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관섭 (주)신한산업 대표

지난해 불황속 5500만불 선전…올해 7700만불 자신
고기능 신소재 글로벌 아웃도어브랜드 핵심 공급업체
듀폰 비불소 발수제 첫도입 6월부터 친환경 전면교체

한관섭 신한산업 대표이사 사장이 집무실에서 인터뷰가 끝난 뒤 잠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거창한 비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얘기를 풀어갔지만 목소리에 에너지가 넘쳤다.

 

비불소발수제 적용은
선진화 산업 가는 길


고가원료 비용 부담?
가격인하 지속 노력
제품경쟁력 높아질것

한관섭 신한산업 대표는 평소 회사 임직원들에게 “스스로 잘 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자주한다. 자율속에서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한 동기부여다. 그의 이 같은 리더십은 구성원들 간 이심전심 소통으로 이어지며 회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기자를 만났을 때도 장황한 회사 홍보나, 업계가 처한 애로를 토로하며 불만ㆍ건의를 얘기하는 모습 등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듬직하게 얘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지장(智將)ㆍ덕장(德將)같은 면모를 느끼게 했다.
창립 23년으로 중견 섬유기업으로 성장한 신한산업이 소리 없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향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그 중심에 한관섭 대표와 스스로 알아서 잘 해내는 ‘셀프 워커들’이 있다.
기능성 아웃도어 방-투습 원단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신한산업은 소재개발 뿐 아니라 친환경 분야에서도 국제 스탠더드에 보폭을 맞추며 새해를 힘차게 출발했다.
회사는 최근 듀폰사의 비불소발수제를 도입해 전면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무한 신뢰를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안산시 반월산업단지 내에 있는 신한산업을 찾았을 때 한 대표는 에너지가 넘쳤다. 두리뭉술이 아닌 자료에 근거하면서 차근차근 얘기를 건넸다.
한 대표는 ‘기능성 신소재’ ‘친환경’을 특히 강조했다. 국제 섬유원단 시장에서 핵심으로 등장한 키워드인 것이다.
비불소 발수제 도입에 관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그를 찾았으나, 정작 한 대표는 “어차피 가야할 길이고 다만 신한산업이 좀 더 적극적인 것 뿐”이라며 크게 부각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비불소 발수제 관련내용은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이종훈 상무가 배석해 보충설명을 했다.<편집자 주>

(주)영텍스타일의 자매사로 알고 있습니다.
1994년 10월 창립해 현재 23년째입니다. 창립 당시 영텍스타일의 임가공 공장으로 시작했죠. 그러다 기능성 원단의 케파를 늘리면서 자생의 길을 걸었습니다. 초기엔 세계 제일을 목표로 가구용 원단과 기능성 원단에 집중했는데, 당시 이탈리아제 기모기 10대를 도입해 가구용 우븐 스웨드를 최다 생산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현재는 임직원 170여명이 기능성 아웃도어 방-투습 원단을 생산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불황에도 선전한 것으로 압니다. 매출 규모와 주력 시장도 소개해주십시오.
작년 5500만 달러를 했습니다. 당초 목표했던 7200만 달러엔 못 미쳤지만 직전년도에 비해선 10% 가량 증가한 거죠. 수출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내수는 기능성 시장과 동대문시장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주ㆍ유럽ㆍ아시아 등 대부분 지역에 진출하고 있는데 미국이 주력입니다. 아웃도어제품 시장이 큰 때문입니다. 노스페이스, 캐나다구스, 파타고니아, 알이아이, 에디바우어, 마못, 콜롬비아, 마운틴하드웨어, LL Bean, 랜즈엔즈 등이 신한의 고객입니다..

회사의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개발에 진력하면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야 중국의 저가 제품을 따돌릴 수 있으니까요. 특히 기능성 제품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봅니다. 고기능 소재를 남보다 빠르게 개발하는 게 회사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R&D팀에서 전문ㆍ보조ㆍ지원인력 등 10명가량이 연구 개발에 힘 쏟고 있는데 잘 하고 있습니다. 근래는 소재도 패션제품이 돼버린 느낌이예요. 트렌드가 이전보다 굉장히 빠르게 진화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이에 빨리 대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경쟁력이죠.

