기업이 대거 진출해있다. 한가지 특기할 것은 불과 5년전 까지 방글라데시 자체에서 생산된 의류용 원단은 수요량의 10%에 불과했다.

봉제가면 직물도 따라가는 추세

그러나 지난해 기준 40%가 방글라데시 자체에서 원단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2020년의 방글라데시 직물 자금율은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산 직물 원단은 물론 중국산도 수입하지 않고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봉제 생산국에서 원단까지 생산하는 것은 당연한 공식이다. 현지화의 물결은 하루가 다르게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성공단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우리 직물산업이 살길은 사람 없고 임금 비싸고 물류비용 높은 한국을 탈출할 수밖에 없다. 봉제 산업이 난파선에 쥐 빠져 나갔던 탈출행렬의 후속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버틸 수 있다면 그만큼 차별화 특화 할 수밖에 없다. 그 전제는 과감한 투자인 것이다. 과거의 천수답경영에 안주하는 것은 떡쌀 담그는 시간만 재촉할 뿐이다. 범용품으로는 국내서 생존이 불가능하고 특화? 차별화를 위해서는 과감한 인적, 물적 투자가 공식임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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