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108번째의 좁은 국토다. 남한만을 기준하면 더욱 왜소하다. 미국 면적은 남한의 98배이고 중국은 95배에 달한다. 러시아는 170배다. 좁다는 이웃 일본은 남북한을 합쳤을 때 1.7배이고 남한만 기준하면 3.7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이 좁은 국토에 세계 26번째 많은 인구를 갖고 있다.
그 왜소한 국토가 두 동강이 나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며 서로 25시 총뿌리를 겨누고 있다. 지구촌에 둘도 없는 독재국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가공할 수소폭탄 까지 개발하고 있다. 인공위성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전 세계의 분노를 샀다. 핵과 미사일 개발할 수천억원으로 포항 제철 절반만큼만 기간산업 세웠으면 누렇게 부황된 인민들은 사라졌을 것이다. 그들이 전쟁준비에 광분하지 않았다면 남한역시 연간 78억 달러에 달한 세계 1위 무기 수입국(2014년)이 안됐을 것이다.

500억 임금 포기한 어리석은 북한

그러나 쇠가 너무 강하면 부러지고 댐이 한계 수위를 넘으면 무너지게 된다. 인민의 호구지책은 뒷전이고 천방지축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광분하는 김정은 정권이 이번엔 된통 걸렸다. 그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던 중국마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 북한에 대한 육해공 모든 통로를 봉쇄하기로 했다. 그동안 6차례의 유엔 제재안이 실효를 못 거둔 것과는 달리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매운맛을 보여주게 됐다.
걱정스런 것은 쥐도 막다른 상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궁지에 몰린 김정은 정권이 이판사판 벼랑 끝 전술로 무슨 모험을 저지를지 예측하기 어렵다.
중언부언 하지만 평화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는 싼 법이다. 이제 와서 죽은 자식 뭐 만지기이지만 남북 긴장의 마지막 완충 역할을 한 개성공단의 폐쇄가 너무 아쉽다. 30만 개성시민의 호구지책을 책임지던 5만 4000명이 졸지에 실업자가 된 타격은 우리보다 훨씬 클 것이다. 연간 1억 달러의 달러벌이가 무산된 북한 정권의 타격과 함께 잘 마시던 수돗물마저 끊긴 개성시민의 고통은 말이 아닐 것으로 보여진다. 국가나 기업 막론하고 지도자 잘못 만나면 그 모양 그 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또 하나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북한 정권의 현 시스템이 얼마나 어리석고 즉흥적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난 10일 우리 정부가 성급한 감은 있지만 국제 공조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개성공단을 중단키로 발표하자 북측은 득달같이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180명의 우리 직원을 40분 내에 나가라고 추방했다. 그러나 이것은 명색이 유엔에서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는 북한이 얼마나 무대포로 어깃장을 놓고 실리마저 포기한 얼간이 집단인지 극명하게 드러났다.
바로 개성공단은 당월 임금을 다음달 15일을 전후해 북측이 달러로 받고 있다. 1월분 임금과 2월달 10일까지 40일분 임금이 약 150억 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개성공단 남북합의서에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남측은 그 시점을 2014년부터 적용키로 했고 북측은 10년분을 주장할 억지 쓸 가능성이 크다. 우리계산으로도 합법적인 임금과 퇴직금을 합쳐 자그마치 500억 원 규모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
2013년에 우리측 마지막 남은 7명의 관계자가 돌아올 때도 임금과 세금 정산을 주장하여 우리측이 깨끗이 정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가 세워놓은 공장과 설비, 현지 원자재, 완제품에 눈이 멀어 40분 안에 빈손으로 추방했는지 몰라도 당연히 추방조건으로 챙길 수 있었던 임금을 포기한 머저리 짓을 저질렀다. 땅을 치고 후회할지 모른다. 그만큼 북한정권은 지금 이 순간도 숙청과 처형으로 통치하는 공포 분위기 속에 아버지 김정일보다 함량이 훨씬 떨어진 김정은 정권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북한이 죽건 말건 알 바 아니고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우리 내부의 후폭풍을 얼마나 빨리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며칠 전이나 하루 이틀 늦춰서라도 해당 기업에게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반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줬어야 했다. 설 연휴 직전까지도 통일부 고위인사가 관리 인력만 줄일 뿐 중단은 없다고 강조해 이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자칫 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 당사자들은 공장도, 거래선도 다 잃은 극한 상황에서 정부를 상대로 손배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두고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에서 승소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도 나름대로 각 부처가 참여하는 합동 대책반을 구성해 국무조정실장의 진두지휘 아래 다각적인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남북경협자금을 통한 고정자산의 보험금 신속지원과 함께 총 5500억원에 달하는 경영 안정자금을 저리로 융자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실타래처럼 꼬여가고 있는 것은 2800억 원 규모의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현물 보상이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부자재 중 적어도 원 자재는 임가공 업체인 개성공단 기업 소유가 아닌 법적으로 원청업체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들 원청업체들은 수억에서 수십억 원 어치의 원자재를 맡겼다가 완제품이나 원단 상태로 돌려받지 못한 책임을 개성공단 기업에 묻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 기업이 이미 완성해 납품한 임가공료도 이 문제와 결부시켜 결제하지 않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가 말로는 유체이탈 식으로 지원을 강조하고 집행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문제의 유동자산에 대한 보상이란 ‘보’ 자도 거론하지 않고 갚아야할 대출 지원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보상과 지원의 개념 차이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원청업체들이 벌써 개성공단 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을 위한 내용증명 발송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패션기업 원청업체는 원자재 가격  만큼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라고 채근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천재지변 사태 보상 없이 수습 불가

결국 개성공단 기업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임을 내세워 변상 불가를 주장하면서 좋은 거래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정부가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을 고려해 원자재 부문의 유동자산 보상책이 나오지 않으면 원청업자와 임가공 개성공단 기업과의 대립과 반목의 소송전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정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원청업체들에게 임가공료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거래 관계를 지속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강제성이 있을 수 없고  원청업체 역시 권리주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행정지도는 가죽신 신고 겉만 긁는 ‘격화소양’격에 불과하다.
거두절미하고 집도, 절도, 재산도, 거래선도 다 잃고 줄도산 폭탄을 맞게 된 개성공단 기업을 살리고 수습하는 길은 정부가 천재지변에 걸맞은 자재, 완제품의 유동자산 손실보전 밖에 없다. 정부의 긴급자금지원도 좋지만 빚으로 떠안을 대출지원보다 적절한 보상만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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