신제품 개발은 어느 정도합니까. 모티브는 어디서 얻나요.
(자료를 훑어보며)월 평균 264건을 개발하고 있더군요. 성수기 땐 주 파트너인 노스페이스 적용 소재만도 100건 가량 됩니다. 자체 크리에이션(창조적 개발)과 고객사 요구를 감안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적중률이 높은 편입니다. 또 영업팀이 필드에서 바이어들과 상담을 통해 힌트를 포착하거나 아이디어를 짜내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려움도 있을 텐데요.
역시 노무관리입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이직률이 거의 없는데다 구인에도 별 어려움이 없는 편이죠. 하지만 시험 분야에서 중견급 전문 인력들이 한 명씩 빠져나가는 건 허탈합니다. 안산 지역만 보더라도 비슷한 상황인데, 직물 쪽이 염색보다 인력 유출이 많다더군요. 컨버터로 나간다고들 하는데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생각 아니겠습니까. 안타깝습니다.

<신한산업은 이달 초 듀폰에서 생산한 비불소 발수제 ‘에코엘리트’ 사용을 계기로 기존의 C8, C6 발수제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발수’는 섬유 원단 표면에 물방울이 닿을 때 공기는 통하되 물은 막아주는 것으로 수분과 공기를 모두 차단하는 ‘방수’와 구별된다. C8, C6 발수제는 대부분 업체들이 사용 중이고 선진국에서는 발암물질로 분류해 이를 규제하고 있다>

 

안산 산업단지에 위치한 신한산업 건물 2동에 있는 직물공장 내부 모습. 앞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단은 모두 비불소 발수제가 적용돼 친환경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제 발수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신한산업은 최근 듀폰에서 생산한 비불소 발수제(에코엘리트)를 도입함에 따라 지금까지 원단 가공에 사용해오던 C8, C6발수제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왜 비불소 발수제를 사용해야 하죠?
기존에 써왔던 C8, C6 발수제가 PFOA, PFOS 등 불소 부산물로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뒤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이를 규제하고 있지요. 한국 섬유산업도 위상에 맞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해 한다는 생각입니다.

국내 산업계의 비불소발수제에 사용 현황은 어떻습니까.
발수제는 면방(면직물)업계에서는 별로 신경 안 씁니다. 캐주얼 기능성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아웃도어 쪽에서 중요시 여기죠. 세탁을 많이 해도 발수 기능이 떨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발암물질인 불소가 문제예요. 유럽 국가나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노스페이스, GAP, H&M, 유니클로, ZARA 같은 메이저 업체는 파트너社에 비불소 발수제를 사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한은 다른 회사들에 비해 비불소 발수제 사용에 적극적입니다.
신한은 이제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안 쓰는 것이 기업윤리라는 생각입니다. 비불소 발수제는 기존 발수제보다 비쌉니다. 따라서 임가공업체는 가격 부담 등으로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신한은 자체 공장과 설비를 갖고 있어 역량이 충분하죠..

현재 비불소 발수제 제품을 생산하고 있나요? 단가가 높으면 비용부담도 클 텐데요.
비불소 발수제 적용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으로 ‘에코엘리트’를 적용한 제품을 일부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6월까지 전면 교체할 겁니다. 비불소를 적용하면 결국 제품의 질이 높아져 오더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중장기로 봐야죠.

왜 듀폰 제품입니까. 또 한국 업체 최초 사용을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죠?
듀폰에서 ‘에코엘리트’를 작년에 출시했는데 회사 인지도에 걸맞게 제품의 퍼포먼스가 매우 뛰어납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데다 가격이 비싸다보니 한국 회사 중 우리가 맨 먼저 사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가격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낮출 것입니다. 우리가 듀폰과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 다른 기업들에게 가격 책정 기준 등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신한산업은 매년 글로벌 아웃도어 박람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달 미국 솔트레이크 OR쇼에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이종훈 상무를 포함해 6명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듀폰 측에서는 우리가 준비해간 제품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단가 인하 협상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걸로 봅니다. 또한 OR쇼에서는 국제 아웃도어 소재와 트렌드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왔다. 신한은 미국ㆍ독일ㆍ중국 ISPO(국제스포츠용품 박람회)에 단골 참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올해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나
지난해 달성하지 못했던 7200만 달러를 넘어 7700만 달러 돌파를 시도하겠습니다. 고기능성 친환경 제품이 경쟁력을 담보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고환율까지 받쳐준다면 거뜬하지 않겠습니까?(웃음)

평소 경영방침은 무엇입니까. 사원들에게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직원들 스스로 알아서 잘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영자들의 리더십이 중요하죠. 난 늘 부서장들에게 ‘알아서 잘 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자율권을 주다보니 창의력과 성실성에서 외려 더 효율로 이어지더군요. 구성원들이 알아서 잘 해낸다면 그것들이 모여 회사의 경쟁력으로 나타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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